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잡채

세상은 요지경

by 패미로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엄마가 해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엄마가 가장 잘 만드시는 최고의 음식은?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나의 답은 잡채이다.


어렸을 때는 잡채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음식인지 몰랐다. 그래서 눈치도 없이 어린 두 동생들을 돌보시느라 제대로 앉아서 식사도 못하셨던 엄마에게 늘 잡채를 만들어 달라고 때를 쓰곤 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캐나다에 오신 엄마는 그날 저녁 바로 딸을 위해 잡채를 만드셨다. 재료가 달라지면 맛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국에서부터 꼼꼼하게 모든 재료들을 준비해 오셨다.

아직도 잡채를 만들 때면 부엌에서 분주하게 재료를 손질하시는 엄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입 짧은 우리 딸도 잡채를 참 좋아한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 초간단 레시피를 찾아봐도 늘 2프로 부족한 맛과 요리 후 여기저기 정신없이 널브러진 부엌을 보면 잡채하나 만들었을 뿐이라는 나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행착오와 끈질긴 레시피검색으로 드디어 나에게 딱 맞는 잡채 레시피를 찾게 되었다. 더 맘에 드는 건 준비과정도 간단하고 설거지 뒷정리도 아주 간단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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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당면, 각종 야채(당근, 양파, 시금치, 색깔별 파프리카, 버섯 등 냉장고에 있는 야채),

굴소스, 간장, 미림, 흑설탕, 참기름, 후추, 통깨

뚜껑이 있는 냄비


만드는 방법

1. 당면을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준다. 물의 온도에 따라 불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소 3시간 이상 당면을 충분히 불려준 후 물기를 제거해 준다.

2. 각종 야채들은 채칼을 이용해서 같은 두께로(2-3mm) 채쳐서 준비해 둔다.

3. 양념장을 만든다 : 간장 1/2컵, 미림 1/2컵, 물 1/2컵, 굴소스 2스푼, 흑설탕(1-2스푼), 참기름 2스푼, 후추 조금

4. 냄비를 예열한 후 잘 안 익는 야채 순서대로 냄비에 담는다. 만약 시금치를 준비했다면 시금치는 마지막 뜸 들일 때 넣도록 한다.

5. 야채를 다 넣고 불려놓은 당면을 먹기 좋게 자른 다음 냄비에 넣는다.

6. 당면 위로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장 1/2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7. 센 불에서 3분 정도 끓여준 후, 불을 줄여서 2분 정도 더 가열해 준다.

8. 뚜껑을 열어 모든 재료와 양념을 골고루 잘 섞어준다. 이때 시금치를 넣어준다.

살짝 간을 본 후 필요에 따라 양념장을 더 추가한 후 뚜껑을 덮고 2분 정도 더 가열해 준다.

만약 냄비에 자작자작하게 물기가 남아있지 않다면 양념을 더 넣어주는 것이 좋다. (잡채가 냄비에 붙어서 탈수도 있다)

9. 면이 다 익었다면 넓은 그릇에 잡채를 옮겨 담고 골고루 잘 식혀준다. 취향에 따라 참기름과 참깨를 첨가한다.


주의사항

1. 오븐의 상태와 온도에 따라 가열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면이 충분히 익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2. 고기를 잘 안 먹는 아이들 때문에 잡채에 고기를 넣지 않는다. 만약 고기를 준비했다면 미리 손질해서 익혀놓고 야채와 함께 넣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늘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매일 다른 나의 아침.

아직 식구들이 잠에 취해 따뜻한 침대에서 달콤한 아침시간을 보내는 동안 남편의 출근준비와 세 아이이의 도시락 준비로 나 홀로 부엌에서 사부작 거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2023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나에게도 새로운 아침루틴이 있었으니 바로 아침준비를 하며 오디오 성경을 듣거나, 목사님 설교를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차분한 마음으로 오디오 성경을 들으며 빠른 손길로 가족들을 위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역시 오디오 성경은 한쪽귀로 들어와서 나의 허락도 없이 한쪽귀로 술술 새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내가 오디오 성경과 함께 흥얼거리고 있었던 노래는 다름 아닌 신신애 님의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순간 이를 깨닫고 나 혼자 빵 터져서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 내 브레인은 이날 이 노래를 골랐을까? 30년은 훌쩍 넘게 잊고 있었던 노래였다. 정말 오래된 이 노래가, 생전에 한 번도 내입으로 불러보지도 않았던 이 노래가 거룩한 아침 말씀을 듣는 도중에 어쩌다가 내 안에 흘러들어와 흥얼거리고 있었을까?

어렸을 때 거리마다, 티브이프로마다 세상은 요지경 노래가 흘러나왔던 때가 있었다. 게다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요지경 세상만큼 강렬하고 우스꽝스러운 막춤에 푹 빠져 여기저기서 이 춤을 추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옛 추억을 더듬으며 이날 아침반찬은 그때 그 시절 <세상은 요지경> 유튜브 영상이었다.

"엄마 어렸을 때 신신애라는 가수가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노래를 불렀었어. 춤도 진짜 웃겨....."로 시작된 나의 옛이야기와 그때 그 시절 영상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늘 돌발적인 행동과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나지만 이날의 요지경파티는 나 스스로도 적잖이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웠다. 인스타그램에 이 이야기를 포스팅했는데 그때 어떤 인친님의 댓글에 또 한 번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신신애 님도 하나님자녀~"


1990년 보다 지금이 더 요지경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같은 가짜와 진짜보다 많은 가짜. 이런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진짜로 남기 위해 정신 차려야겠다.

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 세상은 요지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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