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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 Feb 26. 2023

나를 웃게 하는 달리기

생각만 해도 웃게 되는 나의 네 번째 이야기


달리기



나는 사실 땀 흘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옷을 굉장히 아끼는 나에게 땀을 흘린 날에 입은 옷은 어김없이 바로 빨래통으로 직행한다. 땀=냄새라는 편견 때문일까. 평소 뛰는 것도 좋아지 않는다. 버스를 잡기위해,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걸 유독 싫어한다. 살을 빼기 위해서 운동하는 것도 매우 귀찮아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정말 잡생각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하면 무작정 달린다.


© sporlab, 출처 Unsplash

달리기에는 특이한 힘이 두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무념무상’과 ‘웃음’이다. 이 두가지가 내게는 치유로 크게 작용한다. 평소 잡생각이 많아 필요 없는 고민도 떠안고 살고 기분이 쉽게 저조해지기도 한다. 모닝페이지도 써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어보고 끊임없이 우울의 바다로 빠져도 봤지만 가장 효과를 본건 달리기였다.


모두들 한번쯤은 겪어본 기이한 현상이 있을 것이다. 평소 내 한계를 넘어서 달리면 숨이 턱 끝까지 차서 헉헉거리면서 힘들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하하고 "하 힘들다”고 내뱉는 순간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 적.


이유가 뭘 까?


도파민과 엔돌핀을 활성화시킨다는 과학적인 이유보다도 나에게는 복잡한 생각에서 해소되는 그 잠깐이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보다도 요즘 내게 달리기는 또다른 의미가 한가지 더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성취감’이다.


© Shad0wfall, 출처 Pixabay

결혼 후 2년동안 10kg가 쪘다. 새 해에는 새 마음 새 뜻으로 열심히 운동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실현시키기까지 2주가 걸렸지만, 그냥 매일 40분만 러닝 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매일 러닝 하러 가기까지 ‘귀찮다’ ‘힘들다’ ‘피곤하다’ ‘오늘만 넘길까’ ‘오늘은 적게 먹는 걸로 퉁칠까’ ‘만보 걷고 치울까’ 하는 수많은 핑계라는 문들이 내 앞을 막아서지만 달리고 나면 ‘오늘도 해냈다’는 더 큰 보상이 매일 내게 찾아왔다.


취업 후 대인관계와 일로 고민이 많아져서 잡생각에 시달리다 출근하기 싫을 때는 어김없이 러닝머신 위나 싸이클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온 마음을 집중해서 달린다. 잡생각이 들려고 하면 강도를 더 높여본다. 그렇게 30분, 40분을 오롯이 나와 보내고 나면 맑은 정신으로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무엇을 고민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사실 나는 이 점이 가장 신기하다.


출근 전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다짐한 후로 매일 아침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3일 이상은 하려고 노력한다. 이상하게도 운동을 한 날에는 야근을 해도 덜 피곤하고 하루를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보낼 수 있다. 눈뜨자마자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아침을 열면 우울한 생각보다 자신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일요일 저녁이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공허한 마음과 함께 월요병이 찾아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달리기’이다. 생각만으로도 잠깐 웃게 된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달리고 환하게 웃어보려고 한다.




자, 그럼 오늘도 한번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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