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을까?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Adolescence) 조너던 하이트 불안세대 리뷰

by 해질녘 상담소






나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는가?
우리 세대와 아이들의 세대는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를 키우며 마음속 한편에는 나를 의심하고 견제하는 마음이 항상 있다.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학문에 몸을 담고 있지만 현실은 책과 많이 달랐고,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이 귀엽고 자그마한 인간을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어쩌면 내가 키워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다른 부모들도 그렇겠지만 나는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 잘 키우기 플랜'을 세워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종종 나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 반대로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아이의 삶에 큰 흔적을 남기도 한다.


어느 날 남편이 네가 보면 좋을 것 같다며 넷플릭스 드라마를 한편 추천해 줬다. 소년의 시간이란 제목이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범죄물인 줄 알고 드라마를 시작했다. 하지만 달랐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드라마가 그렇게 무거울 수 없었다. 온전히 드라마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지금부터는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보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보고 오시길 추천한다.


adolescence_coverimage2_netflix.jpg


주인공 제이미의 부모는 평범한 부부이다. 아니 평범하지 않은 제법 화목한 부부이다. 제이미의 아버지는 어릴 적 자신을 폭행하던 아버지를 닮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실제로 아이에게 좋은 아빠였다. 운동을 하거나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집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을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런 답답해하는 얼굴을 아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충분히 좋은 아빠였다.


야외활동보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를 위한 컴퓨터, 의자, 헤드셋도 사주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최대한 해 주려 애쓰는 충분히 좋은 부모였다. 아이가 내 눈앞에 우리 집 아이의 방에 있으니 안심이야. 밖에 나가서 사고를 치는 것보다 낫지라고 느끼는 평범한 부모였다.


그래서 안심했을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아이는 항상 내 눈앞에 있었고, (적어도 방문을 사이에 두고) 공부도 곧잘 하고, 학교도 매일 잘 가니 그냥 안심했을 것이다. 그냥 사춘기 남자아이들을 원래 말이 없으니까. 잘 크고 있을 거야라고 그냥 안심했을 것이다.


경찰들이 새벽에 우리 집을 쳐들어와도 우리 아이가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주인공 제이미의 부모처럼.


우린 여전히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소셜미디어 속의 세상이 있다. 그 안에서는 부모세대가 알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이모티콘을 통해 이야기한다. 백번 들여다봐도 우린 모른다. 이모티콘이 무얼 뜻하는지. 내 아이가 바로 내 옆에 앉아 있지만 사실 그들은 부모가 없는 스마트폰 속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아이였던 1980-90년대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 걸까? 불과 30-40년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불안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에 의하면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세대가 된 주요 원인은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 보호에 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을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사실은 국민학교)에 가면서 바로 혼자 등하교를 했고, 학교가 끝나면 놀이터로 직행했다. 가방을 모래 바닥에 던져두고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다. 노을이 질 때쯤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면 그때야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 속 놀이터에서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어른도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나를 방임했던 걸까? 생각해 보면 동네 애들은 다 그랬으니 나의 부모만 방임했던 건 아니었다. 그럼 그 시대는 범죄와 사고의 위험에서 안전했던 시대였던가? 그때의 놀이터와 지금의 놀이터를 비교해 보면 그건 또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정기적인 안전검사도 하곤 하지만 그땐 그냥 야생의 시대였다. 놀이터는 다 튼튼한 철로 되어있었고, 안전점검 따윈 없었다. 놀다 다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으니 말이다. 그때는 무릎이 깨지고 위에서 떨어져 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익혔던 것 같다. 재미있게 놀면서 다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또 그때는 CCTV도 없었지.



그럼 그때와 지금이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

조너선 하이트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을 이야기한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특히 많은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 변화의 배경에는 전면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있었다. 동시에 다양한 앱(인스타그램, 온라인 게임, 유튜브 등)이 개발되면서 전에는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던 일들이 이제는 장소에 상관없이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성인보다 자기 통제능력과 만족지연능력이 아직 발달 중인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야외활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방과후면 안전한 집으로 돌아와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책을 통해 2010년 이후에 청소년의 야외활동이 줄어든 동시에 가상세계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났으며, 청소년의 정신건강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통계를 볼 수 있다.


우리에겐 어쩌면 너무 당연했던 친구와 몸을 부딪치며 노는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째서인지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된 것 같다. 그보다는 가상세계에 만나 함께 게임을 하거나 서로의 사진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 더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살 던 세계와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분명 다르니.



하지만 준비 없는 변화는 항상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는 한다. 20세기 초 자동차에 대한 교통법규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당시 도로는 자동차, 마차, 자전거, 보행자들이 혼재된 공간이었다. 그로 인해 자동차 사고가 급증하면서 신호등, 횡단보도, 보도블록설치등 보행자를 분리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만일 자동차가 대중화된 후 법적 규제 없이 개인이 조심하려고 했다면 교통사고가 줄었을까? 부모가 아이에게 도로를 건널 때는 조심해야 해 밤에는 다니지 말고라고 말한들 교통사고가 줄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스마트 폰의 사용도 같지 않을까? 부모가 아무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정해준다고 해도 아이 스스로 게임을 적게 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그 변화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변화는 모두가 함께,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2024년 호주의회는 16세 미만이 페이스북·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계정을 만들면 해당 플랫폼에 최대 4천950만 호주달러(약 451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부모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세계 최초의 법이다. 또는 아이들의 신체적 활동을 늘리기 위해 최소한 이수해야 하는 신체활동 수업의 시간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이처럼 사회가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


소년의 시간 속 제이미가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나를 걱정하는 주변 친구들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는 부모님이나 누나 또는 동네 좋아하는 형에게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한 실망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결과가 달라졌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아이의 신체적 활동 시간을 늘려주세요.(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더욱)

둘째, 온라인 사용을 모니터링합니다.(내 아이가 주로 어떤 온라인 활동을 하는지 누구와 교류하는지)

셋째, 현실 세계에서 사회관계를 할 수 있게 해 주세요.(직접 또래를 만나고 몸을 부딪히며 놀 수 있는 기회)

넷째,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을 아이가 편안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많이 들어주세요.)

다섯째, 가족과 함께하는 편안한 시간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가족과 유대감이 회복력을 키워줍니다.)

마지막,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널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아이의 마음의 힘을 키워줄 거예요.)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우리의 마음은 다 같겠죠.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인생 따윈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는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7. 그림 읽는 상담심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