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케 Jan 17. 2023

3-3. 영업의 비밀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3-3. 영업의 비밀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학습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월급은 최저임금만 못한 수준이었지만 주 4일 근무로 조정해서 스케줄을 뺄 수도 있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 다니는 듯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영업에 소질이 없었던 나는 날이 갈수록 월급이 적어졌다. 늘어나는 수업만큼 줄어드는 수업을 보며 맘이 아려오던 나날들. 어린이 학습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아이들이 성장하면 그만큼 수업에 변동이 생긴다. 물론 수업량을 늘리는 아이들이 신규 회원들도 있었지만 고학년이 되어갈수록 학습지에서 학원으로 수업 방식을 변경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수업을 그만두려면 최소 한 달 전까지는 교사에게 통보를 해주어야 하는 시스템인데 갑작스럽게 결제일 전 연락이 되지 않거나 그만두겠다고 통보하는 경우도 흔했다. 교재는 이미 출고되었는데 수업료를 지불할 사람은 없고 그 책임 또한 고스란히 교사에게 되돌아왔다. 수업료 결제일마다 빚쟁이가 된 기분이랄까.


그럼 수업을 줄이고 편하게 다니면 되지 않냐고?

그렇게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수업이 줄어들면 줄어든 만큼 전체 월급의 수수료율이 깎인다. 그리고 그 마이너스는 팀장과 지점에서도 함께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교사에게도 계속 압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내 월급이 줄어드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줘야 한다니. 한두 달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월급을 많이 받는 우수교사, 우수팀장들도 이 마이너스를 메꾸기 위해 가짜 수업을 조금씩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한 두 과목으로 시작해서 나중엔 월급에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기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수수료율을 계산해서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거겠지만 가끔은 지점의 이득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심이 무색하게 매월 말 정산타임을 거치며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가짜수업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수업을 듣게 하면서까지 실적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게 정상적인 시스템인가?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 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을 끌어들여 손해를 막는 시스템. 이런 게 다단계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번뜩 정신을 차리게 됐다. 그 후로는 최대한 진짜 수업들로만 채우려고 노력했고 한 두 개 마이너스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인드로 버텼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고 주변의 눈치도 보였으나 날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2. 회사는 동료 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