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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Sep 18. 2022

1-2. 정규직이 되고 싶어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1-2. 정규직이 되고 싶어


23살,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정규직 전환의 꿈을 품고 있었다. 3개월 간의 인턴기간을 거쳐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인턴 기간을 연장하거나 정규직 전환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고 들었다. 정식으로 공지된 건 아니었지만 믿져야 본전이었고, 그 말에 없던 의욕도 팍팍 끌어올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첫 출근 날부터 소소한 잔심부름도맡아 했고 맡은 업무에도 실수를 줄이려고 수십 번 체크하는 등 꼼꼼함을 더했다. 매일 아침 30분 일찍 나와 자리를 지켰고 일이 다 끝나도 다른 일이 떨어질까 기대하며 10시까지는 회사의 망부석이 되었다. 최저시급 정도 되는 월급이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소위 말하는 열정 페이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 덕에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맡은 업무도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턴 기간 종료가 다가올 때쯤 면담의 시간이 찾아왔고 내 노력의 결과를 직접 듣게 되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뉘앙스는 대략 '맡은 업무를 잘 해내고 있다고 들었다. 인턴 3개월 연장을 제안하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떤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인턴 기간 연장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 가능한 것이기에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정규직을 기대하던 내게는 그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 아직 부족하구나.', '난 가망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쳤지만 그 자리에서 내색할 수 없기에 그러겠노라 대답하고 방에서 나왔다.


스스로는 급여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임하는 굉장한 열정 걸이라 생각했지만 속으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욕심에 젖어있는 한 명의 인간이었을 뿐. 결과를 듣고 나니 김이 팍 식었다. 또 이렇게 3개월을 보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고 그래도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날 저녁 친구를 만나 술을 잔뜩 퍼 마셨고, 인생의 쓴 맛이 이런 거냐며 한탄도 했던 것 같다.


과연 인턴기간 6개월을 마치고 나면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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