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밤 10시에 돈 좀 보내달라 하셨다.

결혼 12년 만에 돈 빌려달라 하신 시아버님 통해 깨닫게 하심 감사

by 미니멀 사남매맘

어젯밤에 아이들 재우기 전에 제주도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었다.

미국에 사시는 어머님이 10년 만에 한국에 오셔서 한 달 계시며 제주도 여행 같이 가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몸이 성하지 못한 남편과 아이 넷과 70대 어머님과 여행을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달 전에 말씀하셨는데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았다. 어쩌면 어머님과의 마지막 여행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니 이왕 가는 거 즐거운 마음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숙소와 비행 편을 알아보는데 황금연휴 때라 그런지 금액대가 비성수기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알아보면서도 ‘7인 제주도 여행 쉽지 않겠는데?’ 했다.


그러고 있는 찰나에 자주 연락하시지 않는 시아버님께 전화가 왔다.

밤 열 시에 무슨 일 있으신가? 하며 마음 졸이며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혹시 백오십만원 있으면 3일 정도 뒤에 다시 줄 테니까 보내달라고 하셨다.

내 통장에는 거짓말 안 보태고 ?0만원도 없었다.

남편 통장은 신용카드 사용한 것을 월급 받자마자 선결제해서 많지 않은 걸 알고 있었다.

남편은 다시 일하러 간 상황이라 전화를 하셔도 받을 수가 없었기에 오면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마음이 조금 어려웠다.

우리 사정 모르시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이유 묻지 말고 보내달라고 하시니..

뭔가 일이 있으신가 보다 이해가 되면서도 괜히 부모 자식 간에 돈 문제로 얽혀서 의 상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남편에게 아버님께 카드값을 선결제해서 없다고 연락드렸다고 했더니 오늘 아침에 본인이 직접 연락해 봤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으시니까 생전 안 하시던 부탁을 하셨겠지.. 하면서 자동차 사려고 모아둔 돈을 보내드리자” 고 했다.

우리 자동차는 조기폐차하려고 3개월 간 세워둔 상태이다.

연식이 오래되어 더 이상 수리를 해서 사용하느니 중고차 사서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구매하려고 조금씩 모아두었던 돈이 있는데 그 돈을 보내드리자고 했다.


결혼하고 한 번도 우리에게 돈을 잠깐 빌려달라고 하신 적이 없으신 아버님이시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약간 믿음의 테스트라 여겨졌다.

남편은 지금 인생 최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상태이다. 그 문제를 두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기도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아버님의 전화가 나의 믿음을 시험해 보시는 것 같았고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진짜로 하나님을 백 퍼센트 신뢰하는지, 물질이 모두 주님의 소유인 걸 인정하는지,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는 말씀에 순종할 수 있는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 자꾸 생각나게 하셨다.


1억 5천도 아니고 천오백만원도 아니고 백오십만원 가지고 뭘 이렇게 고민하고 믿음의 테스트냐고 여길 수 있지만 우리는 늘 일용할 양식만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다.

모으는 것 없이 (워낙 적은 월급으로 살기에 모을 것도 없고) 있는 안에서 사용하고 없으면 안 쓰고 채워주시는 은혜를 누리며 살았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고차 구매하려고 쌈짓돈 모으듯 모아본 돈인데 그 돈을 남편에게 보냈다.

왠지 모르게 기쁨과 평안이 찾아왔다.

그 작은 돈 모아둔 것이 나의 안정감이었던 것을 인정하고 밝혀져버리니 부끄러우면서도 이상하게 기뻤다.


내 것이 내 것이 아님을 고백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모든 것은 주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니 필요로 하는 곳에 쓰이다가 다시 돌아오길 기도해 보았다. ㅋㅋ


‘안 돌아오면 어쩌지?’라는 마음도 솔직히 있지만 뭐 그것도 다 주님의 손 안에서 이끌어가시리라 믿는다.


이런 창피한 이야기까지 글로 풀어내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집안일이 힘들다면 미니멀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