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른이 된 건 아니다.
10살 아들.
학교 숙제하라고 잔소리 좀 했더니 자기는 빨리 '어른'이 되어서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어른.
성인의 기준이라는 스무 살은 이미 20년도 전에 지났으니,
남이 나를 봐도, 내가 거울을 봐도 나는 영락없는 '어른'의 모습이긴 한데..
그럼 난 '진짜 어른'이 된 걸까?
내가 살아온 시간은 내게 '어른 흉내'를 잘 내는 기술을 가르쳐 줬다.
능숙한 '어른 흉내' 덕분에, 어른이기 전에는 당황했을 여러 상황들에 지금은 제법 그럴싸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라기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나는 '어른 흉내'는 제법 내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반드시 품어야 할 '어른 다움'이 채워지지 않았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순수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순간도 있고, 오히려 내가 배우는 점도 많다.
'어른 흉내'가 아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되게 해 달라고, 아이처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