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분출로서의 표현이며 동시에 나에게는 불가결하고 불가피한 작업이다. 그저 연기로만 존재했던 이 생각들은 어느 순간부터 작은 균열 틈새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균열은 점점 커지더니, 종래에는 통로가 되어버렸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 끊임없이, 꾸준하게 쏟아지는 언어들은 내 일상을 무척이나 산란하게 했기에 그것들을 어떤 형태로든 분출시켜야 했다. 대개의 경우 생각은 언어를 통해 추상에서 현실로 자리를 옮긴다. 나는 기술적인 작업으로서의 쓰기를 통해 생각을 현실의 세계에 그저 옮길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불행하게도 이 글은 큰 틀에서 화자, 즉 나의 재현이다.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무엇이든 쓰기 위해서는 나는 나의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나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그 외의 어떤 것도 볼 수가 없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나는 이를 위해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나의 존재를 나에게 알려왔으나 점차 절규로 변해가는 이 아우성이 목적지에 닿는 일이 결코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의 존재를 깨닫게 된 것은 내가 결국 그를 죽이려고, 외면과 내면 모두를 완전히 그리고 모조리 말살시키고자 결심했던 순간이다. 나의 모든 의문이 낱낱이 깨달음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서야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 어떤 울림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울부짖어 왔는지 내 존재의 매 순간이 비로소 살아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에 대한 사죄이자 위로이기도 하다. 사실 완전한 사죄도 위로도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작은 성의의 마음이라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