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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립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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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지 Aug 21. 2024

새로 시작한 일

독립이야기

주민세를 냈다.


주민세는 주소를 둔 세대주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렇다. 나는 1인 가구 세대주가 된 것이다. 최근 새로 시작한 일이다. '새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이 처음으로"라는 부사라고 네이버 사전이 설명한다. 이 의미를 찾아보기 전까진 '시작'에 방점을 두고 이것저것 떠올렸다. 좀 오래 쉬었지만 다시 시작한 것, 계속해 오고 있었는데 형태를 바꿔 시작한 일 등. 태권도, 글쓰기, 팀장 일 등등 여러 가지가 떠올랐지만, 아무래도 요즘 내 인생에서 가장 핫이슈인 '독립'이 이 주제에 가장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은 정말 처음이다. 말 그대로 새로 시작한 일이다.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이 처음으로' 하는 일이다. 자취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자취를 해본 적이 있지만, 워낙 외로움을 많이 탔던 사람이라 친구들과 함께 살았었다. 독립을 시작하며 감사한 것은 원할 때 내 의지를 듬뿍 담아 독립을 했다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독립의 이유가 각각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뭔가에 쫓기듯 한 것이 아니고 '이젠 독립이 필요하겠다!'라고 느낄 때 하게 된 것이라 마음에 찝찝함 없이 개운하게 독립할 수 있었다.


독립을 하며 난생처음 하는 일이 많다. 그중 하나가 '살림'. 살림의 뜻을 또 찾아보니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정말 할 일이 많다. 집에 와서 얼마간은 2시간 넘게 집을 살폈다. 아직 청소가 안 되어있는 곳은 없나, 부족한 물건은 뭐가 있나, 어떤 게 있으면 집안일을 조금은 귀찮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궁리했다. 집에 오면 택배 뜯는 게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집도 정돈되어 가고, 내 생각과 생활도 정돈되어 갔다. 약 2달간 새로 시작한 독립을 돌아보며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속 가능한 살림 추구


귀찮은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렇다고 어질러 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돈이 좀 더 들더라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도구들을 찾는다. 그런 나의 살림을 꽤나 만족스럽게 도와주는 친구들을 소개하겠다.


1. 스판텍스 스펀지: 수전이나 싱크대에 남는 물때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깨끗하게 청소를 했는데도 남은 물기로 인해 물 자국이 남으면 더러워 보인다. 씻거나 설거지를 한 후 주변에 묻은 물을 모두 흡수해주는 흡수력이 좋은 스펀지다. 가격은 좀 있으나 이 스펀지를 쓰고 난 후 물때, 물자국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2. 언더티 행주: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행주를 오래 쓰면 나는 특유의 쉰내(?)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그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면... 그 테이블에도 냄새가 옮는다. 그러던 중 SNS 광고에서 이 행주를 발견했다. 김치 국물을 닦아도 기름을 닦아도 조금만 빨면 그 오염이 지워지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오랫동안 써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속는 셈 치고 사봤다. 2달이 지난 요즘, 행주는 여전하다. 2장에 8천 원대였는데 아직 1장은 꺼내지도 않았다. 나머지 한 장도 여전히 처음 모습 그대로다. 물론, 냄새도 안 난다. 아무거나 잘 닦이고 빨리기도 잘 빨려서 요리한 후에 가스레인지 조리대를 그냥 이 행주로 슥~ 훔치면 기름때도 김치국물도 잘 닦인다.

3. 그랑핸드 방향제: 역시 향기에 민감해서 만족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이 방향제는 동생 방에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그때도 향이 좋아서 뺏어오고 싶었다. 독립한 김에 바로 구매했다. 하나는 꽃향기, 하나는 나무향기를 구매했다. 향기로 공간을 구분했다. 꽃향기는 옷장에, 나무향기는 책장이 있는 곳에 놓고 쓰고 있다. 집들이를 N번째 하고 있는데 오는 사람들마다 입을 모아 하는 소리는 향기가 너무 좋다는 말이었다. 성공했다. 앗싸.

4. 쓰리잘비: 독립생활은 머리카락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나 싶을 정도로 집의 모든 공간에 머리카락이 가득하다. 나 참. 물론 화장실에서 모든 손질을 마친 후 머리카락을 처리하자는 원칙을 정해 그렇게 하고 있지만, 화장실에 떨어진 머리카락... 물청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구매한 쓰리잘비... 처음에는 광고를 너무 많이 해서 사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고 구매했다. 와우. 물을 좀 뿌려놓고 머리카락을 모으면 진짜 말끔히 모인다. 더불어 물기 제거도 완벽히 되니 바닥에 물 곰팡이와 때가 확실히 덜 낀다. 쓰리잘비 만세다!

5. 진공 음식물 쓰레기통: 이 또한 냄새와 관련이 있는 아이템이다. 혼자 살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 음식물 쓰레기... 자취할 때는 편한 게 좋은 거라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냉동실에 얼려 놓고 관리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또 뭐 세균이 번식한다면서요... 아니, 세균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도대체. 이 아이템은 독립을 하며 제일 먼저 산 물건이다. 나는 정말이지 음식물 쓰레기통의 냄새를 견딜 수도 없고, 또 그 냄새가 싫다고 매번 가서 음식물을 버릴 수 있는 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아이템은 광명을 찾아주었다. 이 아이템 덕분에 통이 차기 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집에서 냄새나지 않게 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음식물 쓰레기 자주 버리러 가기 싫어서... 음식 안 남기려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안 비밀.


  새로 시작한 독립. 이 정도면 잘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요즘 내가 기특해 죽겠다. 멋있다! 우리 집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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