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거 시험에 나오나요? -7-
학생들의 입시 컨설팅 업무를 할 때에는 수시, 정시 입시 전략을 세우는 일 외에도 학습 계획 상담을 하기도 한다.
그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들 중 하나는 이것이다.
선생님! 저는 학원이나 인강이나 과외 중에 뭘 하는 게 나을까요?
이 질문은 학생의 성격, 성적, 과거 학습 패턴, 사는 지역 등등 답변을 하기에 고려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상담이 무척이나 길어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역으로 질문하기도 한다.
학생은 하루에 혼자서 공부를 얼마나 해요?
현시대 사교육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뉘어 있다.
학원
인강(인터넷 강의)
과외
각 영역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학원
장점:
어느 동네에나 과목별로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등록하고 수강이 가능하다.
잘 가르치는 학원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소문 정보를 얻기가 수월하다.
공부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점:
여러 명이 다 같이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생별 맞춤 수업이 힘들다.
같은 반 내에서도 학생별로 수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 눈치를 보느라
질문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생긴다.
2) 인강
장점:
학원이 없는 동네에서도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스케줄대로 공부가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단점:
의지박약 학생의 경우 공부를 결국엔 안 하게 된다.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단방향 학습이다 보니 실시간으로 질답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의 추천글만 보고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강의를 맹목적으로 듣게 될 수 있다.
3) 과외
장점:
학생 개인에게 최적화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1:1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집중도가 높고
학습 동기부여를 많이 받을 수 있다.
학습 페이스 조절이 원활하다.
단점:
비용이 많이 든다.
학생과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기까지 운이 필요하다.
대학생 과외일 경우 입시 경험이 부족하거나 거짓, 과장 이력이 많다.
이렇게나 특징이 다른 세 영역이라서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현재 학생의 성적과 대입 전략까지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 한다.
수시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을 잘 챙길 수 있도록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고 정시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수능 공부에 특화된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경우 과외나 인강은 일단 추천의 대상이 아니다.
수시는 내신 성적이 우선순위다.
내신을 잘 받으려면 해당 학교의 중간, 기말고사의 출제 패턴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교과서의 출판사 별로만 강의를 진행하는 내신 인강들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과외의 경우도 간혹 특정 지역, 특정 학교 내신 위주로만 활동하는 과외 선생님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만나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수시 위주의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내신을 전문으로 강의하고 있는 학원들을 알아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동네에서 오랜 시간 동안 몇 개의 학교 위주로만 강의를 해온 학원들은 저마다 학교별 출제 포인트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고 누적된 자료도 많기 때문이다.
정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선택지가 많다.
위에서 언급했던 학원, 인강, 과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시 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모의고사나 이전 수능 점수대에 따라 추천을 해주곤 한다.
4등급 이하의 학생의 경우 과외를 추천한다.
이 등급대 학생들은 자신들을 노베(노 베이스. no base의 줄임말)라 칭하며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의 경우도 단어책만 붙잡고 있거나 수능 종합 학원의 기초반, 인강의 노 베이스를 위한 강의 위주로 선택을 하곤 한다.
물론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빠른 시간 내에 노베를 탈출하고 중위권으로 올라가려면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이를 기반으로 공부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노베라고 다 같은 노베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그려온 그림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분석해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 노베들에게 필요한 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잘 파악해줄 수 있는 과외가 가장 효율적인 도우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외 선생님과 미팅을 진행할 때 자신의 현 상태 점검, 3등급까지의 학습 전략 로드맵(커리큘럼) 작성 등을 요청하여 단기간에 노베 탈출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이 아니라 단기간이다.
목표는 노베 탈출이지 1등급까지의 학습 도우미를 얻는 것이 아니므로 단기간에 노베 탈출용으로만 과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비싸니까
노베를 탈출한 2~3등급대 학생들은 여러 선택지가 있다.
노베 때부터 과외를 해온 학생이라면 자신의 노베 탈출을 도와준 과외 선생님과 다음 레벨의 학습 로드맵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이 있다.
과외를 처음 시도해보려는 학생들도 해당 등급대는 과외 선생님들이 제일 선호하는 점수대라서 대학생 과외부터 전문 과외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학원을 선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4~10인 정도의 중/소규모 수업을 진행하는 단과 학원을 추천한다.
과목별로 특화된 전문 강사의 수업을 소규모 인원 속에서 집중 케어를 받으며 수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유명한 소위 '1타 강사'라고 불리는 강사들의 오프라인 단과의 경우는 수강하는 학생들 수가 많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고도 조교선생님들에게 질답을 잘할 수 있는 학습 의지가 강한 학생, 해당 강사가 너무 좋은 학생의 경우라면 추천을 하기도 한다.
학습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꼼꼼한 학생들이라면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수강해도 괜찮다.
이미 노 베이스를 탈출한 학생들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으므로 해당 부분을 인강 사이트에서 쇼핑하듯이 쉽게 골라서 수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커리큘럼대로 완강을 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의지이다.
1등급대의 상위권~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의외로 추천해줄 선택지가 별로 없다.
이미 이 등급 대가 나오는 학생들은 자기 주도 학습이 잘 되어 있기도 하고 자신의 강/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전적 여유가 있고 편하게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의 빈도로 질답 위주로 케어를 해줄 수 있는 경력이 오래된 전문과외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학습 사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 과외보다는 오랜 입시 경험에서 오는 1%의 팁을 알려줄 수 있는 전문과외가 더 맞다. 경우에 따라 대학생 과외선생님보다 학생의 실력이 좋은 경우도 많다
전문 과외를 구하기 힘들거나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주기적으로 학원을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이 경우라면 유명 강사의 오프라인 단과를 수강할 것을 추천한다. 이미 아는 내용이 99% 일 테지만 유명강사의 아우라가 주는 안정감이나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입시 트렌드 이야기가 생각보다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강은 어떨까?
대부분의 최상위권 학생들은 인강은 잘 듣지 않거나 이미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기에 언급할 일이 거의 없다 ^^;;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의 사례와 상황에 따라 여러 전략을 추천해주곤 한다.
그리고 여기까지 설명한 다음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곤 한다.
학생은 하루에 혼자서 공부를 얼마나 해요?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와 펜을 붙잡고 공부란 녀석과 씨름을 하긴 하나요?
학원, 인강, 과외 등을 알아보는 공부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지, 학원에 가서, 인강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거나 과외 시간에 선생님과 잡담만 하지 않는지도 생각해보라고 한다.
공부에 정답, 정석은 없다.
하지만 효율적이고 빠른 지름길은 존재한다.
학원, 인강, 과외 등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은 저마다 자신이 최고의 지름길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이들은 지름길이 아니다. 사교육은 지름길을 찾기 위한 지도나 망원경 같은 도구일 뿐이다.
어떤 도구가 나에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도구를 바꿀 결단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공부라는 길을 직접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집만 사놓고, 강의 결제만 해놓고, 유명하다는 월간지 결제만 해놓고, 유명 강사 수업 듣는다고 자랑만 하고, 정작 책상에 앉아서 스스로 머리 싸매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의 학생들은 모든 교육용 수단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도구를 고르는 공부는 그만하고 진짜 자기 공부를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