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아무 생각없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강화 외포리였다. 이전에 왔던 호박꽃게탕 집을 바라보던 여자의 눈에 ‘외포리 선착장’이 눈에 들어왔고, 여자는 망설임 없이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육지에서 너무 가까워 연안여객선 대신 그저 배가 다니는 곳. 일정한 승선 시간이 없이 차와 사람이 꽉 차면 배를 운행하는 곳.
여자는 그렇게 석모도로 출발했다. 궂은 날씨인데도 석모도로 들어가는 배는 꽉 찼다. 출발한지 2분여 남짓 지났을까, 그새 도착한 것에 놀라며 여자는 갈매기들에게 나눠주던 새우깡을 주섬주섬 챙겨넣었다. 더 이상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아진 여자가 차를 세운다. 횟집과 민박이 요란한 간판을 내걸고 유혹하는 선착장 주변을 지나가던 여자가 발걸음을 멈춘다.
새우튀김을 팔고 있는 식당을 보자 그제서야 여자는 자신이 어제부터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여자의 주춤거리는 모습을 본 주인 여자가 반갑게 외친다. “어서 오세요, 튀김 좀 드릴까요?” 약쑥 튀김과 새우 튀김을 적당히 섞어 5천원에 판다고 했다. 우산을 쓰고 있는 여자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튀김옷을 입혔는데도 향긋한 쑥내음이 은은하게 공기에 떠다닌다. 잔잔한 크기의 새우는 별다른 손질 없이 통째로 튀겨내 수염부터 꼬리까지 모양이 살아있는 녀석들도 있다. 익숙한 손놀림의 주인 여자가 튀김을 다시 튀겨내는 동안, 외지인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내 하나가 “묵으실 데는 정하셨는가?” 묻는다. 여자가 도리질로 응수하자, 재빨리 명함을 건네는 사내. “그럼 우리 집에서 묵으셔야지. 바로 요 앞에 있어서 나중에 배 타러 나갈 때 수월해요. 내일은 배 타려면 여기서 한참 기다려야 탈 수 있거든. 우리 집이 다 좋은데, 선착장 쪽에 있어서 조금 늦게 방이 차. 지금 해수욕장 들어가면 10만원 넘게 달라고 할 거여. 내가 8만원에 줄 테니까 이따가 전화해요” 따뜻해진 튀김봉지를 건네받자 여자의 어색함은 잠시 시간을 번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천천히 걸어나가는 여자.
잠깐 배를 타고 건너왔을 뿐인데, 빗속의 공기는 사뭇 달라져 있다. 우거진 수풀이 뿜어내는 향기와 비에 젖은 흙내음이 한데 어우려져, 섬을 덮고 있는 낮은 구름과 함께 천천히 흘러간다. 나지막한 산 중턱에는 운무가 껴 있어,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어울린다. 인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 차가 지나갈 때마다 옆으로 비켜 주는 수고를 계속하며 여자는 걸어간다. 뒷맛이 씁쓸한 약쑥튀김과 새우튀김을 하나씩 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