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업’이라는 편견까지 깨준 정리의 힘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정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리와 정신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정돈되지 않은 집에 있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의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SNS를 하다 보니 많은 물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팔로워분들과 함께 가정을 가꾸고 돌보아 가자는 취지로 비우고 정리하는 챌린지를 33기째 운영하고 있다.
그깟 집안일 그냥 혼자 하면 될 것을 뭘 돈 내고 챌린지에 투자하면서까지 하나 싶을 것이다.
매월 비싼 커피 두 잔 값으로 각 가정을 살려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주부들도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서로 격려해 주자는 마음도 있었다.
해도 해도 끝없고 아무리 해도 티 안 나고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으니 집안일은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정리‘축제’라는 이름으로 챌린지를 하기에 그나마 신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함께 하는 이들이 집을 돌본 후 사진으로 인증하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함께의 힘. 무시할 수 없다.
’오늘 저는 여기 정리했어요 ‘ 하면서 비포 애프터 사진을 찍어서 단체 채팅방에 인증을 한다.
인증의 힘도 무시 못한다.
챌린지에 참여해도 초심을 잃고 포기했다가 정리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
함께 하기에 다른 분들이 인증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다시 정리해야지’ 하며 움직이게 된다.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정리를 시작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4남매 등교, 등원시킨 후에 직접 찾아가서 비우고 정리해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 ‘찾아가는 정리축제’라는 이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일하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우리 집이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200km 떨어진 거리의 팔로워분께 찾아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이 힘든 건 아닌데 오고 가는 거리가 꽤 있다 보니 하루를 온전히 쏟아야 했다.
다녀오고 나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아이들을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티 내진 않았지만 이런 나의 사정을 알아서인지 점점 찾아주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집이 나가지 않아 어려웠던 이사를 하게 되었고 여름방학을 하게 되었다.
장거리를 다녀오면 하루를 다 써야 하기에 아이들도 돌보면서 집 근처에서라도 일할 수 있을까 해서 ‘찾아가는 청소축제’라는 이름으로 집안일을 힘들어하는 분들을 찾아갔다.
처음에 갔던 집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하고 계신 할아버님 댁이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님을 모시고 계셨다.
가사관리사님이 아무리 청소해 주셔도 화장실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며 찾아주셨다.
살면서 처음으로 화장실 청소에 두 시간을 매진했다.
모든 물건을 화장실 밖으로 꺼내고 천장과 벽, 배수구까지 아주 꼼꼼히 땀이 나도록 열심히 청소했다.
이렇게까지 힘들여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가사관리사님도 60세 넘으신 분이시다 보니 화장실 청소에 많은 힘을 쏟으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건강하기에 이렇게 아이들 보내고 조금 여유 있는 시간에 청소가 힘드신 분을 도와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
집 정리도 도와드리고 싶었다.
두 다리 뻗고 누우실 공간 이외의 공간은 물건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다음 집은 40평대의 60여 일 된 신생아를 키우며 고양이, 강아지도 같이 기르고 있는 초보 엄마네였다.
누가 봐도 버거워 보이는 살림이었다.
각 방마다 물건이 많았는데 반려동물들의 물건들과 아기 물건까지 더해지니 엄청났다.
방이 4개였는데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 아기 용품들이 방 하나에 가득했다.
다른 방에는 옷이 겹겹이 쌓여있었고 안방에는 침대와 아기 침대가 있고 화장대 위와 트롤리, 장 위에는 화장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화장실에도 미용 용품들이 수납장과 젠다이에 꽉꽉 차 있었다.
바닥 구석구석을 청소했는데 고양이 털이 바닥과 가구 위에 수북했다.
이런 환경에서 신생아 육아하기가 버거울 것 같았다.
고양이가 있어서 그런 지 환기를 나중에 하겠다고 하셔서 청소를 그냥 했는데 아기 호흡기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더 열심히 청소하고 물걸레질까지 마쳤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화장실 청소도 천장부터 바닥까지 했다. 아무래도 아기가 사용할 공간이기에 더 심혈을 기울여했다.
신생아가 있어서 집안일을 하기 어려운 엄마를 도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회적 편견으로 ’ 청소‘ 일이라는 것이 꺼름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일을 시작하기까지 나도 솔직히 많은 갈등이 있었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과거에 했던 일들에 비하면 가치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리를 시작하면서 그런 편견들까지도 마음 정리가 되었다.
누군가의 정신건강을 위해 깨끗하고 정돈된 공간을 선물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하다 여겨졌다.
부모님 댁을 셀프 인테리어, 이사하면서 허리를 다쳐서 걷기도 힘들어져서 일을 잠시 쉬었었다.
허리가 아프니 물리치료받고 와서 자꾸 누워있다 보니 마음도 약간 지쳤는지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다 내려놓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조금 회복되었고 찾아주는 분이 계셔서 다시 찾아가는 정리축제를
다녀왔다.
그때 알았다 이 일이 너무 재밌고 뿌듯하다는 거. 가슴 뛰는 일이라는 거.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격에 딱 맞다는 거.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먹고 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직 몇 번 하지 않았지만 너무 재밌고 일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이 어마어마하다.
정돈된 집을 보며 개운해하는 분들의 모습을 볼 때 도파민이 분출된다. ㅋㅋ
상황이 허락하는 동안은 계속할 것이다.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를 알기에 정돈된 공간을 선물해 주는 사람으로서 내게 주어진 작은 달란트를 나누고 싶다.
어제 예배시간에 찬양을 했는데 ’ 행복‘이라는 찬양이다.
찬양의 가사가 와닿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눈물 날 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세상은 알 수 없는 하나님 선물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오”
하나님의 자녀로 살며 내게 주신 작은 힘을 나눠주며 사는 삶을 살아낼 것이다.
나는야 행복한
공간을 선물해 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