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일상 가이드
제로웨이스트 일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까? 시작이 막막하다면 <제로웨이스트 일상 가이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매 호 하나의 주제를 정해 일상 속 일회용품을 대체할 물건과 그 사용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 주제는 가정용 커피 도구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일에는 여러 겹의 즐거움이 있다. 취향에 따라 원두를 고르고, 원두 가루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구경하고, 서버에 커피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집안 가득 향기가 퍼지면 마음이 왠지 차분해진다. 무엇보다 잠옷을 입고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종이 필터와 커피 찌꺼기를 버리다가 문득 의문이 든다. 일 년에 수십, 수백 장을 쓰고 버리는 종이 필터를 대신할 도구가 있지 않을까? 혹은 캡슐 커피 머신을 사용한다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캡슐의 대체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제로웨이스트 일상 가이드> 첫 호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여러 종류의 커피 도구를 직접 사용하면서 장단점을 알아봤다.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천 필터는 오일 성분을 투과해 묵직하고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커피 맛을 낸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보풀이 일거나 추출 속도가 느려지면 몇 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 스테인리스 필터는 관리하기가 덜 까다롭고 더 오래 쓸 수 있다. 다른 소재의 필터와 비교했을 때 구멍이 가장 커서 오일 성분뿐만 아니라 미분까지 함께 추출된다. 그래서 커피 맛이 진한데, 취향에 따라 텁텁하게 느낄 수 있다. 스테인리스 캡슐을 사용하면 집에 있는 캡슐 커피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관리하기도 비교적 쉽지만, 조작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초기 비용이 부담되기도 한다.
어떤 대안을 선택해도 일회용 필터나 캡슐을 사용하는 것만큼 편리하지 않다. 하지만 작은 번거로움은 제로웨이스트 일상을 만들어가는 데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생활 곳곳에서 나와 지구를 위해 노력한다는 뿌듯함. 내게 잘 맞는 물건을 찾고 길들여 오래오래 함께하는 기쁨. 집에서 즐기는 커피를 더욱 맛있게 해줄 비법들이다.
소창은 목화솜으로 만든 천연 섬유로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한다. 찜 요리를 할 때 재료 밑에 깔거나 두부를 짤 때도 쓰인다. 커피나 차를 내릴 때도 유용하다. 쓸수록 길들어 부드러워지고, 커피 물이나 찻물이 들면서 멋스러워진다.
• 첫 사용 전에 소창 원단의 풀기를 제거한다.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넣은 물에 30분가량 삶은 뒤 깨끗한 물에 헹구면 된다.
• 일반 드리퍼에 끼운 뒤 뜨거운 물로 린싱해 필터가 벽면에 잘 달라붙게 만든다. 커피 내리는 방법은 종이 필터를 쓸 때와 같다.
• 사용 후 곧바로 커피 찌꺼기 혹은 찻잎을 버린 뒤 온수로 세척한다. 세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를 쓴다.
•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리거나,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정수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준다.
•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잘 말린 필터를 밀폐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 가끔씩 삶아 쓰면 더욱 위생적이다.
“필터가 얇고 구멍이 커서 커피가 과다 추출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일 성분이 함께 추출되어 맛있고 아로마가 풍부했다. 약배전 원두와 궁합이 좋다.”
“종이 필터를 쓸 때보다 커피 추출되는 속도가 느렸다. 다소 쓴 맛이 났다.”
“종이 필터를 쓰고 나면 원두 찌꺼기를 말리느라 하루 정도 방치하는데, 소창 필터를 쓰니 바로 치워야 한다는 점이 귀찮았다.”
“네 번째 사용할 때부터 린싱을 해도 커피에서 잡내가 났다. 커피가 산화된 맛도 났는데, 아무래도 관리법을 꼼꼼히 따르지 않아서인 것 같다.”
삼베는 대마 껍질에서 얻은 실로 짠 한국 전통 직물이다. 대마는 농약 없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재배 과정에서 땅을 덜 오염시킨다. 공기가 잘 통하고 항균성이 뛰어나서 여름옷, 수의, 홑이불 등을 만드는 데 오랫동안 쓰여왔고, 커피 필터로도 제격이다.
• 첫 사용을 위해 필터를 삶는 시간이 짧은 것을 제외하고 소창 필터와 같다.
“한 번 삶으니 많이 줄어들었다. 삶는 과정에서 섬유가 수축해서 구멍이 좁아진 탓인지 커피 맛이 부드러웠다. 쓴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핸드 드립 입문자에게 추천한다.”
“종이 필터를 쓸 때보다 커피 맛이 깊었다. 약배전 원두와 잘 맞는 듯하다.”
“융 필터에 비해 세척이 간편하고 건조도 빠르다.”
“원두를 많이 넣은 것에 비해 커피가 맑게 내려졌다. 아이스로 마시니 깔끔하고 좋았다.”
플란넬 혹은 융은 얇은 모직물로, 가볍고 부드러워서 셔츠나 잠옷 따위의 소재로 쓰인다. 20세기 초 종이 필터가 발명되기 전 유럽에서는 플란넬 필터로 커피를 내렸다. 역사가 오래된 필터다. 융 드립 커피는 향미가 풍부해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다.
• 첫 사용 전에 먼저 플란넬 필터를 나무 손잡이에서 분리하고, 온수로 주물러 빤다. 세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 끓는 물에 원두 가루를 한두 스푼 넣고 20분가량 삶는다. 이렇게 하면 플란넬 특유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깨끗한 물로 헹군 뒤 천으로 감싸 수분을 제거한다.
• 뜨거운 물로 린싱한 뒤 커피를 내린다.
• 사용 후 커피 찌꺼기를 버린 뒤 커피 물이 최대한 빠지도록 온수로 여러 차례 세척한다. 삶으면 커피 물이 더 잘 빠진다. 세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를 쓴다.
•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리거나,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정수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준다.
•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잘 말린 필터를 밀폐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 가끔씩 삶아 쓰면 더욱 위생적이다.
“오일 성분이 많이 추출돼 맛과 향이 묵직하고 풍부하다. 깊으면서도 부드럽다. 강배전 원두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사용 후 한 시간 안에 헹궈야 커피 물이 잘 빠진다.”
“잘하면 3-6개월쯤 쓸 수 있다고 하는데, 10번 정도 사용하니 보풀이 일고 유속이 엄청나게 느려졌다. 처음이라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융 드립은 확실히 숙련해야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을 듯하다.”
스테인리스는 녹이 쉽게 슬지 않아 주방용품이나 의료기기 등의 소재로 써도 안전하다. 스테인리스 필터는 잘만 관리하면 몇 년간 사용할 수 있다.
• 드리퍼에 끼워서 사용한다. 입구 크기가 맞고 적당히 깊은 저그가 있다면, 드리퍼에 끼우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
• 커피 찌꺼기를 버린 뒤 중성 세제나 베이킹소다로 오일 성분을 깨끗이 닦아낸다.
•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칫솔로 커피 때를 제거한다.
“종이 필터, 천 필터와 비교했을 때 구멍이 가장 크다. 커피 성분이 덜 걸러져서 그런지 진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커피에 미분이 섞여 있어 텁텁한 느낌이 들었다.”
“몇 번 썼더니 구멍에 점점 원두 가루가 끼어서 추출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다. 드립하는 데 5분 넘게 걸려서 커피가 식었다. 제대로 세척하려면 미세한 솔이 필요할 것 같다.”
“잼을 바르는 스패츌러로 커피 찌꺼기를 긁어냈더니 편했다.”
“필터 홀더가 있어서 좋다. 사용한 필터를 내려 놓을 때뿐만 아니라 원두 양을 가늠할 때도 쓸 수 있다.”
• 캠핑·등산용으로 널리 쓰이지만 일상에서도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드리퍼와 탈착식 스테인리스 필터, 필터 홀더로 구성된다.
• 집에 있는 서버, 머그잔, 텀블러 위에 올려서 사용할 수 있다.
• 드리퍼 밑부분에 스테인리스 필터를 끼워 넣고 홀더로 잠근다.
• 드리퍼에 굵게 간 원두 가루를 넣고 커피를 내린다.
• 사용 후 커피 찌꺼기를 숟가락으로 퍼내서 버린다. 드리퍼와 필터, 홀더를 중성 세제나 베이킹소다로 세척한다. 식기 세척기를 사용해도 괜찮다.
• 커피 때가 남았다면 칫솔로 닦아낸다.
“비 오는 날 이 제품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니 캠핑 느낌이 나서 좋았다.”
“커피가 천천히 추출돼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을 해도 될 것 같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편리하다. 부품이 전부 분리돼서 세척하고 건조하기가 쉽다.”
“드리퍼가 커서 원두 가루가 물과 잘 안 섞이는데, 그럴 땐 숟가락으로 휘저어주면 된다.”
“커피가 아주 진하게 내려졌다. 구멍이 확실히 커서 그런지, 표면에서부터 오일 성분이나 미분이 눈으로 보였다. 바베큐 같은 캠핑 요리를 먹은 뒤 입가심용으로 좋을 것 같다.”
기존 캡슐 커피는 분리 배출을 한대도 보통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 대부분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두 가지 이상의 재질로 이뤄진 데다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집에 이미 캡슐 커피 머신이 있고 고온·고압으로 추출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스테인리스 캡슐이라는 대안이 있다. 캡슐 본체에 커피가 추출되는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다.
• 첫 사용 전 깨끗이 세척한 다음, 빈 캡슐을 머신에 넣고 서너 번 추출한다. 마른 천으로 물기를 닦는다.
• 뚜껑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캡슐을 연다.
• 캡슐 내부에 표시된 선까지 원두 가루를 채우고 꾹꾹 눌러 표면을 고르게 만든다.
• 뚜껑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캡슐을 닫는다. 원두 가루가 홈에 끼지 않도록 주의한다.
• 머신에 캡슐을 넣고 작동시킨다.
• 사용 직후에는 캡슐이 매우 뜨거우므로 10분가량 만지지 않는다. 꺼낼 때 캡슐 본체보다는 뚜껑의 가장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 중성 세제나 베이킹소다로 세척한 뒤 건조한다.
“기존의 캡슐 커피와 달리 원하는 원두로 커피를 내릴 수 있어서 좋았다.”
“추출 직후에 캡슐이 너무 뜨거워서 커피를 연달아 내릴 수가 없었다. 진한 커피를 원하거나 한 번에 여러 잔을 내리고 싶다면 캡슐을 여럿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사용 후 커피 찌꺼기를 파낼 때 마치 찐 밤을 껍질에서 파내는 것 같아 재밌었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초기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다.”
앞선 제안들 외에도 일회용품 없이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모카포트 혹은 프렌치프레스를 사용하거나 냉침을 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을 택하든 공통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다. 로스터리에 방문할 때는 원두를 담을 밀폐 용기 챙겨 가기. 커피 찌꺼기가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기.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바싹 말리기. (커피 찌꺼기를 잘 긁어내 모은 뒤, 따로 건조할 필요 없이 열린 용기에 담아 냉장고 한구석에 넣어두는 방법도 있다. 냉장고 냄새를 잡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잘 맞는 도구와 방법을 찾아가기. 그리고 취향껏 내린 커피 즐기기. 느긋하게, 실내복을 입고서…
*본 <제로웨이스트 일상 가이드>는 2021년 문화가 있는 날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 진흥원과 보틀팩토리가 주관하는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