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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Oct 16. 2015

강아지들의 외출

유모차는 내 자동차

강아지 두 마리가 유모차에 실려 외출을 나왔다. 

두 녀석 모두 예쁜 옷도 차려입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좀 드신 것 같다.

음악이 흐르는 바깥에 나왔는데도 너무 얌전하다. 어쩌다 외출을 나가는 강아지의 경우 허리 높이까지 펄쩍펄쩍 뛰어오르곤 하던데, 이 두 마리는 뛰기는커녕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중이다. 두리번거리는 기색도 거의 없다. 주인 할머니가 자주 데리고 나오셨던 듯, 어색하거나 낯설어하지도 않는다.

두 마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앉아있다가는


낯선 이가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일까?

어느 순간 둘이 찰싹 붙어있다. 외출이 기분좋기보다는 뭔가 지친 기색이다. 

자세히 보면 두 마리 모두 매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보이는데

할머니가 세세한 손길로 보살피시기는 힘든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나저나 요즘은 유모차가 참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춘희막이'의 첫 장면도 텅 빈 논밭에 줄줄이 서 있는 세 대의 유모차를 비추면서 시작하는 것이 굉장이 인상적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낡은 유모차들은 허리가 굽은 '꼬부랑' 농촌 할머니들의 이동을 위한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젊은 부모들이 끌고 다니는 날렵하고 디자인 세련된 요새 유모차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이동수단으로서의 유모차도, 이렇게 강아지들의 외출용으로 쓰이는 유모차도 다 쓰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직 겨울도 아닌데 추울까봐 담요까지 깔아놓은 유모차 위에 강아지들을 태워서 나오신 할머니의 마음이 따뜻하다. 올 겨울, 가끔 외출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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