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한 추위가 느껴지는 겨울이 왔다. 겨울의 진입부, 0도씨 근처를 오르락내리락 하니 아쉬워하며 햇살을 쪼여본다. 아침에 잠을 깨면 가장 먼저 작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하나씩 생각해 본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남겨지는 삶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득, 나의 기도와 속마음을 하나하나 들어주는 절대자에 대해 생각이 불현듯 스쳐간다.
‘사랑은 시간이다’
사랑하면 시간을 내어주고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 나의 일생동안 매일 매 순간,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내가 부르면 쳐다봐주고 들어준다. 때론 응답이 없을지라도 아니면 내가 응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이라도 그는 언제나 곁에 있다. 싫은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어지는데 하물며 단 1초라도 말을 섞고 싶으랴. 언제나 불러도 좋은 그, 언제나 부를 수 있는 그,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는 그.
그래서 그의 이름이 사랑인지도 모른다.
누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겠는가. 누가 나의 인생 가는 길 손을 잡아줄 수 있겠는가. 사람은 연약하여하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러한 약한 인생을 붙들고 또 길을 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의 영역과 신의 영역은 참으로 다르다. 그래서 인간은 한없는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고, 신에게는 한없는 믿음과 사랑이 필요하다. 인간과 신을 사랑하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많은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오해는 ‘오히려 해가 된다’해서 오해라고 배웠다. 모든 것을 신의 뜻이라며 오해할 필요도 없고, 또 모든 것을 내 관점에서만 이해를 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삶을 살아가는데 언제나 필요한 것은 사랑과 이해라는 것이 진리다. 영원까지 믿고 의지하며 사랑할 그가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시간을 내어주지 못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고 이런저런 변명꼬다리를 달아보지만... 결국,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니 더욱 그렇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그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시간을 내었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사람들. 내가 힘든 일이라도 있다 치면 만사 팽개치고 달려올 사람들... 아무에게나 던져줄 수 있는 먹다 남은 생선꼬리 같은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고, 살점이 포동포동한 생선의 가운데 토막같은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함께해 주었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