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ry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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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로 무장한 겨울 일기
이번 겨울, 몸과 마음을 녹여줄 퍼 소재 입고 신고 들고 즐기는 법.
얼마 전 여행에서 첫눈에 반한 털을 하나 집에 들였다. 바로 영국 브랜드 젤리캣(Jellycat)의 인형. 어찌나 귀여운지 거실에 두고 매일 흐뭇하게 바라보는 중이다. 특히나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은 얼굴 감촉이 너무나 부들부들하다는 것. 이제는 어디를 가도 에디터보다 어린 친구들이 수두룩한 나이가 되었지만,털 인형을 좋아하는 일은 평생 멈출 생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털이 주는 폭신한 감각에 대한 사랑은 어린 시절 애착 인형의 포근함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그렇게 옷을 좋아하는 성인으로 자란 에디터에게 겨울은 털의 계절이다. 마음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운 날씨도 부드러운 털 옷과 함께면 견딜만한 시간이 되니까. 그리하여 매년 이 시기에는 퍼 소재의 재킷, 코트, 신발, 가방, 모자 그 무엇이든 마음에 쏙 드는 아이템을 찾는 무한한 여정에 나선다.
마침, 올해 초에는 강렬한 차림새로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몹 와이프(Mob Wife)’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시금 겨울에는 털로 무장하라는 신호탄이 공식적으로 울린 셈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퍼 아이템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걸치는 것만으로 압도적으로 쿨하니까.
이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아우터
이번 FW24 시즌에는 말 그대로 퍼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중에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LOUIS VUITTON을 빼놓을 수 없다. 퍼를 즐겨 입는 퍼렐이 투영되어 보이는 이번 컬렉션에서는 몇 가지 퍼 재킷과 코트가 등장했다. 이는 남성들에게 퍼를 적극 활용하라고 선언한 셈!
패션 러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브랜드 MIU MIU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장에 변주를 준 퍼 아우터를 내놓으며 여성들에게도 퍼 아우터는 올 타임 클래식임을 알렸다.
특히 이번 시즌 눈길을 사로잡은 건 차분한 다크 브라운 컬러의 활약이었다. 단 하나의 퍼 재킷을 골라야 한다면, 이렇게 솔리드한 컬러감의 퍼 재킷에 눈길을 돌려보자. 스타일링하기 부담 없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선택지니까. 하나 장만하면 이번 겨울 내내 본전을 아주 제대로 뽑게 될 거라 장담한다. 아래 LOEWE의 스타일링처럼 화이트 팬츠와 입으면 찰떡궁합이다!
젠테스토어의 독자들은 퍼와 시어링 중 어떤 아이템을 더 선호할까. 궁금해서 투표를 받아봤다.
결과는 시어링 재킷의 승리.
양털을 깍아 가공해 자연스러운 색감이 특징인 시어링 재킷은 퍼 아이템이 다소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얼핏 보면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떻게 스타일링 하느냐에 따라 무드가 휙 바뀌는 만능 아이템이니. 어떻게 스타일링할지 고민된다면 아래 룩들이 좋은 교본이 되어줄 거다.
얼어 죽어도 레더를 포기할 수 없는 ‘얼죽레’단들을 위해 준비했다. 레더의 매력은 아무래도 시크함에서 오니까. 거기에 퍼가 더해지니 고급스러운 느낌은 덤. 이런 레더와 퍼의 조합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평소 무채색을 즐겨 입는다면 더욱 끌릴 수밖에 없을 것.
최근,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가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된 페니 레인 코트(Penny Lane Coat). 퍼가 트리밍된 이 코트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페니 레인’ 역을 맡았던 케이트 허드슨(Kate Hudson)이 캐릭터의 시그니처 아이템처럼 입고 등장해 ‘페니 레인’ 코트로 불리게 되었다. 이 시대의 핫걸인 헤일리가 픽한 아이템이니 믿고 선택해도 좋을 것.
칙칙한 겨울일수록 밝은색에 눈길이 가는 법. 답답하고 무게감 있는 겨울옷이 파스텔톤이라면 옷 입는 일이 훨씬 경쾌해질 거다. Stella McCartney와 SANDY LIANG이 전개하는 퍼 아우터의 화사한 무드처럼.
이번 시즌 눈여겨볼 만한 특징이 더 있다.
바로 7080년대 글램 록의 시크한 록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레오파드 무늬가 런웨이를 맹렬히 달렸다는 것. 원초적이고 섹시한 매력의 이 스타일에 마음이 가긴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그렇다면 화이트나 블랙으로 화려한 패턴을 살짝 눌러주면 보다 조화롭게 레오파드를 즐길 수 있을 거다.
부피를 차지하는 퍼 아우터에 도전하기 주저된다면, 퍼 디테일에 집중하자.
우선 퍼 소재의 백이다. 이런 백은 만지면 어떨까를 먼저 상상하게 한다. 애초에 백은 넣고, 들기 위해 있는 거라지만 매일 함께 하는 아이템이 귀여운 털이라면 그것도 꽤 기분 좋은 일이지 않을까. 특히 매서운 추위의 겨울이라면 더욱더. Acne Studios와 Chloe의 FW24는 그 마음을 간파했는지도 모르겠다.
JIL SANDER는 찰랑이는 머릿결을 연상시키는 백을 선보였고, DRIES VAN NOTEN는 귀여운 강아지를 한 손에 들고 산책을 가는 듯한 모습을 묘사하는 듯한 백을, Simone Rocha는 꼭 껴안고 싶은 사랑스러운 동물 인형 백을 선보였다. 퍼 소재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상상력이 만나 더욱 눈이 즐거웠던 FW24 런웨이였다.
너무 추운 날에는 귀가 아프기까지 할 때가 있다. 그러니 귀까지 덮어주는 퍼 소재 모자를 쓰는 것만으로 겨울을 한층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목, 손, 발 모두 겨울에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 신체 부위다. 머플러, 시어링 글로브, 퍼 슈즈 모두 보온성과 동시에 룩에 한 끗 차이를 주기 좋은 아이템들이다.
추운 날씨는 어쩐지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들 때가 있다. 원래 좋아하던 사람도, 장소도 쉬이 찾아가기가 망설여지니 말이다. 그럴 때 다짐한다. 원래 그 대상에 가졌던 마음을 잊지 말자고. 실제로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한 구석이 있어서 사소한 실천 하나가 그런 마음을 상기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에디터에게 그 유효한 실천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부드러운 퍼 소재 아이템으로 몸을 감싸는 일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