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남은 기억, 소양강 처녀와 스카이 워크
어느 겨울날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겨울의 춘천은 바람부터 달랐습니다. 강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는 듯 거셌지만, 그 안에 묘한 청량함이 스며 있었습니다.
차가운 공기를 헤치고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올랐습니다. 발밑은 유리였지만, 생각보다 긴장은 되지 않았습니다.
유리가 두껍고 탁해 바닥이 선명히 보이지 않았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마치 우리가 평소 걷던 길 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담담한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강 한가운데에 서자 풍경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사방으로 트인 겨울의 시야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맑게 빛났고, 강물은 얼어붙지 않은 채 여전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흰빛으로 물든 하늘과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은 차가운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따뜻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 깊숙이 차올랐습니다.
스카이워크 옆에는 ‘소양강 처녀상’이 서 있습니다. 1969년 발표된 노래 〈소양강 처녀〉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입술에 맴돕니다. 오래된 노래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강가에 서는 순간, 무심코 흥얼거리게 될 것입니다. 강 옆에 세워진 동상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노래가 품었던 세월의 그리움과 청춘의 애잔함을 간직한 흔적처럼 보였습니다.
겨울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불어왔지만, 마음만큼은 묘하게 따뜻해졌습니다. 소양강 위를 걸으며 강물과 노래가 함께 남긴 시간을 빌려 보았습니다.
강물은 흐르지만, 노래는 여전히 이 강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