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본격 추워지기 전에 나름대로 한해의 보람찬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회와 개인적인 일들로 마음이 조금 힘든 12월 마지막 날을 맞았다. 그래도 내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니었나, 내가 원하는 본질은 무엇인가, 상실 이전의 감사함에 대해 생각하면서 올 한 해를 마무리해본다.
1. 체력은 작년과 유사한 상태 유지 중
올해 봄에 다시 또 망가졌던 것을 치유하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몸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통증을 버티는 기간이 줄어들지 않아 다행이고, 출퇴근 시간 왕복 4시간 반을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2. 북유럽 여행
팔자에도 없는 북유럽을 난데없이 다녀왔다. 그렇게 죽어라 힘들게 몸과 정신이 다 피폐해지면서 겨우겨우 버텼더니 복을 받았다. 돈으로 주셨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날씨 운이 조금 따라주지 않았지만 또 추억할 멋진 풍경들을 담아 올 수 있었다.
3. 월정사와 선재길
올해 아마도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일은 월정사에 솔이랑 다녀온 거다. 다시 만나길 고대한 이와 그동안 쌓아온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월정사에서 힐링한 순간이 기쁘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또한 장장 3시간 반정도의 선재길을 오르며 나의 체력의 한계를 시험했고, 또 무사히 돌아왔다.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4. 명상 공부하기
사람의 연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것이 참 놀랍고도 감사하다. 월정사에서 만난 보관스님의 MSC 명상 수업을 들으며 명상을 시작했다. 막연하게 도전했던 명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실행에 잘 옮기지는 못해도 명상 수행 방법과 이유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수업이었다. 명상 수행이 아직 많이 부족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겁이 나고 마주하기에 슬플 때가 많다. 이 시간이 오래 지나 담담해지면 더 깊은 수행을 할 수 있겠지.
5. 엄마와 여행하기
올해도 엄마와 여행을 다녀왔다. 국내 관광을 나도 별로 다녀보질 못했는데 엄마와 관광명소만 돌아다니는 패키지에 도전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둘 다 너무 즐거웠고 관광지만 다니니 사진도 참 많이 기록해 뒀다.
최근에 엄마의 무릎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는데 이 이후에 엄마와 얼마나 손을 잡고 같이 좋은 곳을 다닐 수 있을지. 엄마 건강해야 해.
6. 독서와 필사하기
작년까지는 난독증처럼 책을 거의 읽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책 욕심에 책만 잔뜩 쌓아두고 챕터 한두 개씩만 읽고 덮어주기 일쑤였다. 올해는 필사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책 한 권을 독파했다. 필사를 하는 것은 마치 명상을 하는 기분과 유사하다. 글이 완전히 마음에 와닿을 때도 있고 아닐 때에는 수첩 한 쪽에 내 생각을 적어보기도 한다. 필사를 통해서 글을 마음에 새긴다. 내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기분과 감정은 어떤지 스스로 알아차림 해본다.
필사를 통해서 겨우 한 권을 독파했을 뿐인데 희한하게 그다음부터는 필사 없이도 글이 잘 읽혀 독서 습관을 만들었다. 뿌듯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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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녀온 독서 모임에서 공감하는 책 글귀를 서로 나누면서 읽다가 조금 목이 메는 글이 있었다.
"새로 갖고 싶은 취미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계절이 바뀌는 밤마다 한 번씩 수다모임 갖기.
이왕이면 같은 멤버로 새로 맞은 봄밤, 여름밤, 가을밤, 겨울밤에 단출한 술상을 차려놓고 수다 떨기"
- 박연준 <모월모일> '찬란하고 소소한 취미인생'
올해 봄 연곡사를 갔다가 섬진강 변에 만개한 벚꽃길을 보면서 '내가 이런 아름다운 벚꽃길을 볼 수 있는 봄을 내 인생에서 몇 번이나 더 마주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몇 번의 봄을, 몇번의 여름을, 몇번의 가을을, 몇번의 겨울을 더 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요즘 같은 서글픈 연말에 생의 유한함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