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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Mar 11. 2023

둘째가 생겼다고 회사에 알린 날

축하, 조언, 그리고...

둘째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와이프가 두 번째 아기를 임신했다.

우리 부부는 뛸 듯이 기뻤다. 원하던 시점에 생긴 아기였다.

날을 잡아 양가 부모님들을 직접 뵙고 기쁜 소식을 알렸다. 다들 날 듯이 기뻐하셨다.

전형적인 4인 가족의 구성으로 자라 온 80~90년대생인 우리 부부는 이제 완전체 가족을 이루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더불어 나는 여러 가지 고민이 생겼다. 육아휴직, 육아시간, 배우자 출산휴가 등등으로 회사에서 조정할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는 2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육아시간을 거의 매일 쓰고 있다. 와이프가 출산할 때까지 육아시간을 계속 쓸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같은 팀에서 일하는 상사와 동료 직원(둘 다 50대 아줌마다)에게 둘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렸다.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분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축복이라고도 말씀해 주셨다. 자녀가 없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터울이 3살이라 좋다느니,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을 해주셨다.

하지만 뒤에서 듣고 있던 직장 상사가 처음 꺼낸 말은 이거였다. "OOO 씨, 둘째 생각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직장 생활,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그리고 살다 보면, 나이를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예의, 예절, 사회적 통념이라는 것이 생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혼자 고립된 상태로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슬퍼해 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는 것. 하지만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해 온 사람이 하는 말 치고는 너무 무례했다.

우선, 나는 둘째 생각이 없다고 한 적이 없었다. 연초에 둘째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글쎄요."라고 대충 대답했던 게 다였다. 그리고 2세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나의 자유이다. 직장 상사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양가 부모님들도 말을 아끼시는 부분인데!). 

둘째로, 축하할 마음이 없더라도 예의상 축하한다는 말을 꺼내고 저런 말을 꺼내야 하지 않았을까? 진짜, 진짜 궁금해서 당장 답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면, 저런 질문부터 꺼내지 말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저 말에 담겨 있는 함의가 기분이 나빴다. 둘째 가진 게 잘못인가? 저 상사는 내가 육아시간을 쓸 때에도 "육아시간 안 쓴다고 했던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도대체가, 나이를 50살 넘게 먹고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했다고 보기 어려운 무례함이었다.


다행히도 그 외의 사람들은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다른 직장 상사는 자신의 육아휴직 경험을 들려주며 초등학교 들어갈 때 육아휴직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승진에서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조언해 주었다. 다른 직장 상사는 첫째에게 가장 큰 선물을 해 주었다면서, 애국(!!!!)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 참고로 난 아이 낳는 게 애국이라는 말, 싫어한다. 개인의 기쁨을 사회적 공로로 치하하는 행위는 개인의 기쁨을 일정 부분 훼손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것이 다 보였다.


원하는 아기가 생기는 것은 큰 기쁨이다. 삶을 살면서 몇 없는 커다란 변화이기도 하고, 삶의 방향이 아예 뒤바뀌어버리기도 하는 일이다. 아무리 친하지 않은 타인이라고 하더라도 경조사의 부분에 있어서는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당신한테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도록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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