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심 Feb 14. 2023

일곱 살 딸의 진실

2년 만에 알게 된 뜻밖의 사실

올해 일곱 살 된, 하나뿐인 내 딸.


두 돌이 지나고는 지독한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엄마를 독차지하려는 마음에, 아빠나 오빠가 엄마와 허그하는 모습만 봐도 목놓아 울곤 했다.


그런 껌딱지 딸이지만 4살부터는 어린이집에도 잘 적응해서 즐겁게 다니고 있다.


아이는 한글이 많이 느린 편인데, 글자 학습을 어릴 때 시키면 뇌 발달상 창의력이 저하된다는, 과학인지 속설인지 아리송한 그 이론에 반신반의하며 한글 학습은 최대한 뒤로 미룰 계획이었다. 또 본인도 크게 글자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기에 좋아하는 그림만 열심히 그리게 했다.


어린이집에 가면서 몇 달 후 본인 이름은 쓸 수, 아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글자를 그림처럼 그리기에 땅을 그리고 위에 나무를 그리듯 글자의 받침을 먼저 쓰고 그 위에 초성과 중성을 쓰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엄마 사랑해요’는 어떻게 써?”

라고 4살 딸이 묻는다.


기역, 니은 같은 건 모르기에 그냥 가르치지 않고 핑크색으로 예쁘게 하트까지 넣어가며 글자를 써줬다.


며칠 후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하원할 때마다 작은 카드를 만들어 왔다. 거기엔 귀여운 그림과 함께 어김없이 ‘엄마 사랑해요’와 본인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는 하원할 때면 매일같이 러브레터를 하나씩 가져다주었다. 중간엔 아빠라는 글자도 익혀서 ‘엄마, 아빠 사랑해요’로 단어가 추가되기도 했다.


6살 여름방학에는 제대로 한글을 가르쳤다. 그리곤 책 읽는 재미에 빠졌는지 어린이집에서 읽은 책을 집에 와서 조잘조잘 이야기해주곤 한다. 책이 재미있어서인지 도통 러브레터를 안 가져오기에 하루는 물었다.


“딸~ 요즘은 왜 러브레터 안 줘? 엄마는 그거 받는 거 정말 행복했는데.”


그러자 아이의 뜻밖의 대답.

“아, 나 그때 쓸 줄 아는 글자가 그것밖에 없어서 맨날 그것만 쓴 거야. 이제 다른 글자도 다 쓸 줄 아니까 그건 안 써도 돼.”


“하하하 그.. 그런 거였어?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써준 게 아니었어? 하하하”


분명 내용은 상처받을 수도, 속상(?)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작은 입으로 귀엽게 조목조목 말하니 너무 귀여워서 꽈악 끌어안아줘 버렸다.


우리 딸, 너무 사랑해! 이제 다른 글자 다 알겠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러브레터 만들어주라~


작가의 이전글 거미가 행운의 상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