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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로 Jan 19. 2024

휠체어 타고 3조 낼름한 ㅈㅌㅅㅎㅈ

부자의 그릇

5조 7천억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기분을 떠나 가늠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사과박스에 만원 권을 채우면 20억 넘게 들어간다. 이 사과박스를 2,500개 쌓으면 5조다. 우리나라 재계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 그는 5조 7천억이란 돈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돈을 빌린 이유는 세계적인 철강그룹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빌린 돈으로 제철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곳은 꿈의 제철소로 불렸다. 꿈의 제철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다를 메워야 했다.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만 있다고 아무나 바다를 메울 수는 없었다. 허가가 필요했다. 그가 바다를 메울 수 있던 이유는 로비계의 스티브잡스였기 때문이다. 사과박스에 돈을 채워 은행장과 국회의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사과박스로 시작된 꿈의 제철소는 1995년 일부 완료됐다. 첫 삽을 푼 지 5년 만에 일이다. 그렇게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제철소가 가동된 지 약 2년, 꿈의 제철소는 무너지고 만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빚 때문이었다. 한보철강의 자본은 900억인데 은행 빚이 5조 7천억. 한보는 대책 없이 돈을 쓰다 부도를 맞았다. 이 사건은 IMF의 불씨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중 2조 정도만 꿈의 제철소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이 사건을 '한보사태'라고 한다. 이 일로 탄탄대로를 걷던 정태수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는다. 검찰수사를 받는 회장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회장의 모습. 다들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원조가 바로 정태수 회장이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그는 서울구치소에서 청문회를 받는다. 남은 3조의 행방은 묘연했다. 청문회 중 이상수 의원이 질문했다. "3살 손자한테 15억 원짜리 집을 줬죠?" 그러자 정 회장은 자기돈으로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도 나머지 3조가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정태수 회장은 15년 형을 받는다. 그렇지만 반전. 약 5년 뒤 건강상의 문제로 특별사면된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 반성은 했을까?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에서 72억을 빼돌려 검찰에 적발되고 만다. 이 때는 휠체어 등장 대신 해외로 도망갔다. 치료를 핑계로 일본으로 출국 후 12년 동안 도망쳤다. 아마 남은 3조로 떵떵거리며 잘 살았겠지.


많은 이야기가 생략됐지만 개인의 욕심이 IMF를 초래했다. IMF는 듣기만 해서는 실감이 어렵다. 이 당시 한보철강에 1,100명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삼미, 기아, 제일은행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망했다. 실로 애석한 사건이다. 한 개인의 욕심과 무책임이 만든 결과는 참혹했다.


반면 당시 재계서열 1위 정주영 회장. 같은 정 회장이지만 가는 길은 많이 달랐다. 북한에 소 1,000마리를 보냈다. 이 대단한 이벤트로 우리나라 실향민들은 금강산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 북한이 같이 사업을 하게 됐다. 국가도 힘든 일을 정주영 회장은 해냈다. 정주영 회장은 자신에게도 외쳤을 것이다. "이봐, 해봤어?". 정주영 회장처럼 살고 싶다. 대기업 총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 인생 가치관 '생각하는 대로 살자'를 이루고 싶다. 말을 하면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두 재벌 총수가 가졌던 각각의 꿈은 국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너무다 다른 영향이지만. 정태수 회장의 꿈은 과연 꿈이라고 불릴 자격은 있을까?

 

진짜 부자의 그릇은 다르다. 권선징악은 괜한 말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30대 중반. 내가 가진 그릇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담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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