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해우소 (27)]
벌써 9월이 다 지나갔다니! 9월의 첫 글이라니!
왜 그렇게 바빴을까 생각해 봤다.
10개월의 시작과 함께 입맛의 변화가 온 하빈이.
월초에 있었던 베트남 공휴일.
공휴일이 끝나자마자 출장 간 남편.
두 달 넘게 주 4회 헬스에 빠진 나.
운동 없는 날은 하빈이 이유식 만드는 날 혹은 하빈이와 외출하는 날.
아침저녁 두 번 하빈이와 산책.
주말엔 하빈이 맡겨놓고 남편과 육아탈출 자유부부.
이렇게 써놓으니 꽉꽉 채워 보낸 9월이었구나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다음 달에 돌을 맞이하는 하빈이.
인터넷에 돌잔치를 검색해 보니 돌준맘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돌을 준비하는 엄마라는 뜻이었다.
나도 돌준맘이 되었네? 벌써 일 년이 훌쩍.
돌잔치를 안 하고 간단하게 지나가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과 사정이 맞물려 베트남에서 돌잔치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막막했는데 역시나 또 준비하다 보니 할만하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모두 부담스러운 행사라고 하여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지만, 결혼식도 하지 못한 우리는 감사인사를 전할 자리가 없었던 것이 사실. 우리가 이렇게 베트남에서 자리 잡고 가족을 꾸릴 수 있게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하기로 결정했다.
힘들다고 해도 일 년은 지나가고, 어느새 우리는 하빈이와 함께 한 뼘 성장했다.
지난 주말, 돌잔치 경품을 사러 갔다가 사온 와인을 하빈이를 재우고 한잔 하며 남편은 말했다.
짜증은 전염되는 것 같다고.
내가 하빈이 케어에 지쳐 짜증을 내면 그 짜증이 자신에게 돌아올 거 같아 자기 자신도 짜증이 난다고.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나도 모르게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면 짜증이 난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컨트롤하기 힘든 짜증.
그래서 내려놓고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라고 남편은 말했다.
미련 가지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남편과 나 하빈이 셋다 편한 방법으로 살자. 다시금 다짐하게 되는 밤이었다.
짜증 말고 웃음이 전염되도록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단순하게 육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