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육아도 즐길 수 있어서 감사
주말이면 4남매를 독점육아 해야 한다.
평일에도 거의 아이들을 혼자 돌보고 있다.
남편의 직업군이 주말에 더 바쁜지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 상황을 즐겨야만 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주말에 자주 놀러 와주는 친구가 있다.
방배동 살 때는 성남에서 와주었고, 이천에 살 때는 시흥에서 와주었다.
지금은 그나마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어서 4남매와 갈 때도 있고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줄 때도 있다.
주말 독점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낼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그나마 친구네랑 함께 하면 서로 조심하게 되어서 그런지 조금은 더 친절해질 수 있다.
음식 같이 만들어 먹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고민도 서스름 없이 나누고 응원해준다.
공동육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아이들이 크는 만큼 우리도 조금씩 자라남을 느낀다.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같이 놀아서 그런지 사이좋게 잘 논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어서 집에 장난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집에 있는 것들로 만들어 놀기도 한다.
저번에 왔을 때는 여러 가지 담요들과 조명들로 안방을 아늑한 캠핑장처럼 꾸며서 놀았다.
이번 주말에는 오자마자 대파 수확을 했다.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 마당 있는 노후주택에 살아서 텃밭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베란다에 조금 큰 화분을 사서 대파를 심어두었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대파 자라나는 속도가 빨라졌다.
푸릇푸릇한 대파를 보면 왠지 마음도 싱그러워진다.
아이들은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대파 속에 있는 진액을 보며 신기해했다.
자연의 신비를 이렇게라도 누릴 수 있는 여유가 감사했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은 초등 고학년 아이들도 1학년, 7살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주방에 놓아둔 수납장 안 쌀가마 위에 7살 아이가 숨고, 장롱 안 옷 틈 사이에 4학년 딸이 숨었다.
현관에 놓아둔 수납장에도, 이불장 이불 위에도 올라가서 숨었다.
세탁기와 건조기 뒤에 약간 띄워둔 빈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는 3명이 숨었다.
숨으면서 어찌나 신나 하는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 모습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여백이 있는 집이라 숨바꼭질도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예전의 우리 집을 떠올려보았다.
주방 하부장, 상부장, 수납장, 장롱 모두 물건들로 꽉꽉 차있어서 문 열다가 안에 있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신발장을 누가 와서 열어볼까 봐 두려웠고, 베란다에 손님이 가기라도 할까 봐 긴장했다.
그렇게 5년 동안 살기 위한 비움과 정리를 시작했다.
정말 많은 물건을 비워냈다.
비우고 후회한 물건은 거의 없다.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거의 다 안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빠르게 정리가 가능해졌다.
아무리 어지럽혀져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30분 만에도 정돈할 수 있어졌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새로운 일들도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졌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서 그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눈 마주칠 시간도 늘어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또한 예전보다는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아이들 방에는 각자 책상을 하나씩 줘서 물건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연습시키고 있다.
이렇게 살게 되기까지 미니멀라이프라는 삶의 방식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혹시 아이들 독점육아(독박육아) 하며 힘들다면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해 보세요.
얼마나 좋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