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라이트룸 서울은 올림픽대로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방문했을 때 도시 속의 섬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사실상 대중교통으로는 방문이 쉽지 않을 거 같고 차로 방문하던가 라이트룸 서울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덕분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사방으로 뻥 뚫린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울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느낌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 세계를 다룬 <데이비드 호크니: Bigger & Closer (not smaller & further away)>가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60년간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 세계를 회화, 사진, 오디오 비주얼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몰입형 전시입니다. 호크니가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하였으며, 3년간 제작팀과 함께 자신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감각적인 경험을 만들어 냈습니다. 작가가 전시 내레이션을 직접 맡아 자신의 작업 방식과 의도를 설명하였고, 이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거장의 예술적 시선과 세심한 디테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입체적 공간에 다채로운 음악과 조명 연출, 그리고 무빙 이미지가 더해져 기존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전시장에 가득찬 커다란 화면을 통해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관객은 거장의 바로 뒤에서 작품의 탄생을 함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폴라로이드와 아이패드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예술적 실험을 계속해 온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 일관적인 커리어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캔버스와 아이패드를 넘어 더 큰 매체로 확장되는 작가의 광대한 작품 세계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라이트룸 서울_데이비드 호크니 미디어 아트 전시
전시장에 입장하면 한쪽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따라 걸어가게 된다. 그 벽면을 따라 걷다가 코너를 돌면 바로 웅장한 미디어 전시장이 등장한다. 앞서 다녀왔던 [빛의 시어터_달리&가우디전] 과는 다른 좀 더 편안한 입장 방식이라고 생각됐다. (이날 평일 12시쯤 방문했더니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
처음 미디어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그 웅장함에 처음 놀랐고, 그다음에는 미디어로 연출된 벽들이 미디어 월이 아니라 빔프로젝터로만 연출됐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 벽면을 하나의 빔프로젝터가 전부 담당하는 것은 아닌듯했다. 벽면에 비추는 영상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아주 흐릿하지만 한 벽면이 총 6개의 구역으로 나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벽과 벽이 만나는 부분까지도 정말 디테일하게 구역을 나눠 미디어 전시 공간을 계획하는 기술력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합치는 행위를 사진에 시간성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부른다. 평범한 사진과 그림에는 시간성이 없지만,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된 사진과 그림에는 시간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사진과 그림을 넘어 영상으로 같은 장소에서 작품에 시간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세계는 아직도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리는 세상을 조각조각 본다. " 같은 세상을 살고 있어도 내가 보는 세상과 상대가 보는 세상이 다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통해 호크니가 사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기준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나는 어떤 세상을 볼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정말 독특하게도 라이트룸 서울은 미술관 전시장과 굿즈 판매숍이 완전히 다른 건물로 분리되어 있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굿즈 판매숍을 방문하려면 야외공간으로 나와서 산책로를 따라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의 미술관은 처음 봤는데, 심플하게 전시만 보고 갈 사람은 가고 굿즈 판매숍을 방문할 사람은 방문하는 시스템이 정말이지 마음에 든다. 미술관 관람이 끝나면 무조건 등장하던 굿즈 판매숍이 보이지 않자 오히려 내가 먼저 굿즈 판매숍을 찾고 있었다. 그동안 미술관 전시가 끝나고 등장하던 굿즈 판매숍은 미술관의 상술쯤으로 보였다면, 다른 건물로 분리되어 있는 굿즈 판매숍은 또 하나의 다른 전시처럼 느껴졌다.
라이트룸 서울은 언젠가 평일에 또 쉬는 날이 생긴다면 한 번 더 방문해서 여유롭게 머물다가 오고 싶은 곳이다. (주변이 아직 공사중이라 조금 정신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