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은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버스에서 찍은 사진들
7. 지하철보다는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한다.
버스를 타는 것은 종종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탈것의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그만큼 넓은 시야와 풍경을 봐야 만족스러운 법이다. 가령 속도가 빠른 기차는 창밖에 산봉우리가 겹겹이 있는 풍경, 광활한 넓은 들판, 마음까지 시원한 너른 바다 같은 풍경을 즐기기 적합하고 자전거는 골목의 풍경, 개천의 풍경을 즐기기 좋고, 속도가 느린 걷기로는 길가의 들풀을 즐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버스는 가장 효용성이 높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다. 걷거나 자전거의 신체적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달렸다 섰다 하면서 주변의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으니.
지하철은 1,2호선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길이 말 그대로 지하에 있다. 안내가 없다면 나는 대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검은색으로 가득 찬 차창밖 모습, 그곳에 피곤한 기색들이 역력한 사람들이 가득 있다. 거기엔 같은 모습을 한 내 얼굴도 보인다. 좌석은 서로 마주하고 있어 앞을 보기도 민망해 눈둘 곳이 마땅치 않아 자꾸 핸드폰만 보게 된다.
버스를 타면 버스와 내가 나란히 앞을 향해 간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창 밖에는 시시각각으로 다양한 도시와 자연과 사람들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시장을 지날 때, 작은 자투리 공원을 지날 때, 학교 앞을 지날 때, 한강을 지날 때, 오피스 지역을 지날 때, 핫플레이스를 지날 때, 모든 순간에 세상에 호기심이 생기고 감상하며 때로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 삶을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존재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나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솟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