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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Dec 19. 2022

3-2. 회사는 동료 빨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3-2. 회사는 동료 빨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아무리 좋은 직장, 편한 업무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으면 그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로서의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내가 수업을 했던 아이들은 물론이고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매우 친밀하게 느껴졌다. 보통 직장이라면 업무적인 대화와 일상 속의 잡담만 조금씩 나누고 말 텐데 그곳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과는 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우선 나잇대가 비슷한 또래가 많았다. 20~30대 사이의 고만고만한 나이. 게다가 수업이 없는 날이면 우르르 몰려가서 홍보활동을 한다. 샘플 교재나 안내문을 보여주면서 신규 회원을 영입하는 활동인데 물론 활동에 집중하는 날도 있겠지만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 자리 잡게 되면 그날은 친목도모의 시간이 됐다. 간식을 사서 나눠먹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있다 보니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니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또 수업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직업이다 보니 수업이 일찍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저녁을 먹거나 노래방을 가기도 했다. 일이 아니라 마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기분이랄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간혹 집에 초대받아 놀러 가는 날도 있었고 지역 이동이 많다 보니 차량이 있는 직원들과는 카풀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친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직장 동료들과도 매우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입사한 지 두어 달 지났을 무렵 나보다 두 살 어린 신입 교사가 들어왔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또래라 동료들 중에서도 더욱 가깝게 지냈고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서로 이름을 부르며 동생이 아닌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 노래방에 가면 서로 슬픈 노래 배틀을 하며 몇 시간 내내 노래를 부르다 목이 쉬었고 둘이서 밤을 새워 놀러 다니기도 했다. 한창 연애에 관심이 많았던 나이라 사소한 연애 썰도 공유하며 나름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고 유독 특별하게 생각했던 친구라 함께 했던 시간이 즐거웠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중 하나다.


하지만 즐거운 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는 법. 한가로운 신입 교사의 생활이 끝나자 일주일을 꽉꽉 채워 수업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실적 압박이 함께 찾아왔다. 각자의 월급과 팀장, 지사까지 연계된 실적 구조라 심적인 부담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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