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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짱 Mar 16. 2024

울고 싶은 직장인

돈 벌기 힘들다 

매일 죄인이 되는 것 같다.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이 있는 데 자꾸 지연되고 있고 현장에서는 작업자 실수에 의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면 어김없이 고객에게 전화가 온다.

"지금 사무실로 오세요."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다. 

"죄송합니다. "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하겠습니다." "원인은 분석되면 대책과 함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특히 나 같은 장비업체에 근무하게 되면 나이를 떠나서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고객에게는 한없이 힘없는 그냥 중년의 업체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시간이 결려도 대기업을 가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가족과 행사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나 때문에 일정을 고민한다. 아내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주변의 가까운 이의 부고가 들어왔다. 미국 출장이라 전화를 들었다. 죄송하다는 말에 그 형의 한 마디.

"아니다, 일이 먼저지. 한국 오면 보자." 

차라리, 빨리 오라고 탓을 해 주면 마음이나 저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복귀 일정이 다가오지만 오늘도 장비가 안정이 되지 않고 문제가 생겨 관리자인 내가 빠진다는 말을 고객에게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복귀 일정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 

매일 자정쯤 나오면서 공장 밖에 나오면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별이 미국에서는 보인다. 혼자 올려다보다 보니 처량하기도 하다. 


울고 싶다. 도망치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의 짐이 너무 무거워서도 아니다. 나의 마음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알고 있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누구는 말한다. 돈이 전부가 아닌데 왜 이렇게 바둥바둥 사냐고.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현장에서 작업 지시하고 보고서 쓰고 자료 정리하고 문제 분석해서 솔루션 찾고 너무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왜 치열하게 살면 안 되는 데? 그게 어때서?


어찌 되었건 나는 중소기업이지만 임원으로 승진이 되었다. 그리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 나의 인생 목표에 다 가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출장지에 잡혀 있으면서 당장에 이벤트를 처리하며 고객에게 고개 숙이는 것이 목표를 위한 전진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답답해서다.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할까 봐, 가족들에게 성공한 아빠가 안될까 봐.


나는 자존심을 버렸다. 하지만 자존감은 누구보다 높다. 나는 회사에 거의 모든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오늘 아침도 작업복, 안전화, 안전모를 챙기고 나오지만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진실이 아니라 해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울고 싶을 때 운다고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감정에 솔직한 것뿐이다. 
겉으로 고개 숙이는 것이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존중을 표하고 겸손을 표현한 것이다. . 


끝이 보이지 않는 일시적 문제는 희망을 약하게 만들지만 큰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과거의 지나감 한 이야기 일 뿐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파이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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