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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Oct 16. 2024

티니핑이랑 생강차의 위로


바쁜 하루의 끝자락, 부모님들의 민원을 처리하느라 지친 몸을 겨우 의자에 기대었다.

유독 깊어진 눈 밑의 그림자는 내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일들의  크고 작은 민원 속에서 멀미를 느껴가고 있었다.


소화되지 않는 마음처럼 내 속은 끊임없이 뒤틀렸고, 밥을 챙겨 먹을 여유조차 없었다. 신경성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조차도 나는 잠시 걱정할 시간만 있었을 뿐이었다.


변함없이 책상 위 서류더미를 정리하던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료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작은 죽 한 통과 생강차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그 따뜻한 미소와 죽의 온기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가 담겨 있었다.


마치 "혼자가 아니에요. 힘내세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죽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가 상처받은 차가운 마음을 편안한 온도의 마음으로 바꿔주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며칠 후, 한 아이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내 티니핑이에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아이에게 티니핑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속의 고단함은 어느새 사라졌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그리고 동료 선생님배려에 내가 얼마나 큰 위로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의 작은 역할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다 준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에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찼다.  내일도 나는 이 작은 세계에서 그들의 티니핑이 되어보려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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