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의식하는 맘 내려놓기
남편이 차가 아무리 밟아도 60킬로 밖에 속도가 안 난다고 했다.
차가 오래되어서 언젠가 폐차해야 했다.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추울 때 님이 가실지는 몰랐다.
수리하기에는 차라리 중고차를 구매하시는 게 나을 거라고 해서 3월에 조기폐차를 하기로 했다.
엄동설한에 아이넷과 대중교통 이용할 생각 하니 생각만으로도 추웠다.
7살 막내가 태어나고 한 달 뒤에 차가 생겨서 감사히 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막내는 전철과 버스를 타본 적이 거의 없다.
서울에 살 때도 중국에 살 때도 아이가 셋이어도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나란 사람 참 간사하다.
그래도 넷은 좀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주말부부로 지낼 때 남편이 차를 가지고 출근해서
‘똑타’라는 경기도 예약제 버스를 타고 5명이서 소아과에 다닌 적이 몇 번 있긴 하다.
그때마다 긴장했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넘어지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신경 쓰일 것 같았다.
‘엄마 혼자 아이 넷을 버스 태워 다니다니 무슨 일이야?’
‘남편은 어디서 뭐 하는 거야?’
‘애가 넷인데 차도 없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텐데 혼자 괜히 의식했다.
실제로 버스에서 할머님들이 아이가 넷이냐고 물어보신다.
하나같이 다 내가 낳은 아이들이냐고 물으시곤 잘했다고 애국자라고 격려해 주신다.
아이들과 내리려고 뒷문 쪽으로 갔는데 어떤 할머님이 말을 걸어오셨다.
“저번에도 봤는데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 왜 이렇게 얌전하냐며 잘 키웠다. ”고 칭찬해 주셨다.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내렸다.
우리 아이들은 결코 얌전하지 않다.
칭찬받은 날 아침에 13살 첫째가 버스정류장에 가방을 두고 버스를 탔다.
작은 아이들만 챙기느라 첫째가 가방을 두고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타자마자 가방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어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내려달라고 하고 5명 다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교회 가는 날이었는데 결국 다음 버스를 기다려서 타고 예배 시간에 늦고 말았다.
살면서 예배시간 늦은 적이 거의 없는데 아이들이 많다 보니 변수도 생기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첫째는 그 이후로 가방을 아주 잘 챙기는 아들이 되었다.
앞으로도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지난주에는 막내가 버스에 타자마자 운전석 뒷자리 높은 자리에 앉았다.
방학이라 오전에 첫째와 도서관 걸어갔다가 평소 가는 곳보다 멀리 일을 하고 온 날이라 이미 만 육천보를 걸었다. 피곤해서 뒷자리에 가서 엄마랑 같이 앉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해서 앉았다.
앉은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리는 문 바로 뒷자리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안 되는 걸 알지만 막내가 졸린 상태라 짜증을 내서 시끄럽게 하기 전에 옮겨 앉은 순간.
기사님이 “어디 내리실 거예요?”라며 한 마디를 하셨다.
“죄송합니다” 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제 곧 내려야 하는데 셋째는 종이들을 꺼내 옆 자리에 쫙 깔아놓고 접고 있었다.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 “이제 내려야 돼. 정리해”라고 했지만 “조금만 기다려”라고 평소답지 않게 반말까지 하며 짜증을 냈다.
계속 접고 있어서 가서 정리하는 걸 도와줬더니 짜증을 있는 대로 내었다.
셋째가 하차 태그하는데 틱틱 거리며 하니 잘 안 되어 4번이나 해서 겨우 내렸다.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결국 버스에서 내려서 폭발했다. 서럽기까지 했다.
날도 춥고 몸은 천근만근인데 아이들은 말을 안 듣고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날이기도 했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 더 힘들게 일하고 온지라 화를 주체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러움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가며 예배의 자리로 나아갔다.
앉자마자 찬양시간에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꾹 눌러 담다가 마지막 찬양에서 눈물에 나의 화를 모두 씻어 보냈다.
찬양하고 기도하고 나니 회개와 함께 민망함이 몰려왔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화 낼 일도 아닌데
사람을 의식하는 탓에 더 화가 났던 것이다.
막내는 그저 자리를 옮기고 싶었던 것뿐이고 셋째는 종이접기를 계속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버스를 타본 적이 많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잘 알려주면 되는 것인데 괜히 화를 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 어릴 때는 차를 타고 다니며 편히 생활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제는 좀 컸으니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들이 버스 타러 갈 때 달리기 시합하며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 서로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 버스 기다리며 춥다고 넷이 똘똘 뭉쳐있는 모습 등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들을 보며 언제 이렇게 컸는지 감회가 새로워진다.
지금 잠깐의 불편함은 나중에 다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나중에 버스 같이 타자고 해도 타지 않는 날이 올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 한다.
연식이 꽤 되어 환경을 파괴하던 차를 내려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도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자동차 강제 미니멀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