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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Sep 12. 2024

소멸하는 것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누고 싶은 당신들에게.


어제 운동하러 가는 길이었어. 아파트 담새 사이로 구름이 빛을 가렸어. 

왠지 그대들이 생각나는 거야. 함께 이광경을 보았으면 좋았겠구나. 당신들의 집 앞에도 나와 같은 빛그림이 들었을까? 그래서 자동차를 잠시 세우고 셔터를 눌렀지.

나이가 들어서 풍경을 찍었다고는 하지 말아 줘.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아마 카메라를 들었을 테니까.


소멸하는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져. 사라져 가는 것들 말이야. 그래서 사진을 너에게 보냈어. 

네가 그랬지.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고. 내 입에서 말이 된 나의 이야기가 공중에 흩어져 과거가 되는 것이 아름답다고 말이야.

그땐 이해하지 못했어. 흩어지고 삭는다는 것은 멜랑콜리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는

당신들과 내가 처음 만났던 날들이 멀어져 가는 것이 좋아. 시간이 흘러 기억이 사그라들어도 그때의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머물러있겠지. 

시들어 가는 꽃들이 아름다워. 오늘보다 젊은 어제가 그렇게 지나가는 것처럼.

그날의 우리, 그때의 꽃을 부르는 순간, 더 이상은 현재의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부르면 부를수록 흩어지고 삭아지는 것이지. 


비록 그때의 그것들은 그 자리에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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