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 강의 '헝거스톤'이 드러났다
수십 년간 물을 마시러 왔던 여섯 마리의 짐승들은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는 돌 앞에서
울지 않았다
그 중, 세 짐승은
가뭄에 지쳐 서로에게 발길질을 하였다
발길에 차인 그 짐승은
가뭄을 탓해야 할지 뾰족한 발굽을 탓해야 할지 정신이 아득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엘베 강도 언젠가는 마른다는 사실을
잃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한 짐승은 희미해져 가는 의식이 두려워
강물 대신 커피나무 열매를 뜯어먹었다
열매의 약기운이 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대신 피를 소모했다
헝거스톤에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다 말고 양각을 새겼다
끝까지 남아있던 두 짐승은
가뭄의 법을 따르기 시작했다
평화의 시대는 종말 되었음을 직감한 그것들은
함께 나누던 대화를 종결시켰다
말을 아끼고 시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40년 전 행방불명된 등산객의 시체가 떠오르자
말없이 그것을 뜯어먹었다
버쩍 갈라진 강바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