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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n 10. 2024

패션의 역사는 언제나 록스타와 함께였다

Stories: The Rockstar Fashion


The Rockstar Fashion
패션의 역사는 언제나 록스타와 함께였다





패션의 역사는 언제나 록스타와 함께였다. 비틀즈(The Beatles)의 모즈룩과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글램룩,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펑크룩, 마지막으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그런지 룩까지. 단언컨대 그들의 패션은 그들의 음악에 절대 지지 않을 만큼 호소력 있고 개성이 넘쳤다.

그렇다면 2024년, 패션계에 새롭게 기록될 다음 타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여기 음악성과 패션 센스까지 겸비한 예비 레전드 스타 네 팀을 소개한다.



모네스킨 (Måneskin, 이탈리아)

ⓒrollingstone.com



아, 은혜로운 유튜브 알고리즘이여. 그렇게 모네스킨은 평소 록음악을 즐겨 듣던 내게 운명적으로 강림했다. 스타일리시한 썸네일에다 특이한 이름까지,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가려울 틈도 없이 마구 긁어주는 거침없는 보컬과 중독적인 멜로디, 직설적인 가사, 스피디한 전개와 트렌디한 구성까지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었으니.

모네스킨은 201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결성된 4인조 혼성 밴드다. 그룹 이름은 덴마크어로 달빛을 뜻한다고. 실력파답게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결성된 지 1년 만인 2017년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 우리나라로 따지면 슈퍼스타 K 같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등을 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유로비전(Eurovision) 2021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해 우승, 2022년엔 빌보드와 MTV 어워드에서도 탑 락과 베스트 얼터너티브 부분을 수상하며 유럽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유로비전 참가 당시 의상. 역시 범상치 않다. ⓒvogue.com



하지만 음악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것이 그들의 패션이다. 무대에 설 때마다 색다른 무드를 시도하는데, 얼마나 다양한 컨셉을 소화해 내는지 볼 때마다 감탄만 나온다. 특히 젠더리스 룩은 그들의 의상을 관통하는 키워드. 이에 대해 보컬인 다미아노(Damiano David)는 “우리는 특정 성별만을 위한 옷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패션은 자기표현이자 자신의 메시지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준다.”고 언급하며, 반항적이고 실험적인 자신들의 음악과 합치되는 스타일 철학을 드러낸다.



ⓒthefashionisto.com, ⓒtheartofcostume.com, ⓒlmusic.tokyo


또한 이들은 GUCCI의 전 디렉터이자 이자 현 VALENTINO의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모국의 밴드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으니 얼마나 대견했겠는가. 게다가 멤버들의 비주얼 또한 훌륭해서 뭘 입혀놔도 태가 난다.


ⓒvogue.com




오티켄 (Otyken, 러시아)

ⓒvogue.com


이 밴드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분을 뭐랄까.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새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전통 의상을 예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길래 응? 하면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전통 악기를 꺼내 엄청 헤비한 연주를 하기 시작하더니 그로울링에 샤우팅에, 화면을 찢어버릴 듯한 눈빛 공격과 카리스마까지. 나는 홀린 듯 영상을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오티켄은 시베리아 출신의 혼성 9인조 밴드다. 많은 인원만큼이나 다루는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포크 음악을 기반으로 한 락과 팝, 테크노, 일렉트로닉까지. 그러나 전통 악기의 활발한 활용 덕분에 전혀 이질감이 없다. 음악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재생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엄청난 매력이다. 누가 들어도 오티켄이다.


 MV 썸네일
 MV의 한 장면 ⓒvogue.com


패션은 또 어떠한가. 컨셉으로만 따지면 여느 케이팝 아이돌 저리 가라다. 그들은 자신들의 핏줄을 끈질기게 유지하며 동시에 최첨단의 문물들도 가감없이 받아들이는데, 극도로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둘이 이루어내는 케미는 묘하게 조화롭다. 늑대의 송곳니나 곰의 발톱, 조개 등 자연의 산물과 금속을 결합한 유니크한 액세서리는 물론 시베리아 전통 의상의 양식과 문양들을 적용한 드레스에 현대적인 워커 부츠를 신어줘 버리는 센스까지. 그들의 도전 속에서 고리타분함은 어느새 독특함이 되고, 생소한 것들은 독보적인 개성으로 둔갑한다.


ⓒotyken.ru, ⓒasian-sirens.net, ⓒshazam.com




코디 리 (Cody・Lee(李), 일본)

ⓒspotify.com



일본의 4인조 밴드인 코디 리. 2018년 결성 이후, 최근엔 정규 2집을 발매하며 꾸준히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유튜브 속 핫한 플레이리스트들에 자주 등장하면서 국내팬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

내가 그들에게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정규 1집 수록곡인 워 아이니(我愛你)의 뮤비 덕분인데, 곡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연출과 비주얼 디렉팅, 나아가 각 멤버의 개성을 살린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동양풍의 인테리어와 프린트가 화려한 로브, 빈티지한 액세서리, 독특한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맛이 있다.


일본 출신 밴드답게 그들의 패션은 전형적인 재패니즈 스트리트 스타일이다. 지루할 틈이 없고, 과감한 변주가 인상적이며, 컬러 선택이나 레이어링에 있어 망설임이 없다. 또한 트렌드에 의지하기보단 본인의 체형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착장을 선택하는데, 이것 역시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애석한 점은 앞선 두 밴드보다 인지도가 살짝 낮아서 그들의 아웃핏을 즐길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럴 땐 이들의 공식 계정에 업로드된 뮤직 비디오들을 참고할 것. 일본 청춘들의 재기 발랄한 스타일을 맘껏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코디 리 인스타그램 @codylee_official, ⓒnatalie.mu, ⓒfriendship.mu




노 파티 포 차오동 (No Party For Cao Dong, 대만)

ⓒwonderlandmagazine.com


중화권 락밴드는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밴드 붐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한 인스타 계정의 도움으로 이 보물 같은 밴드를 발견하게 되었다. 2012년에 결성된 후, 2015년부터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대만에선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들어야 할 음악들은 아직 너무나 많다.

노 파티 포 차오동의 음악은 직설적이고 염세적인 가사들이 주를 이루지만, 곡의 분위기는 그리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시원하고 밝은데 대신 클라이맥스로 진입할수록 강렬해지는 드라마틱함이 무기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대만이라면 치를 떠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을 정도이며 특유의 직접적인 현실 반영 가사로 우울과 무기력함에 빠진 두머(Doomer) 세대들에게 어필 중이라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패션 역시 다소 두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올 블랙. 보도자료에 삽입된 대부분의 사진에서도, 앨범과 직접 제작한 굿즈에서도 블랙 이외의 색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역시 불안과 우울까지 힘껏 끌어안으리라는 음유시인의 아우라가 물씬 느껴진다. 패션에 대한 인터뷰는 따로 없어서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론 YOHJI YAMAMOTO나 ANN DEMEULEMEESTER의 의상들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무채색의 의상 속에서 풍기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그들의 음악과 잘 맞아떨어지니까.

공식 머천다이즈부터 앨범 재킷까지 모든 것이 블랙 ⓒwhatever.co, ⓒnopartyforcaodong.com, ⓒdiscogs.com
YOHJI YAMAMOTO 2024 SS
ANN DEMEULEMEESTER 2024 SS ⓒvogue.com



음악과 패션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로 단단히 묶여있으니까. 이 모든 걸 내 맘대로 마음껏 누릴 수 있다니.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한 아티스트의 수상 소감에 절로 공감이 간다. 예술을 만든 인류에게 너무 감사드린다고.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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