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흔들리지 않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아이들 교육에 대한 나의 방식, 나름의 교육철학이다.
헬리콥터맘이나 잔디맘처럼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장애물을 제거해 주고, 온갖 일에 다 참견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줄 수 있게 도와주자. 즉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키우자'가 내 생각이었다. 그 마음은 여전하다.
작년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은 "친구들은 엄마가 책가방을 챙겨준데, 엄마가 준비물을 안 챙겨줘서 못 갖고 와서 내가 빌려주었어." 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유년시기에 최대한 많은 실수를 해봐야 한다고. 어설프고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내가 넘어지고 쓰러져봐야 조심하는 방법,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기에 그런 경험을 많이 쌓아보라고 일부러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때가 많았다.
참을 인 자 셋을 그리는 내 속은 터질지언정 믿고 기다려 주었다.
아들을 그런 방식으로 초등 6년을 키워냈다. 다행히 무탈하게 보냈던지라 나름 가슴을 쓰라리며 안심했다. 덕분에 남몰래 노심초사했던 마음은 무뎌졌고, 바쁘다는 핑계로 몰래 책가방을 뒤지는 것도 어느새 잊고 지냈다.
이번 주 월요일 오전,
"엄마. 나 중학교 예비소집일인데, 배정통지서가 안 보여!"
"어디에 두었길래? 잘 찾아봐"
"버린 것 같아."
헉, 너무나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들.
"그래, 선생님한테 없다고 말씀드리고 죄송하다고 와"
나 역시도 아들의 무심한 태도에 속이 터졌지만, '종이 한 장쯤이야~' 없어도 그만일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하였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다음 날 중학교에서는 전화가 빗발쳤다.
'배정통지서가 꼭 필요하다, 오늘까지 제출해라, 이미 다른 아이들은 재발급받았다, 초등학교에 다시 문의해 봐라, 우리도 보고해야 한다' 등등
그 종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꿈에도 몰랐다. 초등학교에 전화를 하니 여러 곳을 연결-연결되어 이른 답은 '담임선생님께 연락드려라'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꿀 같은 시간을 보내고 계실 담임선생님께 너무도 죄송했지만...... 어쩌겠는가... 엄마는 강하다 아니 엄마는 뻔뻔하다! 죄송함을 무릅쓰고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은 학교로 부리나케 달려오셨고, 교육청에 문의하여 겨우겨우 출력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려요~~ 슨상님~~"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든 이 사태를 통해 우리는 다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정신줄을 다시 붙들어 맬 수 있었던 사건 덕분에 나 역시도 예비중학생 준비사항을 꼼꼼히 챙겨보게 되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왜 모든 것들이 다 이번주 주말이 마감인지. 만약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간과하고 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허둥지둥 될 뻔했다.
청소년증을 만들고, 미루고 있던 예방접종을 부리나케 마치고, 교복을 맞추러 지정된 교복집에 가고, 체육복도 맞추었다. 아, 맞다! 점점 거북목이 되어가고 키 성장이 걱정이 되는 아들을 위한 체형교정도 다녀왔다. 딱 성장 호르몬이 폭발하는 이 시기에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졌다. 틈만 나면 집에서 지지고 볶는 아이들을 위해 만화책이라도 읽으라고 도서관에도 풀어놓았다.
신발을 수없이 벗었다 신었다 한 한주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제 겨우 겨울방학은 2주가 지났다. 앞으로 우리가 복닥거릴 6주라는 시간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예비 중학생 아들과 초등 고학년으로 접어드는 딸과의 시간, 멋들어지게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