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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2015. 2. 22. 13:56 - 10년 전의 내 회상

by 강도르 Mar 28. 2025

 꿈이 심히 재수 없었다.

그 꿈의 내용이랑 크게 관련은 없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됐던, 한 친구가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때 내 성격은 말 그대로 독불장군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때 모의고사를 치던 도중 한 선생이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지금 치고 있는 모의고사 성적, 처음 치는 모의고사 성적을 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진심으로 빡쳤었다. 멋대로 내 고등학교 3년을 단정 지어 버린 선생과 막연히 저 말이 맞는 말일 거 같은 느낌이 합쳐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러운 기분을 만들었다.


항상 똑같았던 중학교까지의 인생, 내가 못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었던 시절들, 난 원래 못난 거라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이때까지 반복됐던 내 삶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아마 그날 이후로 야자시간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어떻게든 이 더러운 굴레를 벗어나려고 나름 발버둥 쳤던 거 같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만난 게 꿈속의 그 친구였다.

성격자체가 순하고 착한 친구여서 곧잘 가깝게 지냈다. 이과에 있는 내 친구들과도 함께 잘 어울렸고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연락하고 지내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만 아마 그 이유는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녀석이 나를 믿고 내가 하는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더라면

아마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내 성격이 그때에도 있었더라면 지금 잘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 시간문제였지 결과가 다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자격지심.


난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이 개똥 같은 곳에서 한번 벗어나보자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많이 했었다.

그 잔소리는 대부분 이런 내용이었다.

"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냐?"

그럼 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해봤는데 안된다"

그때마다 미쳐버릴 거 같았다.

그 못난 나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고작 한두 번 해보곤 안된다며 자기 자신을

결정해 버렸다.

마치 지금 내가 노력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듯이 그렇게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더 격하게 몰아붙였다. 할 수 있다고 '안 하던 짓 하다가 하려니까 힘든 거'라고 그렇게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가끔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도 아낌없이 했었다.

하지만 그 잔소리는 이미 그 친구들에게 소음이었고 그 친구들은 내 곁을 떠나갔다.

종종 국립대학교에 다 같이 가서 진짜 재밌게 노는 상상을 했었다.

가끔 쉬는 시간에 하던 미래의 얘기들이 우스워질 정도로 그 친구들은 빠르게 떠나갔다.

좀 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자면, 내 말을 믿어줬더라면, 나를 믿고 마지막까지 으쌰으쌰 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대학교 가서야 깨달았지만 변화는 남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무언가의 강한 계기로 스스로가 변화를 가져와야 했다.

결국, 다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조차 묻지 않는 사이가 돼버린 지금,

과연 그때 내가 그 친구들에게 무관심했더라면, 달랐을까?

물론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 나름의 최선이었을 거라 믿는다.

나도 그 당시엔 몰랐기에 그때는 내 나름의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꼈던 다급함과 조급함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처럼 어떤 목표나 의지가 다들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같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이 들고 이제야 느끼지만 참 다르다. 다들 너무...

그 다른 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내가 넓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을 수용하면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부정해 버리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게 힘들었던 거 같다.

인간관계

어려운 건 이해하려는 나와 이해받을 수 없는 나가 공존하기 때문에 힘든거겠지만

나에게만 일어날 거 같았던 헤어짐이 사실 상대편에게 있어서도 헤어짐이고, 헤어진 만큼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라고 표현했었다.

그럼 뭔가 내가 편협하고 내가 이질적인 사람이라 다 떠나게 된 거 같은 죄책감이 드는데,

다른 표현으로 해보자면

자연스러움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딱 한번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때를 반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다시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움 아니겠나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하겠지 싶다.

누구의 탓도 아니고 서로가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더 볼 수 없었던 것뿐,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더 많은 것을 보려고 책을 읽고 사람을 연구하고 노력할 뿐이지.

사실 이 글을 처음 쓸 때는 열등감에 먹히지 말자 이런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러면서 열등감에 먹혀버린 사람을 탓하는 거 같고 쓰다 보니 그냥...

사람이니까 그런 거지 싶기도 하고, 탓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책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때 난 필사적이었을 뿐 지금 생각해 보니 아쉬움이지 그때 당시엔 배신감이었고

세월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구나 뭐 이런 생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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