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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짱 Mar 03. 2024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강감찬

대기만성? 본래 영웅?

오랜만에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물론 사극은 이전에도 있지만 전쟁사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스토리는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즐겨보던 사극도 주인공도 최수종이었네.

누가 그랬지. 우리나라 왕 계보는 세종, 태종, 최수종이라고...


각설하고 사실 드라마 제목이 <강감찬>이 될 줄 알았고 내심 기대도 했다. 강감찬의 초년, 청년, 중년 시절의 이야기가 그리 알려진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고려 시대 인물들은 남겨진 기록이 희박해서 잘 알려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상상력을 감미하여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하는 사전 작업으로 활용한다. 고려 시대 총 통틀어 대표되는 위인이기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게 될지 궁금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강감찬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이 나오지 않는다. 역사서에도 어느 날 36세에 장원 급제를 했다는 내용과 이후 아무 기록이 없다가 60세 넘어서 현종 때 기록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유는 추측으로 강감찬의 성품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강감찬은 36세 되어서야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당시로는 제법 늦은 시기다. 이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그는 학문을 순수하게 좋아한 것이지 등용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철학이 투철했을 것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곧은 성품이 장애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천재성을 보여준다면 진정한 강감찬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이야기를 남긴 춘추시대 강태공 이야기가 우리나라는 강감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태공 또한 70세가 넘어서 까지도 초야에서 학문만을 좋아했고 서백 창에게 눈에 뜨이지 않았다면 그는 동네 선생님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역성혁명이라는 난세가 아니었으면 뜻을 펼칠 수 없었을 수 있으니 어지러운 세상이 인재를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것 같다. 

강감찬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거란의 침공이라는 난세 덕분이다. 만일 평화 시였다면 능력은 좋지만 사람들에게 인정은 받지 못하는 잊혀 가는 그저 그런 관리로 끝났을 것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주변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싫어하는 속담이 있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우리나라는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보다는 이 속담에 대한 신뢰가 높은 듯하다. 지금은 잊혀가고 있지만 한 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송유근이나, TV 프로그램 재능 있는 아이들을 찾는 것 등은 이런 근본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근본적으로 천재성이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인정한다. 거기에 성실과 근면까지 더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찬란한 과거의 영광에 비해 시간이 지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를지 몰라도 그 떡잎을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어떤 기준인지 몰라도 사회에서는 인재의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 세계적인 권위의 대회에 입상을 하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입이 많은 전문직 직종에 종사해야 한다. 지금 대학 지원 순위 상위권이 모두 의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이런 기준이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인재라고 한다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첫 직장부터 중소기업이었다. 운이 좋게도 기술 개발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욕과 CEO의 마인드가 어떻게 직장 엔지니어의 실력을 만들어 주는지 직접 목격했다. 

만일 내 곁에 뛰어난 전문성이 있는 상사나 직원의 성장을 우선시하는 CEO를 만나지 못했다면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뛰어난 사람이 대기업에만 간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살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저변적 발전에는 저해될 것이라 생각한다. 


강감찬은 분명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1000년 동안 길이 이름이 남겨질 인물이 될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그 당시 상황이 잠재능력을 이끌어 내게 되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려운 프로젝트와 시련이 있는 상황, 해결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사람이라면 항상 맞주하는 현실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 자본, 시간 걱정을 하지 않은 적이 없고 고객 대응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받았다. 불면증에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주말에도 항상 폰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빅터 프랭클은 끝을 알지 못하는 시련 때문에 사람은 절망한다고 했다. 지금의 어려움은 언제 가는 끝이 나지만 그 끝을 알지 못하면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희망이 없으면 포기하게 된다. 

지금 젊은 친구들이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고려시대 거란의 공격은 나라의 존망이 거린 거대한 전쟁이었다. 거란은 당시 동아시아 최대 강대국이었다. 그런 국가를 상대로 나라를 지켜 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만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현종과 강감찬은 아마도 나라의 존망 앞에서 당장의 시련 뒤에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강함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 존재할 수 있는 약점을 찾았고 환경적인 심리적인 단점을 간파했다. 그것은 곧 희망이 도었다. 


중소기업, 그중에도 제조업은 매우 힘들다. 매일같이 강도 높은 업무를 하게 된다. 3년 이상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반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의 어려움을 그 끝을 알 수 없는 시련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짧은 시간 피드백과 보상이 있지만 인생에서는 그런 경우는 없다. 


<고려거란전쟁>을 보면서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저들만큼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희망을 보고 있는가? 그들은 희망을 가지고 저항했고 결국 1000년 동안 이 땅을 지키게 했다. 나 또한 지금의 힘든 상황을 이겨낸다면 내 이름을 최소한 내 주변 사람들은 기억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을 탓하기보다는 알아주기까지 기다리고 스스로를 담금질할 수 있는 사람이 승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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