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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Dec 29. 2023

올 한 해 애쓰며 잘 살아왔구나.

새내기 대학원생이 이제는 선배가 되어가는구나. 참 애썼다.


나이 든 대학원생은 수강신청도 대학원 강의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 파릇파릇한 대학생에게 강의실을 물어가며 고마움을 직각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줬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대학생들은 더 도와주고 싶었는지 많이 알려줬어. 대학원생과 대학생이 같은 건물을 쓰고 있으니 젊은 청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기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았어. 교수님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귀하디 귀하게 느껴져 볼펜으로 열심히 필기할 때 대학원생들은 패드를 펼쳐 적는 모습도 신기했었어. 아이패드 하나만 가지고 다녀도 그 속에 강의자료가 다 있으니 디지털이 익숙지 않은 나는 참 부러웠어. PPT도 만들기 어려워 우리 집 청소년의 무서운 가르침을 받아 미리 캔버스에서 배우고 복습하며 지금은 스스로 멋진 PPT를 만들게 되었지.  대학원에 지각할까 봐 버스에 내려 배달기사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날아다녔지. 이런 내가 내년에 논문을 쓰겠다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어. 충분히 해낼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방긋방긋 웃는 아가들의 선생님으로 선생님들의 엄마인 관리자로 살아오느라 참 애썼다.


아가들이 적응할 때 울면 나는 속으로 운다. 낯선 곳에 적응하는 아가들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두 명씩 돌아가며  안아줘. 내 손이 5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모두 한꺼번에 안아줄 수 있게 

뒤뚱뒤뚱 걸어던 아가들은 이제는 매일 교실에서 달리기를 하고 선생님을 처음 만나 울었던 아가들은 이제는 나만 보면 방긋방긋 웃어주며 달려와 안아주지. 이럴 때는 비행기가 심장을 사랑으로 관통하는 느낌이야.

아가들이 하원하면 고고학자처럼 서류를  파헤치고 정리하고 많은 일들이 내 결정이 기다리고 있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힘들어하는 병아리 선생님의 문제를 엄마처럼 해결해 주면 하루가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듯 한순간에 지나가. 하루 종일 뛰어다니던 내 다리가 퉁퉁 부어서 아프다고 퇴근하라고 재촉하지.


국과 반찬으로 정성이 듬뿍 녹아내린 남편 도시락을 싸며 고3 엄마로 살아오느라 참 애썼다.


요리하는 게 즐거워도 도시락 싸는 건 보통일이 아니지. 팝콘 터지듯 소소한 일들을 직장에서 해결하고 돌아오면 집에서는 나도 정말 쉬고만 싶지만 손은 벌써 도시락 반찬준비로 바빠. 추워지는 요즘은 뜨끈한 소고기 뭇국, 칼칼한 오징어 뭇국, 구수한 배춧국, 담백한 미역국을 열심히 만들어 싸주지. 내 정성을 남편을 알고 있어서 늘 반짝반짝 빛나는 빈 도시락을 가지고 와. 그리고는 맛있었다고 말해주고 동료들이 부러워한다고 내 칭찬을 해주지. 이 한마디에 부지런히 도시락을 준비하게 되나 봐. 올해는 남편도 나와 함께 도서관을 다니며 열심히 준비한 자격증을 따서 승진이라는 값진 선물을 내게 안겨줬어. 참 고마운 남편이야.

우리 집 청소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봐와서인지 학생으로 자기의 일은 부지런히 해내고 있었어. 공부는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밝게 자라주는 것만 해도 나는 만족해. 바쁜 엄마를 위해 빨래도 해주고 청소기도 돌려주고 저녁도 스스로 요리해서도 먹어주니 청소년들에게 참 고마워.

엄마로 아내로 참 열심히 살았네.


글을 쓰고 싶은 꿈을 브런치에서 이뤘고 열정을 다하며 글을 쓰느라 참 애썼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는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생각들을 장마의 폭우처럼 미친 듯이 써 내려갔어. 글을 쓰며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것 같았지. 열정적으로 글을 쓰던 나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권태감이 들었어.

글쓰기의 파도가 잠시 주춤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내 마음의 깊은 바다에서 새로운 글쓰기 물결이 일어날 것 같아.  브런치 가족들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줄때는 오랜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위로받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 내년에는 더 많은 글로 브런치 가족들과 공감하며 위로해 주며 살아가고 싶어.


이렇게 한해를 살아가며 참 애쓰며 잘 살았구나 하고 나에게 내가 칭찬해주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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