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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미로얄 Mar 21. 2024

가족사진

Cheongdo-gun, Gyeongsangbuk-do, Korea


#카톡으로 배달된 빛바랜 가족사진

#머리에 손을 얹고 늘 기도해 주셨던 노할머니의 꽉 다문 입술

#에 안겨있을 때면 마치 거인 품속에 있는 듯했던 널찍한 할아버지 어깨

#무엇을 그렇게도 열심히 요리하셨는지 뒷모습만 기억이 나는 할머니의 쪽진 머리

#왕래가 없었던 탓에 얼굴도 가물가물한 고모의 단발머리

#늘 나의 편이 되어주셨던 든든한 지원군 아빠의 앳된 모습

#캐나다 산골에서 한국 청도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일 년에 한 번 시골에 내려갔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북한에 사시나 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개발되지 않는 첩첩산골 청도 모습은 나에게 그랬다

#노할머니는 걷지를 못하셨다. 듣지도 못하셨다. 보지도 못하셨다

#그래서 노할머니라고 불렀나 보다

#항상 누워만 계신다는 할머니는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 앉으셨다

#미꾸라지 빠져나가 듯 꽁무니를 빼내는 손을 단단히 붙잡고

#할머니는 아주 오랫동안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셨다

#나를 품 안에 안고 경운기를 타고 과수원을 한 바퀴 돌 때면 마치 태권브이 안에서 로봇을 조정하는 멋진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혹여나 반찬이 서울 아기 입맛에 안 맞을까 봐

#손으로 반찬 하나하나 밥숟가락에 꼼꼼하게 얹어 주시며

#'꿀꺽' 잘 삼키는지 조심스레 눈치를 보셨던 할머니의 고운 눈빛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 아빠

#전화기를 통해 나의 이름을 부르는 아빠 목소리에

#꼭꼭 눌러왔던 이민생활의 고달픈 마음이 맥없이 쏟아져 내릴까 봐

#그 눈물을 보고 더 서글프게 두 입술 꽉 깨물고 우실까 봐

#일부러 아빠 전화를 피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는 그 이름

#우리 아빠

#카톡으로 배달된 빛바랜 가족사진 덕분에

#지구 반대편 시간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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