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팔로마 울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Brand LAB: Paloma Wool

Brand LAB: Paloma Wool

팔로마 울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Q. Paloma Wool을 세 단어로 정의하면?
A. 우정, 공동체, 자유.
ㅡ Paloma Wool의 창립자, 팔로마 란나(Paloma Lanna)
(FRÄULEIN magazine, 2023)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 순간엔 전부인 것만 같은 트렌드도 명이 길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스키니를 벗어던지고, 로우 웨이스트에 심취하기 시작한 우리의 모습을 보라. 영원한 건 그 어느 것도 없다. Paloma Wool 역시 이에 동의한 것일까. 그들은 전형적인 미에 대항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우리를 유혹한다.


1.jpg FW20 ⓒpalomawool.com





바르셀로나에서 온 편지


Paloma Wool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인 팔로마 란나는 말한다. 이 브랜드는 오롯이 나만의 취향으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세상에, 이 대답 하나만으로도 부러움에 질투가 난다. 단 한 치의 의심 없이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2.jpg Collection No.2 ⓒmissmoss.co.za


스페인의 이국적인 정취와 한 개인의 미감이 만나 무궁무진한 시너지로 거듭난 Paloma Wool.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다양한 아이템들과 개성 있는 실루엣, 내추럴 팔레트의 컬러감은 그들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놓았다. 실험적인 디자인들이 곳곳에서 출몰하지만 그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다. 멋부린 티 보단 은은한 스타일리시함을 선호한다면 Paloma Wool이야 말로 가장 적합한 선택지다.


3.jpg ⓒpalomawool.com, ⓒPaloma Wool 인스타그램 @palomawool





패션은 내 운명


나와 패션은 운명적으로 맺어졌어요. 란나는 패션 업계에 뛰어든 자신의 배경을 운명이라 단정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누군가에게 운명이란 말은 그저 흔한 이유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녀에겐 예외다. 그녀의 부모, 삼촌, 조부모까지 패션계에 종사해 온 무적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Paloma Wool 설립 초창기엔 부모의 브랜드인 Nice Things의 마케팅 부서까지 함께 이끌며 브랜드 운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식을 쌓았다고. 그러나 이런 그녀에겐 남몰래 키워왔던 어릴 적 꿈이 있었는데... 바로 도배공이다. (Friends of Friends, 2014년 8월) 방 안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마냥 멋지게 보였다나.


4.jpg Paloma Wool의 디렉터, 팔로마 란나 ⓒsleek-mag.com


앞서 말했듯 Paloma Wool을 지탱하는 건 절대적으로 란나의 취향이다. 여느 디자이너들처럼 칼 같은 루틴 따윈 없다. 매일매일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그 즉시 대입하는 게 그녀만의 창작 비결. 때문에 그녀의 인스타 피드(@walomapool)는 Paloma Wool을 이해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자료다. 백 스테이지의 풍경부터 매일의 착장,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예술 작품들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낱낱이 펼쳐놓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5.jpg ⓒ팔로마 란나 인스타그램 @walomapool


그중에서도 예술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녀가 Paloma Wool에 대해 브랜드라기 보단 커뮤니티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 역시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매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월드 투어란 제목으로 팝업 스토어를 개최 중인데, 상품 판매는 물론 협업 작품도 함께 전시하며 예술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엔 23년과 24년, 연속 두 번이나 방문했다.


6.jpg 스페인의 아티스트 Zaida Sabatés와 함께한 콜라보 의상
7.jpg FW24 X 서울 ⓒpalomawool.com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


Paloma Wool의 첫 번째 컬렉션은 2014년, 란나가 직접 찍은 사진을 인쇄한 스웻 셔츠였다. 평소 사진이 취미였던 그녀의 최초의 프로젝트인 셈.


8.jpg Paloma Wool, Collection No.1 ⓒmissmoss.co.za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점진적인 발전을 이뤄낸다. 2022년엔 바르셀로나 패션 위크에서 첫 런웨이를 개최하며 Paloma Wool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성공한다.


9.jpg FW22 ⓒpalomawool.com


그들의 컬렉션에서 꾸준히 목격되고 있는 특징은 자연을 닮은 청량한 색감의 컬러와 흔치 않은 디테일, 그리고 신선한 디자인이다. 여성 신체의 굴곡을 살리는 쪽에 집중함과 동시에 편안한 소재로 착용감을 극대화 시키고, 트렌디함과는 정반대의 접근으로 독자성을 확립해낸다.


10.jpg SS23 ⓒpalomawool.com


특히 FW24 런웨이엔 스포츠 유니폼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의상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가뿐히 소화할 수 있는 룩들이다. 동일한 계열의 컬러를 부드럽게 쌓아 올린 럭비 티셔츠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11.jpg FW24 ⓒpalomawool.com


곧 다가오는 봄을 겨냥한 2025년 SS 컬렉션은 그들만의 독보적인 미감의 결정체다. 스페인 해변 룩을 연상시키는 롱 드레스와 비키니 상의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연출에선 발칙한 재치마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컷아웃을 적용한 메시 소재의 팬츠가 탐난다. 불필요한 노출 없이도 충분히 섹시해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하니까.


12.jpg SS25 ⓒpalomawool.com
13.jpg 이번 봄 시즌엔 주얼리 브랜드인 SANTANGELO도 참여했다 ⓒPaloma Wool 인스타그램 @palomawool


반면 가장 최신 컬렉션인 FW25에선 그동안의 페미닌한 느낌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힘 있고 터프한 느낌을 가미한 의상들이 출현한다. 농도가 짙은 블랙을 선두로 무게감이 있는 색, 계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레더, 니트, 나일론 소재까지 합세했으니 부족함이 없다.


14.jpg FW25 ⓒPaloma Wool 인스타그램 @palomawool, ⓒpalomawool.com





무해한 공존의 가능성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그들의 행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패션은 어떤 형태일까.

2024년, 로스앤젤레스. Paloma Wool의 팝업 스토어 앞이 북적인다. 인파의 시선은 쇼윈도 안에서 잠들어 있는 한 여성을 향해있다. 여성은 일본의 유명 모델, 미즈하라 키코(Mizuhara Kiko). 그녀는 간결한 차림으로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다. 결코 침해받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그녀를 관찰하다 못해 서슴없이 촬영한다.


15.jpg ⓒPaloma Wool 인스타그램 @palomawool


이 작품을 기획한 카를로타 게레로(Carlota Guerrero)는 여성의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온 아티스트다. 그녀는 개인의 가장 내밀한 순간을 가장 공적인 장소에 전시하면서, 여성이 타인의 시선 아래서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다룬다.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미묘한 경험을 극적으로 개시하여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다.


16.jpg FW24 캠페인에 등장한 Paloma Wool의 뮤즈, 미즈하라 키코. ⓒthecoolhour.com


옷은 입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Friends of Friends, 2014년 8월)

이처럼 Paloma Wool은 패션이 허영에 불과한, 그저 겉모습을 치장하기 위한 영역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경험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각자가 온전히 존재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요소로 남아있길 원한다. 그렇다. 결국 옷은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데에 어떤 방해도 되어선 안된다. 무해한 공존. 그렇기에 완벽한 공존. 이것이야 말로 그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패션의 모습이 아닐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젠테스토어 바로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은 넓지만 KiiiKiii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