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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허물인생 30화

허물인생(30)

허물 모으기

by 강도르

사회로 나가기 전에


군대를 가지 않고 대학교를 바로 졸업했기 때문에 만 나이로 23세에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됐다.

이르다고 생각을 하면 이른 나이지만, 여자들도 빠른 사람들은 충분히 사회로 나가는 나이 이기도 하고,

군대를 가지 않는 나라에서도 이 나이보다 이른 나이에 사회로 나가게 된다.

이 나이가 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겪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린 생각과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로 나가기 전, 다시 하번 내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일들로 성장을 하고 벗어던진 허물들을 모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울타리


이미 어린아이들을 둘이나 키우고 있는 부모가 된 나이가 됐음에도, 가정이라는 첫 번째 울타리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내가 가정에서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곱씹어 보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도 있지만,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정말로 중요하다.



최초로 만나는 사람인 부모와의 소통에서부터가 많이 엇갈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인간의 소통은 자극과 반응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 자극과 반응의 학습과 기질의 합쳐져 성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물은 수시로 변화하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많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불안은 불필요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자극을 주고, 그러한 자극이 좋은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혼자서 생각한 알고리즘으로 내놓은 행동들은 타인으로 이해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자극으로다가오고, 그러한 자극들의 연속은 고립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불안을 주지 않고, 점점 더 크게 다가오는 갈등과 문제들을 이겨나갈 힘을 기르는 게 육아의 주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은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하게 하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릴 적에 충족되지 못했던 많은 욕구들이 있지만,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이 곧바로 결핍을 낳거나 하지도 않고, 그런 욕구들이 굴절되어 다른 방향으로 향하여 다른 방법으로 충족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첫 번째 허물은 생각보다 벗어던지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자극이 적었던 것도 있고, 스스로가 억압된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굴절 시켜 많이 해소를 했기 때문에

어릴 적의 내 모습은 해맑은 모습들이 많았다.

좋은 언어와 좋은 방식으로의 의사소통 방식을 학습하지는 못했지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즐거운 일들은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의 갈등


첫 번째 허물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유아기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부모님이 나에게 적대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단어 선택은 갈등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부모와 자식의 사이에는 일방적인 소통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있어서 부모와의 갈등의 문제는 '학업'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고,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사람들을 두루 살피는 성향이 있어서, 부모님이 싫어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요구사항이 많았던 동생과는 다르게, 나는 요구하지 않고 침묵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상황은 많이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이미 학업이라는 이유로 싫은 소리를 다 듣고 있어서, 여기서 더 싫은 소리를 듣는 여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 '침묵'으로 인한 부모님과의 갈등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침묵은 절대로 상호 이해를 만들어내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가정 내에서의 나의 침묵은 내가 나로 존재하고 버티기 위한 선택의 결과였고, 그것은 하나의 내 허물로써 자리 잡았다.


두 번째 울타리


이렇게 허물을 벗으면서 나름의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받은 나로서는 학교로 가서도 비슷했던 허물을 만들어 갔다.

학교에서도 부모를 대하는 것과 비슷했다.

반대로, 내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편해졌고, 목소리가 큰 사람보다는 작은 사람들이 좋았고

그런 사람들을 친구로 택하고, 일방적인 소통관계를 선호했다.

내게 위해가 될 것 같은 친구들은 경계하고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은 가까이에 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초등학생의 사고방식으로써는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제대로 된 교우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어떤지를 알기 전까지는, 부모가 나를 대하듯이 나도 다른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 결과가 왕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게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학교라는 울타리에는 더 이상 호의적인 시선이 없었다.


왕따 -듣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의사소통의 결과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방식은 결국 나를 고립시킨다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향에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학습한 사람이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타고난 기질로 결국 이 상황을 극복할 수는 있었지만, 그만큼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사건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는 꽤나 큰 시간이 걸렸었다.

사건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갔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들과 여러 가지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결국은 이런 일들로 커다란 허물을 만들어 낸다. 옳지 않은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약간의 강박을 가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제껏 살아온 나를 부정하고 이제는 새로운 나를 만들기에 집중을 했었으니까


자기 비하 자존감의 상실 그리고 성장


이제껏 나의 삶을 어떤 식으로 살겠다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방황하듯 살았던 날들을 후회하고 나를 가꾸지 않았단 사실에 너무 후회가 막심했다.

운동하고, 마음을 갈고닦고, 더 좋은 가치관, 더 좋은 경험을 갈구하기 시작하면서 선민사상 같은 것이 생겼었던 것 같다.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은 것들은 단박에 잘라냈고, 그리고 그것을 수정하고 고치려 들었다.

그리고 그런 행위들을 하는 사람들을 나와는 다르다며 내 마음속으로 차별하기 시작했고

쓰레기라고 멸시하며, 거리를 두면서도 결국은 어딘가에서 닮아있는 부분들을 확인하고 깊은 자기 비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달라지겠다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인간이라는 근본에서는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남들과 차별화하면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다시 자존감이 회복되는 이상한 순환이 이어졌다.하지만 여러 가지 좋은 경험들 덕분에 나는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나쁘게 보이는 성장 일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렇게나마 허물을 모아가면서 나를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인 - 한 사람의 몫, 그리고 끝없는 허물들


이제부터 써 내려갈 이야기는 성인으로서, 인생을 살아가게 될 이야기들을 하게 될 것이다.

과거 회상도 회상이겠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거기서 느낀 점들과 양분이 될 부분들을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허물 인생은 굉장히 장기 연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이 많았고, 거기서 나오는 공감과 감동도 찾아볼 생각이다.

중간중간 좋아하는 글귀와 영화나 만화 등을 통해서 여러 가지 공감대도 형성하면서 즐겁게 글을 써내려가 볼 생각이다.

이제 진짜 프롤로그가 끝난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고 느끼게끔 글을 쓰는 게 내 목표였으니까.

지금까지는 시간에 쫓기듯이 글을 많이 썼지만 좀 더 즐거운 이야기들을 쓸 수 있도록 많은 공감을 받았으면 한다.

나처럼 조금의 외로움을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공감대를 만들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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