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습관 물려주고 싶어 매일 집밥
집밥만큼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항상 갓 지은 밥과 음식 냄새가 가득 풍기는 집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부모님은 사업부지 확장으로 점점 지방에 내려가시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신혼 1년 차인 언니와 형부와 함께 살았다.
어릴 때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엄마가 늘 아침밥을 챙겨주셨다는 것이다.
워낙 잘 먹지 않아 왜소했다.
학교에서 늘 친구들과 키를 재어보면 작은 순서로 2,3번째였다.
출산 전 최고 체중은 고등학교 3학년 때 47Kg였다.
그래서인지 늘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려고 하셨던 것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언니도 어린아이를 돌보며 나의 밥을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그 밥심으로 인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체중도 아이들 임신 때마다 20Kg씩 늘었는데 셋째낳고는 매번 47,8kg으로 감량했고, 넷째낳고는 52kg를 유지하고 있다.
마흔 넘어 하는 다이어트는 건강하게 해야된다고 해서 절식해서 하는 방법은 하지 않는 중이다.
살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초등학생 때 볼거리, 급성 장염, 셋째 낳고 신우신염.
코로나 때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감기도 자주 걸리지 않고 걸려도 며칠 안 간다.
4남매도 큰 이벤트 없이 3.3Kg 이상으로 자연분만했다.
막내는 무려 4.1Kg이고 머리둘레가 커서 제왕절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자연분만해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놀라셨다.
다행히 4남매는 온갖 유행병은 다 걸려 서로 옮기고 옮긴 했지만 아직 입원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첫째가 선천성으로 심방에 구멍이 덜 막혀 태어나 7살 때 시술한 것 말고는 입원한 적이 없다.
나도 출산 때 말고는 입원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나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밥심에 있는 것 같다.
엄마와 언니에게 배운 대로 아침에 뭐라도 먹여서 보내려 하고 있다.
식사도 될 수 있는 한 가공식품, 인스턴트, 배달음식보다는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려 노력한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죄송하지만 엄마와 언니의 밥상이 ’ 맛있었다 ‘는 인상이 남아있진 않다. 오히려 이모들이 해주셨던 반찬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늘 간을 약하게 해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소금을 굉장히 아낀다.
간을 잘 못 본다는 게 맞는 말일까?
스무 살부터 자취하며 바깥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남편에게 간이 맞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요리를 누구보다 못한다고 생각한다.
요리 못하는 나지만 나와 가족을 위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매일 집밥을 하고 있다.
거창하게 차리려고 하지 않는다. 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하나씩만 챙길 수 있도록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한 끼 양은 자몽 하나 크기만큼’이라는 걸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더 미니멀한 조리방법으로 차려내려 한다.
어려서부터 싱거운 맛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이어서인지 소금, 후추만 뿌리거나 간장으로 간 한 것들을 곧 잘 먹는다.
세월이 쌓여서인지 아이들은 엄마 요리가 최고라고 말해준다.
(다른 데서 많이 안 먹어봤으면서…ㅋㅋ)
1년 넘게 남편과 주말부부, 반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남편은 늘 외부 음식을 먹고 있는데 최근에 등에 뭐가 나기 시작했다. 쌓여온 것들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같이 살면서 집밥을 챙겨주는 날이 곧 오길 바라본다.
나름 싱겁게 먹으며 건강하게 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4월 건강검진에서 위염 판정을 받았다.
’ 내가? 정말?‘
믿을 수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식습관이 그리 좋지 않았다.
아침, 점심은 거의 폭식을 하고 점심식사 후엔 달달한 간식과 커피를 한 잔 꼭 마셔줬다.
네 아이를 독점해 육아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며 말이다.
저녁은 다이어트한다며 조금 먹었다.
7시 이후로 먹지 않는 건 오랜 습관이다.
10살 차이 나는 언니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서 7시 이후에 먹지 말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정말 고맙다. 나쁜 습관 들이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줘서 말이다.
위가 늘어났다 줄었다 하며 힘들었던 모양이다.
위염 판정받은 날부터 20년간 매일 입에 달고 살던 커피를 8개월간 마시지 않고 있다.
친구들이 다 놀랐다. ”커피 좋아하던 네가? 커피를 끊었어? 위염? 한국인이라면 다 있는 건데.. “
내 몸이 소중한가 보다.
염증이 있다고 하니 바로 끊을 수 있었다.
음식도 될 수 있는 한 배부르면 그만 먹는 걸 연습했다.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
4남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물려주고 싶다.
“먹는 것이 곧 나다. “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겼다.
아침에는 과일, 계란프라이, 그릭요거트, 통밀식빵, 구황작물 등을 챙겨준다.
점심은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먹고 온다.
저녁은 싱겁게 간 한 음식으로 가볍게 준비한다.
과자도 밀가루가 안 들어간 것으로 구매한다.
어려서부터 쌓아가는 식습관이 지금은 당장 나타나진 않겠지만 나중에 드러난다고 한다.
요즘 성조숙증, 성인병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것들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간단한 집밥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맘껏 표현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반찬통째로 내지 않고 그릇에 담아주기, 따뜻하게 데워주기, 야채, 과일 챙겨주기, 가능한 한 가공식품 멀리하기 등이다.
4남매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귀찮을 수 있는 집밥을 오늘도 정성껏 내어주려 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도 깃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