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아내는 나를 특이한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나의 색깔이 다른 사람과 많이 다를 뿐이다.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튀어 보이기도 하고 잘 보이지 않기도 했다.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많다. 일을 함께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빨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은 나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서 화가 날 때도 있었다. 특히 후배들이 내가 생각하는 수준이 되지 못하면 잔소리를 계속해 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야단만 친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 주지도 않고 고함만 쳤다고 했다. 야단만 맞게 되니 당사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후배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야단만 쳤다.
지금은 팀장이 되어 작은 조직을 이끌지만 지금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 또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 화가 난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들이 해야 할 본분을 깨닫지 못한다고 생각들 때다. 물론 그것도 내 기준이다.
문제는 나 자신이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내가 모두 풀어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후배들에게 아직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그들이 그물을 만들 능력이 되지 않은 것인가?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인가?
어느 날 타 부서에서 하던 업무가 우리 팀으로 이관되었다. 그걸 맡은 후배가 자신에게 당장에 닥친 업무를 말하면서 많은 업무를 혼자 어떻게 하냐는 말을 했다. 자신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한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그때 화가 났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그것의 업무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고 하는 말인지. 더구나 자신 혼자 해야 하지 않냐는 말에 또 화가 났다. 위에서는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제멋대로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면 이해된다. 말을 안 해 줬으니 모르는 건 당연하다. 자신의 업무가 갑자기 늘었으니 부담이 될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타 부서에서 하던 일을 받게 되었으니 더욱 부담될 것이다.
가끔 꽤 지난 화가 났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이 현재인 것처럼 말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다. 마치 돈키호테가 자신이 기사인 것처럼 행동하듯이. 그래서 아내가 나를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의 이 화를 눌러버릴 수는 없는 걸까?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내가 지시한 것을 하지 않았을 때, 두 번째는 내가 생각하는 선을 넘었을 때다.
그런데 아내는 나에게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지?
아내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쉽게 잊는다.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신부님에게 면담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신부님에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비방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다. 그때 신부님이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선물을 줬을 때 그것을 받으면 그것은 누구의 것입니까?"
"제 것이 되지요."
"그럼 그 선물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야, 그 상대방의 것이지요."
"상대가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하든 당신은 받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 말은 그 당사자에게 하는 것이 됩니다."
화가 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내 뜻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화가 난다. 마치 배신당했다는 생각처럼...
그런데 그렇지 않다. 배신은 내가 한 것이다. 정확한 피드백이 없었던 탓이다.
또 나에 대한 비난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나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집중하면 된다.
사실 그때는 화가 났을지 몰라도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업무에 대한 욕심이라도 낼 수 있었을까? 그들이 없었다면 하루하루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이 모든 것이 없어진다면 나는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날을 그리워할 것이다.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