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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Oct 20. 2020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 싫어한다!


  '어디 앉지?'

  아주 잠깐의 판단이 꽤 긴 시간 나의 쾌적함을 좌우하는 때가 있다. 바로 출퇴근 시간이다. 나는 출퇴근할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삼십 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데, 대부분은 앉아 이동하게 된다. 어디 앉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버스라면 주로 안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면모를 살펴 자리를 정하고 지하철이라면 좌석 중 가장 바깥 자리, 혹은 여자들 사이의 자리를 고른다. 사람들마다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선호하는 자리와 판단의 기준이 있다. 물론 계속 서서 이동하는 것보다는 어느 곳이라도 앉아서 가는 게 좋겠지만 선택지가 많다면 선호 좌석 혹은 선호하는 승객 유형 옆에 앉고 싶을 것이다.


  경험이란 참 무서운 것이, 이 모든 선택은 대부분 살아온 경험치에 의한 직관이다. 이 촉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가끔은 틀린 날도 있지만. 나는 그 날 출근길 버스에서, 베이지색 단정한 토트백을 무릎에 올려놓은 내 또래의 여성분 옆에 앉았다. 그분은 두 명이 앉는 자리 중 창가 쪽이었고 내가 통로 쪽이었다. 그런데 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쾌적해 보여 선택한 그 자리가 그 날의 내게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안쪽에 앉아있던 여자분은 그날의 버스 여행이 초행길이었는지 도통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몇 분에 한 번씩 출입문 쪽을 바라보면서 내릴락 말락 자세를 취하다가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양새가 나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리려고 하나? 비켜줘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내리지는 않았고 자꾸 안절부절. 꼭 내릴 것 같은 모양새만 취하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 그때 나는 휴대폰으로 어떤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서비스로 시청하고 있었는데 영상의 특성상 큰 집중을 요하지 않았음에도 볼 수가 없었다. 도무지 재미를 느낄 수 없어, 시청을 중단한 것이다.


  그 날 내 옆에 앉았던 그분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란 없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불안하게 했던 그 사람, 나에게 답답함과 짜증을 유발했던 그런 사람들은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급작스레 들었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다른 복잡한 부분은 잘 모르겠다. 성과나 능력으로 평가되는 부분은 당연한 것이니 말할 가치도 없고, 태도와 인성에 대한 부분은 기업 문화에 따라 어떤 윤리적 가중치를 두는지 알 수 없으니 제쳐두자. 그러나 나는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겠다. 회사(상사)는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을 맡길 때부터 마음을 턱 놓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당연지사 좋을 것이고,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없는 사람이 좋을 것이다. 경영자나 상사의 입장에서 맡긴 사람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일의 마무리도 좋을 때, 회사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이상하게 결과 값은 비슷해도 못 미덥고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 일에도 신경이 쓰이게 하고 한 번 더 손이 가게 하는 사람들. 주로 신입사원에게서 이런 모습이 발견된다. 또 너무 말이 많거나 행동이 심하게 빨라 신뢰가 가지 않거나, 혹은 심하게 과묵한 경우도 불안함을 유발한다. '피드백 함흥차사' 병에 걸린 직원들도 있는데, 확인을 하지 않으면 생전 가야 피드백이 없어 안개 자욱한 흐린 날처럼 일의 진행을 알 수가 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회사(상사)로 부터 각종 불안을 야기하는 이런 유형의 직원들은 내 옆에 앉았던 그 사람처럼 언제 내릴지 불안해서 자꾸 지켜보느라 다른 일을 제대로 하기도, 무언가를 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는 회사라는 조직이 불안 유발자, 즉  ‘흐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깔끔하고 쾌적하지 못하며 흐릿하게 매사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좋은 게 좋다’ 식의 태도는 없앤다. 단호해진다.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본다. 그리고 결과를 맺는다. 덧붙여서 내 주관 업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일의 진척 상황을 체크하면 좋다. 버스에서 제 때 하차 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차해 정거장에 내리면 모두가 편안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서로 허둥지둥하느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버스가 급정거하거나, 승객 중 누군가가 다치거나 버스 배차가 지연된다. 회사의 내부 조직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내가 맡은 일의 마무리가 흐리면 다른 일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업무도 불안해진다. 그렇게 되면 나는 명백히 ‘흐린 사람’이 되고 (회사 내에서) 나의 인생도 점차 흐려질 것이다.


  그러니까 회사는 '흐린 사람'이 아닌, '맑은 사람'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쾌적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나부터 맑아야 한다. 그리고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도 맑다. 내 기준에서 일단 위로는 맑은 물이 솔솔 흘러 내려오고 있으니, 정수기 필터처럼 내 역할을 좀 더 촘촘히 하여 조직에 맑은 기운을 더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버스의 좌석처럼 회사 내에서 나의 포지션이나 업무의 영역을 내가 고를 수는 없지만,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내가 고를 수 있다.




*** 이 글은 에세이 베스트셀러 ‘너의 사회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 수록된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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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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