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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Nov 19. 2023

인생을 온전하게 살 수 있는 길

하늘과 나, 결국엔 그렇게 단둘이 갈 수밖에 없는 소롯길이다

인간이 신을 이해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형성하는데 근간을 이룬 뼈대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겐 그것이 종교이고, 어떤 이에겐 가까운 부모나 명사, 역사적 인물 등 다양할 것이다. 올 초 김승호 회장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릎을 쳤던 대목이 있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도 종교에 대한 많은 회의를 느낀 인물 중의 하나다. 예수님이 그리스도, 즉 메시아이냐의 여부를 떠나 예수가 보여준 삶과 전해준 말씀은 그를 스승으로 모시기에 합당하다고 김승호 회장은 이야기한다. 3년간의 깊은 기도와 사색 속에 그는 어느 날 해탈과 같은 깨달음을 얻으며 더 이상 사람들이 모여있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더 이상의 굴레나 속박, 또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인간이 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언어가 다른 인간이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신은 만물을 통해 깨달음을 주고 느끼게 한다. 만고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우리네 인생 선배들은 ‘인간이 인생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라고 말을 한다. 맞다. 그러하다. 살면 살수록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성공 가도에서 날았던 인생 선배들이 말하길

젊은 날에 성공을 위해, 좀 더 줄을 잘 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빛나는 별 같던 선배들이 이제는 뒷방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 육아 중이다. 20년 이상의 나이 차를 넘어 나를 인생의 친구라 불렀던 그분들은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다.      


은퇴하고 세상에 나와보니 내가 산 게 그게 인생이 아니었어. 인생이 별거 아니었어. 그렇게 죽어라 일만 하고 살 게 아니었는데…. 널린 게 일이고 마음을 비우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 그런데 그땐 몰랐어. 난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게 재미있게 살고 싶어. 그러니 자네도 너무 사는 것에 애쓰지 말고 인생을 즐겨. 시간이 너무 짧아. 친구도 많이 필요 없어. 나이가 들면 진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 한두 명이면 돼. 자넨 내 친구야”     


주변에 은퇴하신 선배님들은 늘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이는 어려도 자넨 내 인생의 친구야. 그러니 늙어서도 연락주고 받는 사이가 되자구”     


한 선배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을 줄여가야 한다고 말이다. 정말 마음을 나누며 마지막 가는 길을 정리할 수 있도록 친구는 아주 최소한으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 역시 지금은 모든 시간을 읽고 명상하고 마음을 닦는데 몰두하고 있다. 인생으로 태어나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면서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8남매의 장남으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했고, 결혼해서는 자식들을 거둬야 하니 그의 인생이라곤 생활인으로 사는 삶이 다였던 그다.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가 언젠가 옥스퍼드 대학을 방문할 일이 있었을 때 그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고 했다. 너무도 공부하고 싶었는데 하지를 못했다고 말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공허함이 밀려올 때 그는 가슴 아프게 내게 물어왔다. 




그래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어


인생에 진리는 있죠?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땅을 파다가 젖은 흙이 나오면 우물이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더 깊이 파면 결국 샘이 나오잖아요. 그러니 저는 끝까지 진리를 찾을 겁니다!    


그는 내가 만난 인생의 친구 중 가장 지성이 빼어난 사람이다. 인도철학을 전공한 그는 평생 자유로운 삶, 그리고 온전한 인생을 꿈꿨다.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늘 명상과 기도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은퇴하면 꼭 순례자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 자신의 인생인데도 누군가를 부양하고 책임지며 살아왔던 버겁고도 고통스러웠던 삶을 벗어버리고 그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날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은퇴하고 나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분명 그의 계획 속에도 생각지도 못했을 일일 것이다.    

 

갑자기 나빠진 건강 탓에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그는 많이 위축되었다. 의식은 뚜렷했지만, 그의 몸은 그의 생각을 따라주지를 못했다. 그의 친구들이 1년 새 절반 이상 이 세상을 떠났다. 조금 남아있는 기운으로 그는 지금도 말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근본을 온전히 세우면 모든 우주가 연결되어있어 정말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강했고, 참으로 지성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유일하게 나였다. 1급 고위공무원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그의 아내는 그가 인생 철학을 이야기할 때마다 직급으로 그의 인생 철학을 밟아 뭉갰고, 그럴 때마다 그는 정말 처절하게도 울었다. 그리곤 1급 아내의 삶을 불쌍하게 여겼다. 거죽은 화려한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모습으로 살며 안절부절못하는 그러한 인생이 얼마나 못났냐고 말이다.  

    

인생을 올곧게 살려는 또는 사는 사람을 만나면 그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섰고 함께하고 싶어 했다. 함께할 사람이 없어 너무도 고독할 때 그는 내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쏟아내고 쏟아냈다.    

  

“제가 틀렸나요? 인생이 온전할 수 있는 것이죠? 땅을 깊이 파다 흙이 젖으면 결국 샘을 찾게 될 거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사님은 저를 이해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지음이신걸요”     

어린 후배인 나를 깍듯하게 대하시며, 인생의 여정 가운데 만난 인격체로 그는 나를 존중해주었다.    



진리를 찾았다고 믿었던 지난 30년간의 나의 삶


나는 모태 기독교 신앙인이다. 주일에만 교회에 가는 일요일에만 교회 가는 크리스천이 아니라 나의 모든 삶을 신앙에 투자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성령도 받아보았고, 신께서 베풀어주신 기적과 이적도 경험해보았다. 신을 부인하지도 않고 그가 없이 난 살 수 없다. 그 신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신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설교를 들었고 오랜 세월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나를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 30년 이상의 시간을 공들였다. 김승호 회장이 번민하며 고뇌했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신과 진정한 신은 다르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종교라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은 잘되기를 원하고 절대 온전한 자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괴상망측한 종교들이 생겨나고 인생이 온통 고통으로 얼룩지게도 된다. 메시아 예수님을 만나도 역시 내가 깨달은 만큼만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가 있다. 깨닫지 못하는 믿음은 오래갈 수도 없고 역경의 산을 넘게도 못한다.      


     

나의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다윗의 하나님, 그리고 예수의 하나님. 하나님은 이들과 직접 대면하셨고 이들에게 말씀을 주셨다. 그리고 이들은 그 말씀을 통해 백성을 다스리고 영적으로 지도했다. 그러나, 결국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 나는 지금 나의 하나님을 찾아가고 있다. 깨닫지 않고선 갈 수 없는 신앙의 길이다. 이성을 짓누르는 믿음은 지속되지 못한다. 깨달은 만큼만 갈 수 있는 그 길, 나만이 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신은 종교만의 신이 아니다. 인생이 신을 깨달아가는 길은 종교만이 아니라 각종 학문, 과학, 문화와 예술 등 다양하다. 종교는 그 길 중의 하나이다. 지난 30년의 인생을 돌아볼 때 종교 속에서만 하나님을 찾는 삶을 나는 살아왔다. 그래서 인생이 폭넓지를 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의 오랜, 그리고 연륜 있으신 어르신 선배들이 내게 인생을 물어올 때 난 그저 내가 배운 교리 안에서 성경 안에서, 그리고 들은 말씀 안에서 나의 작은 생각을 말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결국 차원만 다를 뿐 길은 하나로 이어지고 만나게 된다. 경부든 중부든 영동고속도로건 결국 서울 가는 길이 만나듯 말이다. 각자의 개성과 차원대로 인생의 길을 찾는 방법이 다른 것을 나는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알지는 못했다. 진실로 깊이 깨달았다면 가슴을 치며 우는 그 선배님께 ’인생의 참 진리는 이겁니다!’라고 속 시원히 이야기해줬을 것이다. 종교라는 빵틀 안에서만 진리를 이야기했던 나 자신이 참 부족했던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가 아파 올 겨울은 남해에서 보낸다고 한다. 이제 그의 아내도 더 이상 그의 길을 가로막지 않는다고 했다.      

안심입명(安心立命)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본래 영생의 존재임을 자각해서 굳게 믿고,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한 다음 그 반석 위에 삶이라는 건물을 탄탄하게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죽음도 끝이 아니니까, 다시 기초부터 탄탄히 해도 늦는 것이 아니죠”     

그가 평생을 간절히 소망해왔던 그 삶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한 삶의 궤도에 오르기를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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