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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Dec 11. 2022

3-1. 사랑스러운 아이들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3-1. 사랑스러운 아이들


쌍꺼풀 없이 수수한 외모를 가진 나는 어릴 때부터 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옷차림만 단정하게 갖춰 입으면 선한 인상에 속하는 편이라 학습지 교사로서 수업 인계를 받을 때도 별 탈없이 넘어갔던 것 같다.


대신 성격 자체가 조용한 편이라 아이들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조곤조곤한 내 성향과 잘 맞는 아이들은 학습 진도에 무리 없이 잘 따라와 주었던 반면, 수업 자체를 거부하거나 나를 놀이 선생님으로 인식하는 유아들은 정말 다루기 어려다. 게다가 수업시간은 어찌나 짧은지... 10분 안에 그 아이들을 통제하고 수업으로 이끄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인사만 해도 1~2분이 지날 텐데 10분 안에 수업을 끝마친다는 자체가 말이 되나? 그래서 유아들은 기본 30분 수업을 하는 방향으로 수업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힘든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진이 빠졌지만 수업에 흥미가 없을 뿐 대부분 선생님을 잘 따르고 좋아하는 것이 느껴졌기에 하나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들이 없었다.


직접 만든 휴대폰 고리를 선물로 받았다.

한 아이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하교 후 내내 혼자 시간을 보낸다. 남아 선호 사상의 영향이 남았는지 남동생에게 우선순위를 뺏겨 약간의 서글픔이 있는 아이였는데 집에 방문하면 나는 온전히 그 아이만의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시시콜콜한 속 얘기도 나누고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고, 다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학습 진도가 더뎌지기 때문에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어쨌든 우리의 본분은 수학 공부니까. 내가 갈 때마다 작은 선물을 준비하던 아이. 바빠서 숙제는 못했다며 멋쩍어하던 아이. 수업이 끝나고 나면 떠나는 걸 아쉬워했던 그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 근처에 살던 다른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지만 남자아이 못지않은 활발함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과 외국계 혼혈로 태어나 외모부터 달랐던 그 아이는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 슬프다는 이야기를 종종 꺼냈다. 몇몇 사건들이 있었지만 워낙 밝은 성격 탓에 잘 이겨내는 모습이 대견했던 아이. 처음엔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해서 무척 애먹었는데 한번 방법을 깨우치더니 나중에는 숙제도 잘하고 성적도 올라서 엄청난 성취도를 보여준 친구였다. 액체 괴물을 찍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무얼 하며 지낼지 궁금하다.


그 외에도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지켜보는 것 자체로도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이 일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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