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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짱 Jul 15. 2023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엔지니어

'이기적 유전자'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시작하며


내가 첫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착하게 살면 손해만 본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정글이라 착한 사람은 맹수 같은 사람들에게 잡아 먹힌다고 말이다. 그래서, 독한 마음을 가져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지금 들어도 느낌이 섬뜻하다. 잡아 먹힌다니...  사람이 사는 사회생활을 동물세계와 비교하는 것도 그렇고 생명이 위험할 정도인가? 

아마도 그들이 바라본 나는 호구로 보였던 것 같다. 흔히 호구는 손해만 보게 된다.

실제로 나를 그런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구분하는 나름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p315


자연에도 호구는 있다. 뻐꾸기는 탁란 하는 새다. 그들의 호구가 되는 새들은 붉은 머리 오목눈이, 휘파람새, 딱새, 큰 유리새 등 대체로 크기가 작은 개체다. 이들은 탁란을 하는 뻐꾸기에게 호구다. 자신들의 둥지에 뻐꾸기는 알을 낳고 원래의 오목눈이 자식들은 모두 죽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고 원수인 뻐꾸기 새끼를 자식처럼 키우게 된다. 

어린 시절 이 내용을 보게 되었을 때 뻐꾸기가 너무 싫었다. 우리나라 시조나 옛날 노랫말에 나오는 뻐꾸기, 두견 같은 새들이 새끼 때부터 살생을 하는 생물이었다니, 너무 충격이었다. 

 

그러면 탁란을 당하는 새들은 영원히 당하기만 하게 될까? 그렇다면 이 새들은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지 않나? 어떻게 개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서 탁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뻐꾸기는 자신의 유전자가 가장 잘 보존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뿐이다. 뻐꾸기는 신체적 구조가 알을 품어서 부화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번식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런데 탁란을 하는 방법을 우연히 어떤 뻐꾸기가 찾았을 것도 탁란을 할 수 있는 유전자가 대대로 물려받아 부화하기 어려운 신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목눈이는? 오목눈이도 뻐꾸기와 같은 색의 알을 낳는 경우도 있지만 색이 차이가 나는 흰색을 낳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탁란이 실패한다. 어떤 오목눈이는 일부러 무정란을 낳는 경우도 있다. 나름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어쩌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름 육아 활동을 잘하는 오목눈이는 자신의 자식들을 성공적으로 성체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뻐꾸기의 탁란에 의한 개체 영향은 그리 크지 않는 듯하다. 알을 하나만 낳는 철새 뻐꾸기와 여러 알을 낳아 다산하는 텃새 오목눈이의 자연이 만든 동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한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는 DNA가 만들어낸 기계다."

"실제로 하나의 몸은 이기적 유전자들에 의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다." p254


라고 말한다. 어떻게 들으면 말도 안 된다. 우리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한 문화, 사회적 관계, 추구하는 이상 등이 DNA에 의해 조정된 것이란 건가? 그의 책에서 동물로 비유해서 설명하는 것도 기분 나쁜데 DNA에 의해 조정이 된다는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목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리처드 도킨스는 케냐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코스모스>의 칼세이건과 <시간의 역사>의 스티브 호킹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과학분야 베스트셀러에는 <코스모스>와 함께 상위에 올라온다. 


도킨스는 동물 행동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그의 책는 동물을 예로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뻐꾸기의 사례에서 도킨스는 부모와 자식관계에서 사기행위로 비유했다. 물론 모든 야생 동물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부 가족 내에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는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 중에서 p243


도킨스의 말은 '성악설'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너무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살짝 언짢은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도킨스가 말하는 '이기적 유전자'의 의미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유전자는 자신이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이에 대해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죄수의 딜레마'와 '영합 게임', '비영합 게임'을 예를 들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신을 하는 행위가 정말 생존에 유리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월드컵 축구 마지막 경기 비기기만 하면 16강 진출이다. 현재 무승부 상태고 경기 종료 5분 전이다. 힘껏 달려야 할까, 패스를 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할까?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과 배신이라는 두 가지 패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유리한 것인가를 4가지 경우를 두고 고민한다. 


사실 실생활의 많은 측면은 비영합 게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종종 '물주' 역할을 하고 개개인은 서로의 성공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경쟁자를 누를 필요는 없다. 이기적 유전자의 기본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우리는 서로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세계에서조차 협력과 상호 부조가 어떻게 번성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 중에서 p367


흡혈박쥐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박쥐가 굶고 있는 경우 자신의 일정 혈액을 공급해 준다. 그 덕에 목숨을 연장한 박쥐는 자신이 여유가 있었을 때 보답을 한다. 

혈연 집단에서 이타적 행동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침팬지는 집단 사냥에서 얻은 먹이를 나누어 먹거나 어미 없는 새끼를 입양하기도 한다. 새도 자신이 적에게 노출되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의 가족과 동료가 도망갈 수 있도록 경계음을 낸다. 벌은 벌집을 공격당하면 독침을 쏜다. 독침은 산란관이 변화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침을 쏜 벌은 내장이 나와서 죽게 된다. 그런데도 벌은 자기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 일개미들은 자신의 번식 기회를 포기하고 죽도록 일을 하면서 여왕개미에게 먹을 것을 갖다 준다. 대신 여왕개미는 죽도록 알만 낳는다. 

 

앞에서 말한 호구는 어쩌면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그런 존재가 있어야 상호 협력에 의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호구를 이용하려는 자들을 막아주는 능력을 인간은 지니고 있다. 그것은 "개체 식별 능력"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교활한 사기꾼"이란 존재다. 언뜻 보기에는 이들이 보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받은 것보다 조금 부족하게 갚는다. 인간의 비대한 대뇌와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성향이 더 교활하게 사기를 치거나 남의 사기를 좀 더 잘 간파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써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돈은 지연성 호혜적 이타주의의 공식적인 징표다. 

                             <이기적 유전자> 중에서 p315


호혜적 이타주의를 보여주는 동물은 대표적으로 청소어가 있다. 상어도 작은 청소어를 잡아먹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공생'이라 부른다. 그런데 공생이라는 말보다는 호혜적 이타주의가 어울린다. 청소어도 먹이를 쉽게 얻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어의 먹이와 자신을 혼돈하여 잡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인원을 보는 경우가 있다. 너무 힘든 일인 것이 보여서 피하고 싶은데 본인이 나서서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그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주변과 대등 또는 보다 대접받는 위치에 서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경우다. 

두 번째는 책임감이다.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두 가지 중 어떤 것이든 회사에서는 이런 인원들은 호혜적 이타주의자다. 회사를 위해 희생하다는 생각은 그들의 연봉협상에서 나타날 것이다. 또한 돈을 환산할 수 없는 경험적 기술을 습득할 것이다. 


도킨스가 말한 '교활한 사기꾼'은 흔한 말로 우리는 '뺀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회사에서 '아첨꾼'과 함께 가장 싫어하는 유형 중 하나다. 내가 이들을 싫어할 때 나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한 기준이 다른 사람들보다 엄격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했는데 <이기적 유전자>를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을 식별하고 배척하려는 진화적 메커니즘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각자들의 방식은 수십 만년 진화해 오면서 남아 있는 잔재인지 모른다. '뺀질이'와 '아첨꾼'도 나름 시대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일 것이다. 그래서 없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우리는 우리 내부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그런 유전자들을 대항할 힘이 있다. 이것을 도킨스는 '밈(Meme)'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이 혈연을 구분하는 본능에 의한 행동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20세기 초반 인류는 혈연이라는 이기주의로 같은 인류에게 모진 짓을 했다. 유럽의 백인은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화시키며 찬탈했고, 나치 독일은 유대인을 상대로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일제는 자신들을 일등 국민, 중국 등 다른 민족으로 이등, 삼등 국민으로 차별했다. 지금도 일어나는 곳곳의 전쟁은 혈연을 보존하려는 본능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밈이 있어 이를 극복해 나간다. 공자, 맹자는 자신의 사상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제자들을 통해 전승해 왔고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사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적인 부분은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전자의 생존에 대한 본능을 우리 인간은 강한 의지로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 TV을 켜서 뉴스를 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자주 보여준다. 부모는 당연히 자기 자식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를 보면 경악하지만 유전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우선하는 일차적 본능에 의한 행동들이다. 길거리에서 묻지 마 폭행은 온순한 사람들 사이 강한 한 사람은 항상 이길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만 ESS(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진화적 안정한 전략에 따라 그들은 집단에서 소멸하게 된다. 왜냐하면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호혜적인 이타주의가 악의적 이기주의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면 회사 생활에서 착하게 살면 이용만 당하는 것인가, 손해만 보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과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다른 말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본능적인 수준에 머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적인 부분만 관련된 것은 아닌 듯하다. 지금 국제 정세도 다를 바 없다. 

어쩌면 같은 뿌리와 같은 유럽도 EU라는 공동체로 뭉쳐 미국에 맞서는 자신들의 안전지역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화적, 민족적 차이가 완전한 하나를 만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대해진 중국에 위협을 느낀 아세아국가들도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적 역사적 공통점이 많은 한중일이 서로 협력을 하여 공동체를 형성한다면 가장 강력한 집단이 될 것인데 이 3국은 민족적 혈연을 중시하다 보니 외부의 유입에 민감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3국 끼리의 분리의식이 강하다. 

그런 면에서 가장 안전한 우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족적으로나 문화적 역사적으로 같은 북한과 통일이 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하는 우리가 가장 안전한 생존방법을 찾는 방법일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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