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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Nov 23. 2024

질문 3, 답변 0 : 무료구간? 비밀이라 말 못 해요

경영상 비밀이라니, 그냥 국가 1급 기밀이라 하시죠?

질문 3개, 답변 0개: 도로공사의 묘기


고속도로를 달리며 문득 떠오른 단순한 질문들. "무료구간은 어디 있고, 왜 있는 겁니까?" 여기에 대해서 '알려줄 수 없다.' 답변을 듣는 데 한 달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1편 다시 보기 : 도로공사의 440자 – 일하기 싫은 자 이걸 따라 하라


이전 국민신문고 민원에서는, 솔직히 말해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신문고로는 깊이 있는 답변을 얻기 어렵고, 어떤 내용은 민감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며, 정식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요청한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무료구간 전체 목록 : "무료구간이 어디 있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요?  

    수도권과 지방의 무료구간 비율 : "81%가 수도권이라는데 맞습니까?"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무료구간 선정 기준과 협의 내용 (회의록 등) : "무료구간은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요? 누구나 납득할 만한 확실한 기준이 있나요?"


이번에는 정말 간단명료한 질문들이었고, 법적으로 정보공개가 가능한 자료를 요청했으니 기대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로공사의 대답은 역시나였습니다. 마치 요약하면 이렇게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마치 "묻지도 말고, 답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문 같았습니다.



경영상 비밀? 무료구간이 국가 1급 기밀인가요?


도로공사가 제일 먼저 내세운 이유는 "경영상 비밀"이었습니다. 무료구간 정보를 공개하면 경영에 중대한 지장이 있을 거라나요. 그래서 묻습니다.  


무료구간 정보를 공개하면 경쟁 고속도로 공사가 생기나요?

아니면 외국에서 무료구간을 보고 대한민국을 침공하나요?

설마 무료구간 주변에 비밀 금고라도 숨겨 두었나요?


매일 그 "국가 기밀" 같은 무료구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게 진정한 기적 아닙니까?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정리되지 않은 무료구간 목록은 도대체 뭡니까?


그 정보를 올린 사람들은 모두 국가 기밀을 누설한 스파이입니까? 그렇다면 왜 아직도 그들을 고소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차라리 이렇게 말씀하시죠.
"도로공사에서 비밀리에 운영 중인 첩보 도로입니다. 다만 이걸 이용하는 국민들은 모르는 척하세요."


이쯤 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공도로입니다.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건,
"우리 돈으로 만든 도로지만, 어디에 쓰는지는 몰라도 된다"는 말과 다를 게 있을까요?


회의록은 없습니까, 아니면 숨겼습니까?


제가 요청한 정보 중에는 무료구간 선정 이유와 협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로공사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게 보입니다. "회의록? 없어요. 아니, 요청이 불명확해서 없습니다."


여기서 다시 질문.  

회의 없이 무료구간이 선정된 겁니까?

회의는 했는데, 기록을 안 남긴 겁니까?

아니면 기록이 있지만, 공개하면 무언가 민망한 내용이 드러나는 겁니까?


무료구간 같은 정책을 정하면서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건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그리고 이 답변의 백미는 이 부분입니다:
"우리 공사에서 작성·관리하는 정보가 아니다."


이 문장을 읽고 솔직히 웃음이 터졌습니다. 도로공사에서 관리하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이 정보를 관리한다는 말입니까?


여기서 더 묻겠습니다.

"회의는 했는데, 회의록은 정말 없다는 말입니까?"

혹시 도로공사 직원들은 회의한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나요?


만약 회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회의를 했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기록물 관리법 위반, 기록이 있지만 공개하지 않는다면 투명성 위반이 되겠네요?


어느 쪽이든, 국민 입장에서는 "숨기고 싶어서 못 밝힌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반대로, 기록이 있는데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건 숨겨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 아닙니까?
국민이 알게 되면 곤란한 내용이라도 있는 겁니까?


"회의록이 없다"는 말은 결국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회의를 아예 안 했거나,

회의를 했지만, 내용이 국민에게 알려지면 도로공사의 민낯이 드러난다는 뜻.


만약 후자라면 정말 이해가 갑니다. 도로공사 내부에서도 이런 내용은 차마 기록으로 남기기 민망했다는 거겠죠. "우리가 왜 무료구간을 선정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라고 쓰는 건, 아무리 공공기관이라도 자존심 상할 테니까요.


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서 이런 태도는 그야말로 국민에 대한 기만입니다. "없다"는 말로 끝내려는 핑계가 점점 더 헛웃음을 유발합니다.


회의록이 없다는 말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한 달 동안 고민한 끝에 내놓은 핑계는?


정보공개 청구도 국민신문고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15일 내에 답변해야 합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추가 검토"라는 이유로 15일을 더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준비한 답변이 이겁니다.


혹시 그 한 달 동안 이런 회의라도 했나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소한의 노력으로 국민을 더 화나게 만드는 방법은?"

"공개하면 우리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들킬까 두렵지 않아?"


한 달 동안 낸 결론이 이런 수준이라면,


국민 입장에서는 "도로공사는 시간을 낭비하는 데 있어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화가 나는 점은, 이 답변이 단순한 실수나 우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추가 검토"라는 명목으로 시간을 끌고, 민원인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전형적인 전략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쯤 되면 도로공사의 진짜 목표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지치게 하고,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실망스러운 수준을 넘어, 국민을 대놓고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데 있어 최고의 전문가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겁니까?

당신들이 시간을 끌면서 낭비한 건 국민의 분노와 실망만이 아닙니다.

그건 곧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그리고 국가에 대한 믿음까지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지난번 440자짜리 명작과 비교하면, 이번엔 핑계 대작


이번 답변은 확실히 길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길어진 건 답변이 아니라 핑계라는 점입니다.


"무료구간 정보는 경영상 비밀이라 안 되고, "
"회의록은 없고, "
"청구 내용이 불명확해서 어려워요."


도로공사가 새롭게 슬로건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핑계로 길을 닦습니다."


불명확하다고요? 협의는 해보셨습니까?


도로공사는 청구 내용이 불명확하다며 처리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불명확하다면 민원인과 소통하고 협의는 해보셨습니까?"


행정절차법에는 공공기관이 민원인과 협의해 청구 내용을 명확히 하고, 필요하다면 보완할 기회를 제공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로공사로부터 단 한 통의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도로공사가 민원인을 이렇게 투명인간 취급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사실, 저도 민원을 자주 넣는 사람은 아닙니다.

비록 몇 번의 민원을 제기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불친절한 대응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또 묻겠습니다.

"개돼지 같은 국민이 아무리 짖어봐야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자신감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니면, 국민의 목소리는 그저 배경 소음 정도로 여기시는 건가요?


국민과 소통할 의지조차 없는 공공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에너지를 쓸 바엔,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를 논의하는 게 공공기관의 역할 아닙니까?


국민의 신뢰를 이렇게 함부로 소모하는 것은 어느 매뉴얼에 적혀 있는 전략입니까? 묻고 싶습니다, 정말.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입니까, 국민을 무시하는 기관입니까?


도로공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국민은 당연히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민은 그냥 돈이나 내고, 우리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지 마세요."


도대체 왜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걸까요? 이런 태도로 운영되는 기관이 공공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3편 예고: 행정심판, 도로공사와의 본격 싸움


이 답변을 읽으며 저는 확신했습니다. 도로공사는 국민을 상대로 "투명하지 않은 행정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일까요?

놀랍게도,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 바로 행정심판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심판은 공공기관의 부당한 처분에 대해 다시 한번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절차입니다. 즉, 도로공사의 핑계로 가득 찬 답변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싸움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3편에서는 행정심판 과정을 다룰 예정입니다. 도로공사는 또 어떤 핑계를 내세울까요?


다음 편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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