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요즘 시골동네에서 방치된 폐가를 흔히 볼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아예 폐촌이 되어버린 곳도 더러 눈에 띈다.
이런 폐가를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가 댕그라니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폐가가 늘어나 썰렁하고 냉기마저 감도는 늦가을 시골동네에서 여전히 희망을 본다. 방치되고 있는 폐가처럼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고향의 모습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이 폐가는 누대에 걸쳐 살아온 이 집 일가의 안식처였을 것이다.
비록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없지만, 여기에서 나고 자란 그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이 집은 삶과 추억의 근원으로 살아있을 것이다. 이 오래된 감나무는 고향을 홀로 지키고 있는 선대의 할머니가 떠나버린 후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얘기꽃을 피우게 하는 안방에 놓인 따뜻한 화로가 아닐까.
이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붉은 감은 화롯가에 빙 둘러앉은 후손들의 얼굴에 피어난 따뜻한 홍조가 아닐까.
이 감나무 가지가 뻗은 고향마을 하늘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어울려 살았던 이웃 옛사람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여전히 고향은 살아있다.
이 집이 비록 폐가로 방치되고 있더라도 아직 희망이다.
- 작가의 졸시「시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