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청년마을, ‘병영창작상단’ 김민지 청년 이야기
“게스트하우스를 오래 운영한 것은 관광객들의 행보를 최전방에서 볼 수 있었다는 뜻이에요.
천편일률적으로 명동, 남대문 등에 가서 화장품, 한국과자 등을 사는 모습에
외국인들이 한국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서울에서 게스트하우스 9년, 파티룸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김민지 청년은 사업가답게 강진의 모든 것들이 사업 아이디어로 보인다고 합니다.
특별히 오랫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관광객들 조차 알지 못하는 니즈와 페인 포인트를 발견해 더욱더 지역의 특색을 제품에 담아 알리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갈증 해소의 시작으로 강진의 청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강진을 담은 배스밤을 창작을 시작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강진 및 로컬을 알리고 싶은 김민지 청년의 열정을 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진에서 ‘피오니앤스와니’ 라는 팀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 왔다 갔다 하며 강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현재 강진에서 주거지원을 받아 3명이서 셰어하우스 형태로 거주 중이에요. ‘병영창작상단’에 앞서 ‘넥스트 로컬’이라는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강진을 알게 되었고 SNS를 통해 청년마을 사업을 접해 참여하게 되었어요.
Q 청년마을의 어떤 부분이 와닿았나요?
처음에 홍보물을 보고 ‘병영창작상단’에서 추구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개인적인 사업으로 강진을 왔다 갔다 하며 1기 참여자분들에게 여쭤봤어요. 개인적으로 주거 가능성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했고 간다면 ‘무엇을 하게 될까?’ 궁금해졌어요. 알고 보니 의도가 다 있으셨더라고요. 사전에 알려주고 초대했다면 과제 형태로 프로그램이 진행이 되었을 텐데 대표님은 그걸 원치 않으셨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가능성을 열어 두었더니 청년들이 열린 생각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청년들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병영창작상단’ 청년마을 참여 계기가 궁금합니다.
‘넥스트로컬’로 참여하게 된 것도 있지만 병영창작상단에서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피오니앤스와니 사업을 시작하는 게 저의 1차적인 목표이고 공방 등 회사를 강진에 설치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강진에서 사업을 하며 병영창작상단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청년마을 취지에 맞춰 정착을 염두해서 참여해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앞으로의 창작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이전에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셨나요?
저는 서울에서 관광업종에 오랫동안 종사했어요. 외국인 대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9년 정도 운영했고 코로나 이후에는 파티룸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 현재 12개 정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게스트하우스와 파티룸을 운영하시다 어떻게 굿즈 관련 사업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게스트하우스 손님의 90% 이상이 외국인 손님이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 어디를 방문하고 어떤 물건을 구매하는지 최전방에서 볼 수 있었던 거죠. 굉장히 천편일률적인 루틴이더라고요. 명동에서 화장품, 남대문 시장에서 인삼 그리고 롯데마트에서 한국과자. 외국인들이 한국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지역의 특징을 보다 쉽게 접하고 대중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어요.
물론 지금은 힙하고 좋은 관광상품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져요. 특히 외국분들에게는 정보가 부족하고 알려진 것들 안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에 재미있는 것들, 관광상품으로 잘 포장된 도시가 아닌 지역에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는 것을 잘 모르잖아요. 강진에만 가봐도 너무 예쁘고 좋은 장소가 많은데요. 하지만 강진에 있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몰라요. 그래서 지방을 알리고 지방의 좋은 것들을 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그때부터 굿즈에 대한 욕망이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역 식품을 활용한 빵이나 과자를 만들 수도 있지만 저는 고국으로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 지역에만 한정된 게 아닌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여행 갈 때 많이 사용하는 배스밤을 떠올렸어요. 유통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고 돌아가서도 한국을 즐기고 그 지역의 기억을 불러오는 모티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청자가 들어간 제품뿐만 아니라 강진에 생산되는 원물을 사용한 제품도 기획 중이에요. 그리고 다른 지역 관련해서도 아이디어가 많아요. 제주도를 예로 들자면 감귤모양 배스밤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식으로 지역 기반으로 계속 뻗어 나가 결국 한국의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굿즈 개념의 배스밤이 되기를 꿈꿔요.
실제로 판매하게 된다면 게스트하우스와 명동에서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께 우선적으로 제안을 드릴 생각이고 제품이 지역색을 담고 있기에 공무원분들 선물이나 지자체 납품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Q 배스밤에 강진 꽃을 넣으려다 결국 강진의 다른 특색을 담았다고 들었어요.
1차적으로 강진 꽃과 추출물을 넣고 싶었어요. 하지만 굿즈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꽃과 관련된 인증을 받아야 하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어려워 강진의 지역색을 입힐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때 강진이 청자로 유명한 곳이라는 게 떠올랐어요. 이 작은 지역에서 신기하게도 천년 넘게 청자 역사가 이어져 왔고 청자를 굽던 도자기 터 70-80%가 강진에 있어요. 20년 넘게 활동하신 도예가 분들이 계시는데 저희가 그분들과 협업하여 미니어처 청자를 배스밤 안에 넣어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미니어처 청자는 장인들과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청자 박물관에서 신안 앞바다 출토 청자를 보며 욕조에서 청자를 건져 올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Q 강진 청년마을만의 특색이 있을까요?
병영창작상단 활동을 하며 지역청년과 참여청년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궁금해하는 건 적극적으로 알려주셨어요. 당장 위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서로 관심 없는 도시 속에 살다가 ‘오지랖이 있는’ 공동체에 오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뿐만 아니라 강진은 유독 따뜻하고 끈끈한 동네예요. 제 질문, 행동 그리고 하고자 하는 것들을 유심히 보시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 안달 난 느낌을 받아요. 정 있게 사람 만나 본 경험이 오랜만이어서 마음이 따뜻했고 식당과 빵집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교류들도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비록 창작자로서 강진에 갔지만 그런 따뜻한 부분이 없었다면 정착하고 싶은 생각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청년마을 프로그램 및 함께 참여하신 청년들과 교류는 어떠셨나요?
저희 5명 중에 금속공예, 그림 등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자아 찾기를 하고 싶으신 분과 저처럼 강진의 관광 요소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청년도 있었죠. 2주살이 후에 함께 결과물을 내야 했는데 고민하다가 강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남상살롱’ 공간에 전시에 세계관을 만들어 강진을 체험할 수 있는 ‘용기마을’에 ‘까진’(까치와 강진이 합쳐진 이름)이가 강진에 여행을 오고, 참여청년들은 강진에 사는 캐릭터들로 콘셉트를 설정했어요. 저는 강진의 꽃을 사랑해서 그 꽃을 활용해 배스밤과 향수를 만들고 싶어 하는 ‘토리’라는 토끼였어요. 그 외 한 분은 금속 와이어 공예를 활용해 강진의 풍경을 액자로 만들어 전시했고 마을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에 관심을 가진 청년은 강진의 오브제들을 활용해 모빌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을 제공했어요. 이런 식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사업들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이 과정을 혼자가 아닌 5명이 함께 강진 주민들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어요. 전시가 너무 짧다고 아쉬워하시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전시를 보고 신기해하더라고요.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물을 내는 것이 힘들었지만 정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 원래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려 했는데, 강진 사람들도 배스밤, 향수 등 물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게 커요. 나중에 강진에 회사를 내고 공방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강진 주민분들을 타겟층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나중에 클래스 형태로도 소통하면 어떨까 해요.
Q 참여 전후의 변화가 있을까요?
‘넥스트로컬’로 강진을 갈 때는 출장 느낌으로 짧게 다녀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길게 머물며 강진에 사는 사람으로서 체험해볼 수 있었어요.
‘이 지역에 살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간접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그리고 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전에는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거리가 멀고 연고도 없어서 정착해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친구들이 생겼고 교류할 수 있는 집단이 생겨 가능성을 보게 되었어요.
Q 앞으로의 꿈과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강진에 사업체를 설치하고 공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러쉬Lush’도 시골에서 작은 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어요. 그래서 러쉬만큼 크게 강진을 기반으로 한국을 알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병영에 가보시면 지금 빈집이 많은데 마을 전체가 문화유산이에요. 예전에 하멜이 표류했다가 강진으로 유배 와서 돌담벽을 쌓았는데 그때 쌓아 놓은 돌담벽이 마을유산으로 남아있어 동네가 정말 예뻐요. 그래서 강진군에서 동네를 관광자원화하려는 생각으로 빈집들을 활용해 마을 호텔 등을 세우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 공방, 클래스, 카페 등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잖아요. 집이라는 공간은 활용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렇다면 강진을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 대상으로 한 달, 두 달 워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해도 재미있겠다 싶어요. 지역에서 산다는 게 답답하거나 단절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공간과 도시를 체험하는 콘텐츠라고 저는 느껴졌어요. 보통은 시골이 도시에 비해할 게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시골에서 도시와 전혀 다른 걸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은 직접 충분한 시간 동안 체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이죠.
Q ‘병영창작상단’을 한마디로 한다면?
‘가능성’이란 단어가 적절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어떤 확신을 갖고 참여하기는 어렵잖아요. 앞으로 여기서 살 수 있는지, 뭘 해볼 수 있는지 등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곳 같아요.
Q 아직 로컬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뭔가 정해져야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꼭 강진이 아니라 다른 지역 청년마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해보고 좋으면 앞으로 그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장이에요. 너무 무거운 마음을 가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고 일상에 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괜찮은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지역의 어떤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물꼬가 될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들이 잘 되지 않더라도 또 다른 것들을 발견하게 될 수 있어요. 제가 빈집 사업을 알게 된 것처럼요. 그리고 혼자가 아닌 비슷한 생각과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저는 강진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사람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청년마을 사업과 강진이 많이 알려져 관광 쪽으로 연계해 ‘한국 지역에서 살아보기’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좋을 것 같아요. 국내, 해외 국한되지 않고 강진에 많이 오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