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그리고 기회

by SW짱

힘든 일이 생기거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면, 나는 서점으로 향하곤 한다. 서점의 조용한 분위기도 좋아하지만 여러 분야의 책을 둘러보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골라 하루 종일 읽고는 했다. 그런 어느 날 니체 책이 들어왔었다. 당시 읽었던 내용이 나의 기억에 강인하게 남았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 글은 힘든 순간마다 항상 떠올렸던 좌우명 중 하나다. 위기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단단해지는 성장의 기회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위기를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 모든 것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행복 또한 느끼지 못한다. 불행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이 이를 벗어난 순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내가 겪었던 위기의 순간과 새로운 기회가 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위기 : 퇴사 통보 되던 날


내가 장비업체에서 검사기 업무를 하기 이전에는 휴대폰 개발 협력업체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개발을 순수 자체 인력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퇴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하루하루 나를 짓눌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선배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선배의 회사가 괜찮은 회사고 마침 소프트웨어팀 채용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경력으로 보면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선배의 추천으로 면접보고 바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처우나 복지환경도 이전보다 좋았다. 무엇보다도 비전 검사기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회가 되었다. 그것은 내 전문분야를 위한 출발이었다.

대학원에서 카메라를 통한 비전처리와 알고리즘을 공부했던 나에게는 검사기 분야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가 이런 분야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만일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았다면 그 선배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내가 가고 싶었던 분야가 아니라 전자기기 관련 하드웨어 분야로 근무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갑자기 위기를 겪게 되는 순간 이를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당장 급하게 이전과 비슷한 업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사람과 이를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사람이다. 이전에 내가 하던 일과 유사하고 처우만 맞으면 취직을 하는 것은 쉬운 방향이지만 자신의 목표와 맞는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경우 입사 후 한 달 이내 퇴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의 경우도 회사에서 근무하면 몇 년간 경력사원 채용이 정말 다섯 손가락에 뽑을 정도다.


어느 후배는 입수 후 인수인계 준비하는 선배가 과장이었는데 자신이 신입이라 겁을 먹고 입사 이틀 만에 퇴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냥 겁을 먹고 퇴사를 한 것이다.

그 후배는 정말 꿈을 가지고 취업을 했을까?


회사는 꿈을 펼치는 장이다.


일이 힘든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이곳에서 성장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을 당해 퇴사를 했더라도 새로운 곳에서 나의 판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희망을 가질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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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위기 : 납품 지연, 그리고 반전


막두께 측정 레이저 센서 개발 당시 일화도 있다.

당시 키엔스라는 회사의 막두께 센서가 장비업체의 레이저 센서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다. 독점이다 보니 금액 또한 고가로 중소기업의 경우 장비 가격 경쟁력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침 내가 다니던 회사가 자체 개발에 대해 적극적이다 보니 대체할 레이저 센서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레이저 센서 벤처회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진행하게 되었는데 개발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장비 반입일은 다가오는데 아직 센서의 수준이 키엔스에 따라오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객사에 키엔스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내세웠던 사양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구나 수출할 장비가 달러로 계약했는데 당시 달러 약세로 회사의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엔지니어들은 매일같이 촉박한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을 했다. 그 생활이 1년 간 계속되면서 건강도 정신도 피폐해져 갔고 팀 간 스트레스로 균열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장비 납품해야 할 곳에서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러면서 장비 셋업이 1년 연기가 되었고 그동안 제품 개발 시간을 주어지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더구나 환율 급등으로 회사에도 이익이 되었다.

납품이 1년 연기되었던 것이 엔지니어에게는 숨을 고를 기회를 주었고 회사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재무 개선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은 단순히 여유가 아니라, 지쳐있던 우리에게 '기회는 마지막까지 버티는 자에게 주는 선물이다'라는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만일 힘들었던 순간 그 자리를 피하려 했다면 무엇이라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다음에 일어날 것을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끝을 보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물고 늘어졌는데 어느 순간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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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에는 다른 얼굴이 있다


인생살이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복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행운이 내일의 시련으로 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나누지 않는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으려 한다. 모든 것은 나에게 생겨난 일을 뿐이다.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큰 위기라고 말하는 경우는 발생된 문제의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모든 책임이 나에게 돌려지게 될 때다. 그때 심리적 중압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잠을 자기도 어려웠고 현장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이때 나의 불만은 성과가 있어 인센티브 줄 때는 N빵으로 나누어 주면서 일이 안될 대 책임은 왜 개인에게 몰아세우느냐였다. 잘되든 잘못되었든 모두가 함께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조직의 문제라 생각한다. 보통은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타 부서의 다른 부서원까지 챙기려 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내 팀장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힘들다.


다행히 그렇지 않은 조직에 있다면 행운이다. 나의 경우 개인에게 몰아세우는 조직 문화를 경험했다가 이직을 하면서 팀장이 되고 임원으로 올라오면서 서로 고민하는 분위기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직원의 고민을 가능한 함께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전에 본인도 견디기 어려운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는 내가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빅터 프랭클은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그는 지금도 내 가슴에 깊이 새겨진 글을 남겼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마지막 자유만은 삐앗아 갈 수 없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는 인간의 기본 권리도 없는 곳에서도 태도를 선택했다. 우리는 그 보다 훨씬 나은 환경인데 환경에 나 자신을 맡기려 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은 세계 3대 심리학자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 냈다. 우리는 분명 어떤 위기에서도 선택의 방향에 따라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 판 속으로 들어가려 해라


나는 후배들에게 주로 하는 말이 너희 판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내 판을 찾는다는 의미는 회사에 맞는 인재가 되는 것과 조금 결이 다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특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내가 하는 일을 특출하게 만들 수 있을까?


'무엇을 하는가'보다 '왜 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목적을 알면 방향이 생기고, 방향이 생기면 동료를 설득할 힘이 생긴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한다면 분명 회사에서 주도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쌓이면서 내 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내 판은 다른 것이 아니다. 주변 모두가 업무에서 내가 주도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면서


회사에서 내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내가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회사는 그 사람의 개인의 능력을 보기보다는 당장 수치상 인원의 감축이 더 필요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급격한 시장의 변화, 그로 인해 팀 해체 또는 조직 개편 등 같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개인으로서는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솔직히 개인의 힘은 전체 조직에서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매출 대부분에 기여하지 않는 이상 회사에서 그리 큰 데미지는 없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또한 한 회사에 최소 5년 이상 10년 정도 근무를 했다면 다른 문화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특히 차장급 이상 관리자급의 경우 이직하게 되면 전혀 다른 환경, 새로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이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해 봐야 한다. 누구나 항상 이직을 경험할 수 있고 나를 펼쳐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건강 관리는 필수다. 무조건 이직하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한 경우에도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많은 위기의 순간을 지금 돌이켜 보면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인내심과 소통, 기다림을 배웠고 프로젝트에서는 새로운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위기를 바라볼 때 절대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피하려 한다면 당신은 이미 도망자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기억하라 현재 상황에 대한 태도를 선택하는 하는 것은 당신이다. 그리고 그 선택 미래의 당신의 모습을 만들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훗날 내 자식이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떤 조언을 할까? 그리고 그 선택이 후회 없을 만큼 지금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거울 앞에서, 나는 내게 묻는다.


"너 지금 정말 최선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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