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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Dec 20. 2024

세 아이 가정보육 5일에 빛을 발한 ‘미니멀라이프‘

아이는 맥시멀, 물건은 미니멀!

독감, 폐렴 가정보육 5일.

세 아이 가정보육을 마쳤다.

다둥이네는 한 명이 전염병에 노출되면 우르르 옮는다.

지난 주말 둘째 딸이 39도까지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해열제를 먹을 때만 잠시 열이 내렸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다. 자정 넘어 들어온 남편이 밤새 따뜻한 물수건으로 열을 내려줬다고 한다. 결국 아침부터 4남매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독감이라고 했다.

막내는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아 X-ray 촬영했는데 폐렴이라고 했다.

지난주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한 글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건강 관련한 것은 역시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꼭 우리 아이들 건강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거나 입 밖으로 꺼내면 아프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입원하지 않고 폐렴도 마무리되었고, 이틀 열나고 앓더니 3일째부터는 장난칠 정도로 회복되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이번 세 아이 가정보육 하면서도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길 잘했다 생각했다.

냄비 3개, 프라이팬 2개, 웍 하나로 6인 가족을 먹인다.

식기와 수저, 조리도구들, 컵도 몇 개 없으니 설거지거리도 많지 않았다.

대신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대충 주방마감

다둥이의 장점도 맛볼 수 있었다.

막내가 5살이 될 정도로 커서인지 엄마를 많이 찾지 않고 아이들끼리 잘 놀았다.

책장에 있는 책들을 꺼내 책상을 만들어 학교 놀이를 했다.

한 명은 선생님, 두 명은 학생 역할 놀이까지 했다.

누나가 안방에 독감 격리를 하고 있어서 셋째, 넷째는 안방 앞에서 블록과 레고를 가지고 놀며 서로 대화를 했다.

삼시세끼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잘 차려주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간단히 차려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하나씩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준비해 줬다.

둘째는 따로 챙겨줘야 해서 번거롭긴 했지만 오히려 식기를 더 적게 사용해서 주려고 했다.


장롱이 안방에 있다.

둘째가 안방에서 독감으로 격리하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의 옷을 어디에 보관할까 하다가 세탁기 위에 하기로 했다.

각자 상하의 3,4벌씩 두고 사용했는데 아무 탈 없이 입고 지낼 수 있었다. 첫째는 학교 가고 매일 아이들과 잠깐의 외출을 했는데도 말이다.

살면서 필요한 물건은 많지 않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가정보육 하는 동안은 아침저녁 간단하게 집안일을 했다. 청소와 정리를 아이들과 함께 했다.

놀이처럼 하면 아이들도 신나게 집안일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고 나는 밀대걸레 가지고 쫓아가며 ‘나 잡아봐라’ 놀이를 했다.

타이머를 맞추고 지금부터 ’ 정리모드, 정리모드‘를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다 끝나고 나면 칭찬을 마구 퍼부어 주었다.

신난 아이들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청소 끝내고 깨끗해진 집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또 다 펼쳐놓고 놀았다.

정리시간에만 정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어지럽히고 놀도록 했다.


칭찬할 때는 구체적으로 해줬다.

“우리 00 이가 정리해 줘서 깨끗한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네. 00 이가 청소해 줘서 반짝반짝 천국 같은 집이 되었네. 고마워. ”

아이들은 칭찬을 받고 나면 다음에 더 잘하려고 하는 듯하다.

가정보육 3일 차 되던 날에는 셋째,넷째가 힘을 합해 무거운 유선 청소기를 돌렸다.   


저녁 먹고 간단히 집 돌보기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각자 문제집을 가지고 와서 공부한다.

6살 아이가 ”이제부터 숫자공부 할 거야. 한글공부 할 거야. “라고 말하는 게 어찌나 웃기던지.

형 따라서 5살 아이도 문제집 가져와서 한글 모양 그림을 그린다.

그 시간에 첫째와 둘째와 성경을 함께 읽는다.

하루에 3장씩만 읽었다.

첫째와는 간단히 일기도 썼다.

즐거웠던 일, 감사했던 일만 노트북으로 적고 아빠한테 카톡으로 보냈다.


수요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영상 예배를 드린다.

원래는 안방 TV에 연결해서 틀어놓고 드리는데 둘째가 격리 중이라 다른 방법을 택했다.

안방에 의자를 거실 쪽으로 두고 다른 아이들과 나는 식탁 방향을 바꿔 앉아 노트북으로 예배드렸다.

수요예배 역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새롭게 만든 루틴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미니멀라이프 하기 전에는 저녁에 아이들 먹이고 나면 아이들 자기 전까지 집안일만 했기 때문이다.

자고 나서도 아이들이 늘어놓은 장난감 정리하며 한숨만 내쉬었었다.

정리할 물건이 적어지니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겨서 아이들과 예배도 드리고 공부도 봐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3,4째를 씻기고 나면 ‘예수님이랑 나랑’이라는 유치부 묵상 책으로 같이 말씀묵상을 하고 간단히 기도를 했다.

이후엔 늘 그렇듯 책을 가져오면 3권 정도 읽어줬다.

더 읽어달라고 하면 시간을 봐서 읽어주기도 하고 그냥 재우기도 했다.

자기 전에는 “사랑해, 축복해” 얘기해 주고 한 명씩 “충전, 충전” 하며 안아주고 재웠다.

루틴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 더 놀겠다고 칭얼거리지 않고 잠을 청한다.

그렇지 않아 가끔 혼나고 자는 날도 있다. 특히 막내가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나이가 되어 더 놀고 싶어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지금 자야 하는 시간이야. 자라 내일 만나.”라고만 얘기하고 조용히 있다 보면 알아서 잠든다.


아이들이 9시 반 정도에 잠들고 나면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 아이들 돌보며 하지 못했던 좋아하는 일들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낮에 하지 못한 기도도 하고, 감사,칭찬,반성 한 줄씩 적는다. 일기를 쓰기도 하고, 영상 만들기 숙제를 하기도 했다.


이번 달 수요일에는 7남매맘과 함께하는 줌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참여하는 분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에 미국에 사시는 세 아이 엄마가 ‘다둥이가 오히려 육아가 편하다.’라는 말을 했다.

7남매맘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고 했는데 나 역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하루에 하나씩 영상 만들기 숙제를 해야 해서 어제 일상을 타임랩스로 담아봤다. 생각보다 식탁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매일 생활 속 만보를 채우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들과 ’따로 또 같이‘의 생활이 가능했다.

아이들은 엄마를 별로 찾지 않고 잘 놀았다.

정리, 청소, 놀이, 공부, 예배 다 함께 했다.

아이가 많을수록 가정보육이 조금은 수월해지는 걸

직접 목격(?)했다.


완벽한 정리는 내려놓고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 줬다.

때마다 간단한 식사와 간식과 함께.

영상에서 보니 다른 방들이 필요 없게 느껴졌다.

모든 활동을 주방과 거실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 커서 수월해진 것도 있겠지만 아이 하나 키우시는 분들이 나중에 더 힘들어하는 걸 봤다.

계속 엄마를 찾고 함께 하자고 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다른 지역의 소아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자녀가 많아서 스트레스 해소 능력도 뛰어나고, 협동심도 좋고, 성격도 좋을 거라고 많이 낳길 잘하셨다고 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라나길 바라본다.

다둥이네 가정보육은 예전보다 덜 힘들어졌다.

물론 미니멀라이프의 영향도 크다.

아이들이 많을수록 물건은 적으면 육아하는데 조금 더 수월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가정보육 5일을 마쳤다.


이제 곧 긴긴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그전에 더욱더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우고 아이들과 ‘따로 또 같이’의 시간들을 채워갈 것이다.

집에 물건이 물건이 많아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가 버겁고, 혼자만의 시간도 갖지 못해 지친 엄마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다.


‘미니멀라이프’

적게 소유할수록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조심스럽게

‘다둥이’

하나 보다는 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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